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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Aug 17. 2022

다양한 세상

다양한 교육제도 다양한 부모 더 다양한 아이들


"영국?"

어느 날 조카가 영국에 공부하러 간다고 전해 들었다.

"갑자기?"

"글쎄 말이야... 미리 이야기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 말을 이렇게 듣냐... 서운하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서운함. 그건 아마 한 달 전쯤 서로 전화로 어떤 문제를 의논했는데 그때 충분히 이야기할 분위기였을텐데 말없다가 영국 가는 걸 다른 사람에게 전한 이야기를 또 전달받았으니 내가 그런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또 밀려오는 복잡 미묘한 떨떠름함은 무엇인지...


영국에 공부하러 간다 하면 대학생인가? 할 텐데 조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3월생이라 꽉 찬 5학년의 모습은 중학생이다.

활발한 성격에 어렸을 때부터 주입된 것들이 많아서 스스로 많이 알기를 자처하는 조카는 엄마가 칭찬하는 일이라면 열심히 배우러 다니면서 스스로 범생이 역할에 충실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만의 엘리트 인식이 있어서인지 초등학생인데 좀 놀려라 라는 데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콘크리트 교육관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수학을 가르치지만 나처럼 헐렁한 교육관을 가진 사람의 말은 흘려버리는 것 같으니 그냥 지켜만 보며 입 다물고 있으려니 안타까운 점이 참 많던 중이었다.


8월 17일 영국행 비행기

이 비행기를 타는 또 다른 아이를 알고 있다.

남편이 영국 사람.

부인은 한국사람.

영어를 가르치는 부인을 알게 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3 살 4살 정도였던 아이들이 벌써 그 집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시부모가 영국 호젓한 외곽에 작은 성처럼 생긴 집에서 농장도 운영하고 있다고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대를 이어서 살아서 주변 풍경이며 이웃들이 참 좋은 곳이라고 들었다. 그곳에 내가 가르치는 학생하고 둘이서 방학 여행을 다녀온다.

큰아이는 안 간다 해서 왜 안 가냐고 물어보니

"친구도 없는데 가서 뭐해요?"

듣고 보니 반항기에 접어들어 모든 게 고까운 첫째께서는 고물가 고비 행기 비용에 굳이 게임을 비싸게 영국까지 가서 느린 속도로 할 필요가 없으니 갈 이유가 없겠다 싶었다.

이쪽은 코로나로  할머니 할아버지 본지도 오래되었으니 작은 손녀와 친구를 여행겸 보내서 노부부와 즐거운 추억의 시간을 계획한 거라 적당한 시기에 좋은 경험이 되고 추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기 초 15일 정도 학교를 못 나가지만 초등학생이 좀 쉰다고 학습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어도 미미할 뿐이다.

오히려 며칠 쉬거나 공부에 손을 놓을 필요도 있는 게 부모들은 불안해 하지만 훨씬 성숙되는 기회가 된다.


그렇게 같은 나이에 학생들이 하나는 알차게 놀러 하나는 알차게 공부하려는 목적으로 영국으로 날아가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영국행을 원하는 다른 한 명을 얼마 전까지 가르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홈스쿨링을 했다고 했지만 사실 엄마가 솔직히 털어놓기는 방치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국제학교를 전전하거나 집에서 인터넷 강좌를 듣게 했다는 걸 보면 정규과정을 안 다녔을 뿐이지 목표하는 바가 남달라서 무엇인가를 시켜보기도 하고 계획도 짜고 있었던 것 같다.

2차 고등 졸업 검정고시가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다.

수학은 도저히 혼자 공부가 되지 않는다며 누구 소개를 받아 내게 몇 달만 수업받은 학생이었다.

중학교 수학도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시험 보게 하는 데까지 좀 힘들었다.

그래도 점수가 잘 나왔다고 어머니께서 고맙다고 하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시험 보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 원리를 알게 한 게 아니라 처음으로 시험 보는 요령을 가르친 어이없는 꼼수를 부린 것 같아 여러모로 가르치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학생이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영국으로 가려고 검정고시를 패스하면 대학 사전 교육 같은 개념의 교육을 받는다나? 아마도 해외대학 컨설팅을 해주는 곳에서 그런 가이드를 받고 연계도 해주는 거 아닌지 짐작해 보는데.

이 학생이 아버지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영국이 유명해서 영국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그런데 그 계획은 사실 엄마는 본인이 계획했다고 했지만 아이와 쭉 이야기해보니 엄마가 80% 아이가 20% 정도 참여한 계획이 아닐까? 싶다.

그 계획대로라면 수학을 좀 잘해야 하는데 아이는 성품도 성향도 수학 공부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었다. 학교를 거의 안 다녔기 때문에 정규수업을 받으며 수학을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고 어디서 단추가 잘 못 꿰어졌는지 많은 개념이 누락된 채로 고등학교 과정을 치러야 하는 나이가 되었던 것이고 게다가 엄마가 너무 수학을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수학 못해도 잘살지 않냐는 나름의 철학 때문에 아이는 그것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서 수학 못해도 되는데 이런 거 어디다 써먹냐고 본인이 이해 안 가는 것에 대한 탓을 수학으로 돌리는 모습에 여러 번 '뭐지?' 라며 속을 쓸어내렸었다.

그래서 어느 날 네 꿈을 네가 설계 한 거니?라는 나의 말에 얘는 엄마와 상의해서 정했다는 답을 했다.


부모들은 내 자식을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릴 때. 나도 그랬고.

그렇게 믿고 있을 때는 누가 얘는 어떻고 저떻고 이야기할 때 내가 가진 아이에 대한 관념과 다르면 듣지 않는다. 물론 부정적인 말일 때 더욱더.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이런 갭이 더 큰 거 같다.


수학학원에서 보는 레벨테스트를 통과하려고 친척들 모임에도 못 나왔던 조카가 레벨테스트를 통과해서 레벨 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해줘야 하는 현실도 슬프고 방학 때까지 학원으로 뺑뺑이 돌다가 여행이 아닌 영국행 비행기를 타고 사회성을 막 키울 나이에 국적도 다른 영국 애들과 공부하는 현실도 슬프다.


부모가 정해준 꿈이 최고기 때문에 반박할 근거도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자기가 그걸 제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풍요 속에 놓여있지만 완전히 다른 결핍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찜찜함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영우의 방귀 뽕 대장같이 그들을 놀게 해 줄 방귀 뽕 부모를 보기는 참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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