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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벗 Jun 13. 2023

잘 알려지지 않은 몰입의 조건: 정보의 구조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점을 챙겨보세요 

빠른 시간 내에 몰입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몰입의 조건으로 1) 자신이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일일 것, 2) 적절한 난이도일 것을 말합니다. 그 유명한 칙센트미하이 슨상의 그래프의 엑스축과 와이축이죠. 전에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이 두가지 요소는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몰입에 들어가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데 갑자기 의미를 느낄 수 있나요?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해 ‘한계 지점에 밀어붙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런 관점에서 지난 시간동안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해본 결과, 몰입에 빠르게 도움이 되는 ‘요명차’라는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요가, 명상, 차(보이차)인데요, 유독 이 세가지 활동을 한 직후에 아주 매끄럽게 몰입 경험에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이 직장 내에서 요가, 명상, 차를 활용해 짧게라도 몰입(소몰입)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명상을 일터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계속 연구하려고 하지만요. 예를 들어 이전에 제가 팀장일 때는 회의 시작을 명상으로 했었죠.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프레임워크’입니다.


외부 파트너와 콘텐츠 협업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유독 심리적 저항이 높아져서 해당 작업이 지체되고 퀄리티 있는 작업이 나오기 힘든 경험을 하게되는데요, 이런 사례를 생각해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션이 아니라 ‘구글독’을 사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구글워드나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경우, 이미 매우 고도화된 상태의 문서 양식이 날아옵니다.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해 작업기억 영역에 남겨두어야 하고, 각종 규칙이나 따라야 할 요소들도 많으며, 동시에 창조적인 작업을 해내야 합니다. 뇌에 과부하가 오죠. 보통 이메일에서 이런 링크를 받으면, 저는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뇌에 과부하가 와서 미루게 되는 것이죠. 일단 긴장수준이 높아지고 한꺼번에 다수의 작업을 해야한다는 기억이 생겼기 때문에, 이 작업에 대한 기대치를 바꾸고 자유롭고 재미있게 창조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우에는, 그나마 좋은 콘텐츠가 나왔던 경우는 모두 텅 비어있거나 최소한의 구조만 있는 노션 빈페이지나 템플릿을 활용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텅빈 하얀 페이지는 창조의 열정, 창조적 자신감을 불태우게 해주죠. 규칙에 맞거나 맞지 않는 것은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기획상 기억해야 하는 요소는 머리속에 암묵적으로 기억해두고 작업기억 공간에는 새롭고 참신하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텅 비워두는 겁니다.


‘프레임워크’는 다른말로 하면 ‘정보의 구조’가 됩니다. 즉 주어진 과제의 정보 구조에 따라 성장러는 긴장수준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힘을 써가며 집중해 작업을 해내기도 하고, ‘뇌를 이완’한 상태에서 물흐르듯이 뭔가 새로운 것을 뽑아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존의 프레임워크가 세세하게 짜여져 있고, 규칙과 정보의 구성이 미리 정해져있다고 해서 항상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창조성의 발현이 저해될 뿐이죠. 많은 경우에는 작업자가 매우 심플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설계choice architecture’가 완성되 있는 경우에, 매우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토스와 같은 앱의 UIUX나, 왠지 사용자 경험이 좋은 매장, 교육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면 ‘투마치’를 극히 제한해 ‘미친듯이 심플’한 정보가 제공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만개의 보험 중에 당신이 알아서 검색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 이 세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고르면 다음 세가지 옵션을 드리지요’라는 식인거죠.


즉, 비즈니스를 만드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서 팀원과 고객이 접하게 되는 정보의 양과 프레임워크, 기대치의 농도 등을 적절하게 재배열하고 경험을 설계함으로써,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수많은 문서양식의 바다 속에서 그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처리해서, 내뱉어야 하는 고된 정보노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결국 큐레이터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겠죠. ‘투마치 지식’은 핵심만 추려진, 아름다울 정도로 심플한 정보를 이기지 못하니까요.


한명의 일하는 사람으로서 몰입시간을 최대한 늘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업하는 프로세스를 세세하게 구분합니다. 단순 정보노동, 리서치, 아이데이션, 상호작용과 협업, 창조적인 작업, 수정과 편집, 피드백 과정 등은 모두 다른 프레임워크를 요구하고, 정신적으로도 레파토리가 조금씩 다릅니다. 많은 경우에 이 중 다수를 한꺼번에 하려고 하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떨어지죠. 글쓰기로 말한다면, 아이데이션, 리서치, 글쓰기를 한번에 다 하려고 하면, 거의 반드시 좋지 않은 글이 나오더군요. 평소에 읽고 정리하는 습관은 따로 만들어놓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놓으며, 쓸 준비가 되었을 때 이미 정리된 자료와 아이디어를 엮어서 글 하나 뚝딱 쓰는 연습을 하면, 퍼포먼스가 훨씬 올라가겠죠. 뇌가 창조성을 발휘해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니까요.


몰입해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 할 때는, 노이즈를 최대한 줄여주고, 이미 정해진 프레임워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상대가 정보로 가득찬 구글문서나 스프레드시트를 보내오면, 그 정보를 파악하고 이번에 아이데이션 할 핵심 내용만 노션으로 옮겨서 새롭게 만들어 작업하고 다시 옮기는 것이죠.


궁금하신 분은 없으시겠지만, 누가 보내주신 스프레드시트를 보고 노이즈가 많아져서 이 글을 쓰러 온 것은 아닙니다(!?).


몰입해서 일하고 계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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