<장사의 신>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항상 최고의 책을 읽어야 한다. 최고의 책은 3종류가 있다. 1) 최고의 전문가가 쓴 책, 2) 최고의 실행가가 쓴 책, 3) 지금 나에게 최고진동을 주는 책. 오늘 읽은 <장사의 신>은 일본 요식업계 전설으로 불린다는 우노 다카시가 쓴 책이다. 나에게는 ‘일본의 백종원’ 정도로 비유하면 약간의 무리가 있긴 하지만 적절할 것 같다. 이 책을 사서 읽는 일은 독자에게는 매우 괜찮은 장사다. 평생 요식업에 종사한 최고 실행가의 경험을 책 한권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은 나의 고질적인 ‘먹물편향’을 산산히 부숴주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워낙 좋은 책이니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들 읽으셨으면 좋겠고, 내가 얻은 메시지를 핵심만 정리하고 밑줄 그은 인용구를 공유한다.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첫째, ‘어떻게 하면 저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내 나름대로 여정에서 나는 미션을 ‘지속가능한 학습’과 ‘일하는 사람의 성장’으로 설정했다. 이전에 기록한 정체성 재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내 페인포인트에서 미션을 찾아 연성했다는 정도로 요약해보자. ‘성장 파트너’나 ‘성장 경험의 설계자’라는 내 나름대로 멋지다고 자부하고 있는 직업 이름도 만들어서 여기저기 올린 적 있는데, 문제는 진도가 안나가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답을 이 책이 줬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저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를 자신의 미션이자 질문으로 삼아, 요식업을 도구로 그 끊임없이 미세한 경험혁신을 해온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말, 재료, 가격, 조명, 디자인, 세일즈, 채용 등의 매우 구체적인 디테일을 통해 고객을 기쁘게 해줄 것인가. 이 문장은, 그런데 매우 깊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
이 문장에는, ‘나’가 없다. 섣불리 내가 뭔가 멋지고 대단한 일을 하는 혁신가이니 어쩌니 하는 설레발도 없다. 완전히 이타적인 문장인데, 이 책을 살펴보면 저자는 이 고민에 집중해 수십년동안 몰입해 온 것이다.
둘째, 이 문장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비합리적인 고집이 없다. 저자는 ‘어떻게’라고 묻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업인 이자카야는 기술으로 승부하는 고급 요식업과는 다르게 초보이자 비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며, 고객을 기쁘게 하는 일이 왕도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훈련받은 전문가, 먹물, 자기가 똑똑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편향과 함정에서 처음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겸손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대단한 제품을 파는 멋진 인간이야!라고 정의하고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냥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저들을 기쁘게 할 것인지 묻고 있을 뿐이다. 이 문장은 고객을 기쁘게 해서 지갑을 더 열 것인지, 내가 떼돈을 벌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없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카시는 ‘고객’이라는 단어도 자주 쓰지 않는다. ‘손님’이라고 부른다. 어감이 매우 다르다. 이건 철저한 이타심인데, ‘나는 관대하다’는 식의 영웅적 사고의 함정을 성공적으로 비켜간데다가, 이 이타심의 장르도 어떤 대단한 경험을 주느니 하는 허영이 없이 ‘기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장르의 감정이 요식업과 매우 잘 맞기도 하지만, 경험 제품을 팔고자 하는 여러 비즈니스퍼슨이 놓치고 있는 핵심이 아닌가 한다. 인간을 기쁘게 한다는 것.
겸손함과 이타심에 기반한, 힘을 쫙 빼고 순수하게 타인의 기쁨을 바라는 마음, 이것이 나에겐 첫번째 뚝배기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둘째, ‘파는 능력’이라는 개념은 가히 혁신적이다.
다음 인용구를 보자. “‘판다’는 것은 1) 메뉴를 기획하고, 2) 재료를 사서, 3) 만들고, 4) 그걸 PR해서, 5) 실제로 판매하고, 6) 손님한테 “어떠세요?”라고 반응까지 확인하는 것.”
이 개념이 나에게 혁신적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판다’라는 단어가 저급하다는 먹물 특유의 편향을 깨준다. 사회과학을 공부했거나, 대학원을 나왔거나, 나름대로는 공부를 좀 했고 책도 좋아하는 사람이 빠지기 정말 쉬운 편향이, ‘자본주의 나쁘고, 영업은 내가 하는게 아니며, 운영도 나랑은 안맞고, 판다는 단어는 써본적이 없다’는 식의 나이브함이다. 책으로 삶을 배웠고 먹물만 갈다가 청춘을 보냈기에 내 능력으로 뭔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팔아본 적이 없는, 비자본주의적인 허약한 인간이 빠지기 쉬운 편향이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결국 뭔가를 파는 거다. 좋은 걸 팔아서 더 팔고 더 팔아서 사이즈를 키워서 손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비즈니스다. 그걸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 거 다 좋은데, 결국 ‘파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런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둘째, 다카시가 정리한 ‘판다’는 개념은 기존의 비즈니스나 스타트업 이론이 다 쪼개고 발라놓아서 마치 서로 다른 장르인 것처럼 보이는 영역들이, 결국에는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예를 들어 IT 제품(앱이나 웹서비스)를 파는 회사의 경우, 기획, 프로덕트매니지먼트, 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이라는 직군이 다 나뉘어 있고, 고도화된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 이론을 사용한다. 이 와중에 고객은 아주 쉽게 데이터로 추상화된다. 고객은 서비스를 ‘고용’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한다고 하는 진리를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다. 스타트업계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프로덕트’에 대한 경계심 얘기가 종종 들리는데, 만약 대표와 팀이 ‘우린 결국 이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좀 적어지지 않을까 한다. 고도화된 일을 할 수록 ‘나는 영업과는 거리가 멀어. 나는 전문가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쉽고, 자연스럽게 고객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진행하는 책모임을 사례로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읽었는데, 다카시의 질문을 계속 마음에 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멋진 말과 글의 아무말파티에 숨어서 ‘손님’의 존재를 까먹은 건 아닌지.
비즈니스의 본질은 결국 무언가를 파는 것이다. 나도 문제해결 좋아하는데, 문제해결의 주체가 우리(나)고 우리는 멋지다는 힘이 많이 들어가는, 아주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 것 같다. 제품을 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손님인 것 같다.
다카시가 묻는다.
‘어떻게 해야 손님이 즐거워할까?’
[내가 밑줄을 그은 문장들]
“자기 앞에 있는 손님은 무조건 자기 팬으로 만들어”
손님이 찾아와도 그가 다시 와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새로운 손님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손님을 기쁘게 해주고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가게 한다면 다시 오고 싶어질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아버지는 “음식점은 건전한 ‘다단계 사업’이야”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가게를 좋아해주는 손님이 다음 손님을 데려와주고, 그 손님이 또 다음 손님을 데리고 찾아와주니까. 가게라는 건 그런 식으로 성장해간다는 의미였다.
가게를 만들 때 내 머릿속에 이미지화했던 것은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고 싶어지는 가게”였다. 주변에 역 같은 게 없는 그런 장소였는데 “오, 이런 데도 가게가 있네?” 같은 얘기를 하며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걸어오는 거다.
‘어떻게 하면 저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메뉴의 종류나 음식의 수준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손님들이 얼마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느냐!’ 하는 거야.
난 항상 가게 아이들에게 말하곤 해. 요식업계에 들어선 이상 언젠가는 자신의 가게를 가지라고 말이야. 그런 꿈을 가지라고! 스스로 가게를 경영한다는 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야. 무엇보다 내가 노력한 만큼 확실하게 대가를 챙길 수 있으니까. 평생 누군가 밑에서 투덜거리면서 일하기보다 자기 가게를 가져! 그리고 장사를 즐겨! 나는 그렇게 생각해.
‘어떤 손님을 타깃으로 한 가게를 할까?’가 아니라 ‘어떤 가게를 해야 내가 즐거울까?’를 생각해야 해. 그곳만의 가치관이 있는 가게, 그래서 손님들이 ‘멋지다’고 말해줄 수 있는 가게를 만들라고.
그 가게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기 때문에 ‘그 주인은 멋지다’고 손님들이 생각해주는 거야.
‘어떻게 해야 손님이 즐거워할까?’ 이걸 생각하는 능력을 몸에 익힐 수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 난 이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야.
자고로 가게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보지 않으면, 가게를 경영하기 위한 진짜 실력이 생기지 않아. 빚도 자기 혼자 책임지고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어야 비로소 ‘가게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원동력이 생겨나는 거야.
성공에 지름길은 없어. 무조건 현장에 나가 ‘어떻게 팔까?’ 머리를 쥐어짜내고 고민하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야.
원하는 걸 생각하고 이미지화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 상상해보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가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손님이 좀 더 즐겁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해서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놓치지 말고 상대에게 어필하는 것. 그런 욕심이 필요한 거야.
우리가 하려는 이자카야는 기술로 승부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손님을 즐겁게 해줄 방법을 고민하면 되는 거야.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게 되는 거야. 그것은 곧 기회이며 실력의 바탕이 되는 거야. 그렇게 고민할 때만이 비로소 가게를 성공으로 이끄는 실력이 붙기 시작하는 거라고.
접객은 무조건 경험이 중요해. 내가 어떻게 하니까 손님이 이렇게 반응하더라, 이걸 계속 쌓아나가는 거야.
‘판다’는 것은 1) 메뉴를 기획하고, 2) 재료를 사서, 3) 만들고, 4) 그걸 PR해서, 5) 실제로 판매하고, 6) 손님한테 “어떠세요?”라고 반응까지 확인하는 것. 거기까지 빈틈없이 하지 않으면 안 돼. ‘반값 세일’은 매일매일 이 1~6의 훈련을 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