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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웅 Dec 14. 2022

삶의 밀도#3

관계(2) : 직장 동료

 직장인들은 가족보다 직장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가족과는 매일 밥을 먹지 않아도 직장 동료와는 점심과 차 한잔 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대화 주제의 범위도 다양할 것입니다. 물론, 일반화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요. 직군, 직장문화, 조직 분위기 등에 따라 대화의 양과 질이 다를 테니까요. 업무, 취미, 여가, 연애, 투자(부동산, 주식, 코인),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도 많이 하죠. 저의 경우는 가족과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대화의 질은 모르겠지만, 양적으로는 직장동료와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갈등도 많이 겪죠. 업무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럴 거고요. 살아온 환경, 겪어온 경험, 쌓아온 지식, 터득한 지혜 그리고 형성된 대화 방식이 다르다 보니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갑니다. 이 와중에 각 개인이 지닌 유연성, 탄력성, 공감 능력과 개방성에 따라 회의 중에 더 나은 대안이 마련되기도 하는 반면에 급발진을 해 감정이 상해질 때가 많죠.


 또 매년 업무분장 회의를 하면서도 나 보다 동료의 일이 적어 보이기도 하지만 업무량이 더 과중되는 결과를 맞이할 때면 속상합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요. 친한 동료에게 험담을 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위로받습니다. 또, 지내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편해질 때가 있고, 어느 때는 그냥 저 친구는 저렇게 생겨먹었구나 하면서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직장 상사는 또 어떤가요? 리더십도 제각각이라서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유능한 리더십, 무능한 리더십, 유능하면서 겸손한 리더십, 유능하면서 교만한 리더십, 무능하면서 겸손, 교만한 리더십. 정말 생각만 해도 한 숨부터 나오는 리더십은 참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네요. 이렇게 돈 버는 게 힘들구나 하면서 다들 직장생활 견뎌내고 계시죠?


 저는 24세 때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내게 직장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죠. 그래서 저는 ‘학교’라고 여겼습니다. 매일매일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관계적인 부분에서 그랬습니다. 저는 MBTI로 따지면 ‘E 성향’의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실제 말하는 거 좋아하고, 낯선 사람들과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형성합니다.


 일에 있어서도 직장은 제게 많은 것을 깨우쳐주었고, 그럴싸한 사람으로 발전시켜주었습니다. 내부기안, 계획서, 기획안, 사업 진행 및 결과보고 등. 무엇 하나 쉬운 건 없었지만 어느 하나 제게 가르침을 주지 않은 일 또한 없습니다. 직장상사들 덕분에 저는 성장했습니다. 무책임하면서 고집 센 상사, 유능하면서 고집이 없는 상사, 정말 다양한 상사를 만나면서 저도 많이 급발진했고, 때로는 수긍했습니다. 문제를 제 안에서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울기도 했고요.


  직장 동료는 제게 자기계발서와 같은 존재입니다.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에너지적으로 잘 맞지 않는,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그냥 나와 맞지 않은 사람. 반면에 그냥 저와 잘 맞는 사람도 있죠. 둘 다 제겐 저를 많이 깨우치는 그리고 나를 많이 돌아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정을 공유하는 반 강제적으로 형성된 사회관계. 여러분은 어떻게 이런 관계를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여 중요한 시간들을 채우고 있나요? 저도 뭐 그리 살뜰하게 동료들과 정을 나누거나 진심을 공유하지는 않습니다만, 마음 한 구석에서 덕분에 내가 많이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에 진지하게 공감하기도 하고요. 나를 깨우쳐준 만큼 저도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스페인의 영성가이면서 지성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의 적에게 늘 화해의 문을 열어놓아라”.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가장 큰 한 가지는 언젠가 제가 동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동종 업계에 종사하면 저에 대한 평판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귀로 전달됩니다. 당신에게 현재의 동료는 아군인가요? 아니면 적군인가요? 적군이어도 관계없습니다. 여지를 남겨두면 됩니다. 바로 화해 그리고 용서의 여지입니다.


 가족은 가족이라서 관계의 선을 냉철하게 가져가지 못하는 반면에 직장동료는 필요에 의해서 순전히 나의 편의를 위해서 적당히 분노하고, 참고, 처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난처해질 때 가장 손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직장 동료를 통해서입니다.


  종종 적보다 못한 직장 동료의 꼴을 보노라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무시하고 싶겠지만, 화해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들이 지닌 다양한 경험과 지식, 지혜, 처세술을 통해 배우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성인이라면, 우리 삶에 있어서 가족 다음으로 영향을 가장 많이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화해의 문을 열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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