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수 Sep 14. 2022

집중 짧은 고3

집중과 산만의 차이

9월 고3 모의고사를 작년보다는 일찍 봤다.

여름방학 내내 준비시킨다고 했는데 일찍 보는 바람에 EBS 수능 특강 수 1 수 2 확통까지 한 바퀴를 돌려야 하는데 수 1 겨우 다 풀리고 수 2를 풀리다가 9월 모의고사를 보게 되었다.

나와 공부한 시간은 고2 때 2학기 때부터여서 2학기 중간고사, 기말시험 준비를 하면서 어르고 달래 시험을 치르고 나니 그래도 수 2 미분 적분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만 개념을 알려줘도 바로 기억을 소환해서 풀어나간다.

그런데 수 1은 고2 1학기 때 혼자 공부한답시고 하다가 포기한 부분이라 수업시간은 수업시간데로 날리고 머릿속에 수 1 개념은 남아있지가 않다.

그래도 3월 6월 7월 모의고사를 짬짬이 준비시키며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수 1을 공부했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계속 자신 없어한다.

왜일까?

시험 준비만큼 집중해서 문제를 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

그리고 나와 공부한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공부하게 될까?

어떻게 해야 공부한 것이 머릿속에 남게 될까? 를 생각해 보게 된다.


열나게 가르쳤는데 돌아서면 까먹는 허탈함을 극복하고자 학생에게 이 방법 저 방법을 참 많이도 써본다.


예전에 학교에서 방과 후 선생으로 수학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집중시키나 그게 고민이었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20명 정도의 학생들과 수업하는 1년은 내게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그때 나는 수학 공부보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교육서를 찾아 심리나 교육방법 등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 스스로 위로하는데 그 책이 쓰였지 이론적인 방법을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계약한 1년만 채우고 재 계약을 안 했다.

두 세명의 아이들만 따라가는 수업을 할 수도 없고 전혀 수학과 담쌓은 아이들을 위해 놀이수학을 할 수도 없고... 방과 후 선생으로 할 수 있는데 한계를 느끼며 학교 선생을 존경하게 된 시간이었다.


그래도 그때의 그런 노력이 쌓여서 인지 지금 내 앞에 앉아서 공부하기 싫어서 또는 이해하지 못해서 투정 부리는 학생의 마음이 이해가 잘 되다 못해 감정이입까지 돼서 딱하기까지 하다.


지금 고3 학생이 그렇다.

고3이 주는 타이틀이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라는 마음을 가진 학생에게는 그래도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 건지. 문제가 잘 풀리면 신나서 좀 푼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고등학교에서 얼마나 될까? 두 세문제 풀다가 막히면 이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엉덩이가 들썩이고 허리가 왔다 갔다 한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힘들면 음악을 들으면서 풀어 봐도 괜찮다고 했다.

문제 풀고 틀린걸 나와 함께 다시 푸는 방법으로 하기 때문에 그때는 음악을 끄면 된다고.

이어폰으로 뭘 듣는지 모르지만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음악을 다른 음악으로 바꾼다.

핸드폰 만지느라 문제를 못 푸는 모습을 좀 지켜보다가 '이러라고 음악 듣게 한 게 아닌데... 조금만 더 참자'

하다가 도저히 못 봐주겠어서 한마디 했다.


처음부터 음악을 듣게 한 건 아니다.

좀처럼 집중을 못해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 했더니 음악을 들으면 자신이 좀 차분해진다길래 그렇게 해보자 한 것이다.

공부할 수 있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학생마다 다르니 그래도 고3 정도 되었으면 어느 정도 의논이 가능하니까 함께 찾고자 해서 찾아 놓은 방법이다.

본인도 혼자 문제 풀라고 숙제를 내주면 이렇게 해보니 좀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곧잘 숙제를 해왔다.

나와 수업을 시작할 때는 군기가 잡혀 뭐든지 열심히 할 것 같더니 조금씩 시간이 지나니까 헤이해 지면서 핸드폰 들여나 보는 시간만 길어지고 숙제를 소홀해 오더니 나와 배운 개념을 까먹어서 오기 일수였다.

개념을 까먹으니 와서 확인 문제 풀 때 어디서 보긴 봤는데 어떻게 풀었는지 막상 손대니 안 풀리는 거다.

흰 얼굴이 벌게지고 시작한다.

'얼굴 벌게지는 거 보니 문제가 안 풀리는가 보네. 그러다 터지겠다 야'

아이가 끙끙거리고 문제를 풀어 보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혼자 무엇을 해보려고 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 모습 오기까지 길게 느껴지는데 1년밖에 안 흘렸다.

처음엔 혼도 내고 그만두라고 협박도 하고 엄마한테도 이르고 해서 잘해보려고 했는데 엄마한테 이른 것은 이 학생에게는 오히려 독이었다.

엄마한테 혼나고 온 날과 그래도 엄마의 칭찬이 있었던 날과는 완전히 다른 자세를 보인다.

약간의 칭찬만으로도 의욕적으로 공부를 한다.

하지만 공부 좀 한다 하는 아이의 집중력에 비하면 십 분의 일정도?


 솔직히 고3을 가르치려면 나도 준비를 좀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어려운 4점 자리는 미리 풀어봐도 막상 학생에게 가르치다 보면 어? 내가 여기서 왜 이렇게 생각했더라? 하는 깜박 증세가 종종 나타나서 문제를 풀어서 답이 맞아도 다시 정리해 봐야 한다.

내 성격도 그다지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 한번 풀었는데 답이 맞으면 다시 풀면서 정리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가르치려니... 게다가 어디서 이 학생이 질문할지 모르기 때문에 또는 얘는 이 방법을 잘 이해 못 할 수도 있어서 등... 여러 가능성이 있으면 그 가능성데로 설명할 거리와 이해해야 할 핵심을 짚어 줘야 하는데 그러려면 준비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에너지를 더 쓰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해서 막상 고3 학생하고 딱 마주해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하면

집중 잘하는 학생은

어느 정도까지 본인이 푼 게 있고 어디까지는 생각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설명을 하거나 그 방법에 대해 적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다 내가 막히면 학생도 고민하다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보완적으로 문제 하나를 헤치고 모아서 자신의 개념을 완성한다.

그리고 한번 더 문제 하나를 두 가지 방법으로 풀어서 정리해 본다.

자신이 이해한 방법 또는 하다가 막혀서 서로 설명하면서 이해해서 완성한 방법 등으로.

그렇게 공부해서 풀어놓은 문제는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고 응용도 가능해진다.


그런데 집중을 잘 못하는 학생은

일단 문제를 풀다가 보면 어느 순간부터 안 듣는 게 보인다.

예를 들어 case1  a=1 일 때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풀고

              case 2 a=0 일 때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설명을 하는데 꼼꼼히 놓치지 않고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도 문제를 풀 때는 어디까지 어떻게 풀었는지 다음엔 어느 식에 대입해야 할지에 대해 흐름을 기억해서 풀어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내 말을 듣고 있나 어디까지 이해했나 상황판단을 하다 보면 맥이 끊어지고... 음 어디까지 했지

넌 이 말은 이해했어?

이렇게 확인하고... 혹시 2차 함수 개념이 필요하면 다시 2차 함수 개념 설명하고... 그 설명하다가 일차함수 설명하고 최대 최소 설명하다 보면 설명이 산으로 간다.

그러다 보면 학생은 학생대로 공부시간은 긴데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내가 뭘 들었는지 잊기가 일쑤다.


그래서 방법을 좀 바꿨다.

어려운 문제는 빼자.

그래도 어려운 문제에서 개념은 파악해야 이걸로 쉬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데... 미련은 남지만.


어느 날은 고3 아이가 머리를 밀어 버리겠다고 했다.

속으로 난 드디어 마음을 잡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9월 모의고사를 봤다.

생각보다 많이 점수가 덜 나왔다.

하긴 하루 전에 머리를 밀었으니 뭐 결심하고 하루 만에 점수가 오르겠냐마는...

그동안 나 혼자 떠들었다는 생각에 허탈했다.


모의고사를 아직도 풀리고 있다.

밀었던 머리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4점짜리 몇 개는 포기하고 나머지는 완벽한 풀이를 하기로 약속하고 다시 마음을 잡게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수능까지는...

공부할 길은 먼데 날짜는 얼마 남지 않았고 인생에 있어서 고3은 다시 오지 않는다.

수능까지 두 달 남았을 때 내가

 '두 달만 참자 네 인생에 두 달 짧잖아. 그러니 다시 오지 않은 고3의 두 달 좀 열심히 해보자.'

라고 나름 근사하게 말했다 했는데

"사람은 언제 갈지 몰라요..."


그래 언제 갈지 모르니 오늘 열심히 살자라고 내가 말하면 이 녀석은 이렇게 말할 거다

그러니까 지금 놀아야죠라고...

그래서 난 못 들은 척했다.

그저 째려볼 뿐

작가의 이전글 다양한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