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니는 누구의 것인가?

죽음 앞의 탐욕과 치과의 윤리

by 한동헌

얼마 전, 장례식장에 몰래 들어가 안치된 시신에서 금니를 빼내 훔친 사건*이 화제에 올랐다. 2020년 5월 14일 새벽 오전 3시 30분쯤 부산 사상구 한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냉장고에 있던 시신 3구에서 금니 10개를 뽑은 것. 금니를 뽑은 뒤 밖으로 나가려던 범인은 ‘안치실 냉장고를 여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시신의 금니를 팔아 돈을 마련코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찾아보니 시신의 금니에 대한 탐욕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듯하다. 금니는 기원전 630년 경부터 지중해 에트루리아인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으로 장식한 앞니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는지 로마시대 와서는 금을 씌우는 미용치과 시술이 흔해져서 탐욕스러운 친척들이 망자의 금니를 놓고 싸움이 벌어졌고, 이를 막기 위해 시신의 금니를 시신과 같이 묻거나 화장해야 한다는 법령이 선포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1925년 독일의 한 의사는 <시체가 지닌 금>이라는 글에서 금니를 시체와 함께 매장하는 것은 낭비이니 금니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체를 소각해서 금을 추출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유대인 혐오가 횡행했던 당시 유럽, 특히 독일에서 유대인이 죽어서 금을 갖고 가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퍼졌다고.
이후 독일 나치는 유대인 학살 과정에서 살아있는 유대인에게서는 돈과 귀중품을 빼앗았지만, 가스실에서 죽은 유대인의 시체에서는 금니를 뽑았다. 가스실의 사후처리는 너무 끔찍해서 독일군은 자신들이 하는 대신 수용소 수감자 중 일부를 뽑아 그 일을 하도록 했다. 이들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 중 치과의사 출신이 금니를 뽑았고 시신 처리 작업이 끝나면 SS대원이 적출된 금니의 개수와 시신의 발치와 수를 맞춰보고, 만약 금이 누락된 것으로 간주된다면 해당 존더코만도는 그 자리에서 소각로에 던져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금니는 금괴로 만들어져 매월 친위대 위생국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옛날이야기라고? 천만의 말씀. 경기도의 한 화장장에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고인의 유골을 수습한 화로 바닥에 녹아 눌어붙어 있는 금니의 금을 긁어 모아 금은방에 팔았고 이렇게 판 횟수가 5년간 25번, 약 2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대구의 한 화장장에서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같은 방식으로 금을 모아 1400만 원을 챙겼다. 결국 모두 경찰에 적발되어 법의 처벌을 받았다.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없고 황망한데 시신을 화장할 때 금니를 빼 달라고 요청할 유족이 있을까? 더구나 고인의 금니를 뽑아달라는 건 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실제 유족들이 굳이 '금니를 돌려 달라'라고 하는 경우는 각 화장장 별로 1년에 1~2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실 화장 후 남은 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황금이 아니고 검게 탄 금속이니… 처리 과정을 거쳐야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그 금이 된다. 하여간 이들에게 적용된 건 ‘절도죄’. 유족의 것을 훔쳤다는 뜻이다.****
당시 옆 나라 일본은 시신 화장 후 적출된 귀금속 등의 처리에 대한 규칙이 있어 공매 처분해 지자체 예산으로 사용한다고 했지만 한국은 관련 법이 없었다고. 그 후 규정이 생겼는지 한국의 지자체도 시립화장장에서 화장 이후 남아있는 금 등의 화장 잔류물을 모아 유족에게 돌려주고 유족들이 수령을 않을 경우 공매 등으로 판매한 다음 시 수입에 편입한다는 기사가 났다. 서울시 시립화장장인 승화원과 추모공원 2곳에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간 약 700g의 금이 서울시 수입으로 처리되었다고. 다만 다른 지역의 화장장은 금 수거량이 없거나 화장 잔류물에서 금을 따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다.*****

미국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콜로라도 주 덴버의 장의사 메건 헤스(43)와 그녀의 어머니 셜리 코흐(66)는 망자의 금니를 뽑아 판 돈으로 온 가족이 디즈니랜드에 놀러 갔다는데... 기사에 따르면 콜로라도에서 연구와 교육을 위해 시체를 파는 것은 합법이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시체에서 금니를 뽑아 파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고 한다.******

하지만 금니와 관련된 이런 이야기도 점차 사라질 것 같다. 세계금위원회(WCC)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치과용으로 사용되는 금이 2005년 67톤, 2010년 45톤, 2015년 18.9톤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치과대학 수업 시간에 “금은 치아와 비슷한 강도와 열전도율 등 생체 친화성이 커서 가장 좋은 재료다”라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최근 치과 재료의 변화와 발전을 생각해보면 금은 앞으로 더 사용이 줄어들 것 같다. 가장 좋은 재료, 가장 좋은 치료법도 당대에 가장 좋은 것일 뿐인데 만고 불변할 것이라는 생각도 부질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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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어려워 시신 금니 10개 빼내 훔쳐…" 조선일보 2020년 5월 14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4/2020051401783.html
**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그레그 제너
*** 위키피디아
**** 화장하고 남은 뼈 추릴 때 녹은 금니 '슬쩍'. 머니투데이 2011년 12월 1일.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1120116102258105
***** 화장하고 남은 금니는 市예산으로…서울 1년간 순금 700g. 연합뉴스 2016년 3월 10일 https://www.yna.co.kr/view/AKR20160308170200004
****** Funeral home owners accused of selling gold teeth from dead bodies, using the money for vacations. CRIMEONLINE 2018년 1월 12일. https://www.crimeonline.com/2018/01/12/funeral-home-owners-accused-of-selling-gold-teeth-from-dead-bodies-using-the-money-for-va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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