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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Nov 14. 2022

어느 별에서 온 학생

머리는 좋으나 게으른 학생


청소년고양이 하는짓도 중2


중학교 2학년 올라간다며 한 학생의 어머니께서 상담을 청해 오셨다.

대부분 누구누구의 소개로 전화를 해서 간단한 상담을 한 후에 학생과 함께 방문해서 자세한 분위기를 서로 탐색하면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각자 개인적인 판단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의논 끝에 나와 수업을 시작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 학생은 어머니께서 하실 말씀이 많다며 어머니만 먼저 상담하겠다고 하셨다.

첫아이고 이제 막 중2병의 증상이 나오는 시기라 걱정이 많으신가 보다 했다.

어머니의 걱정이 좀 많지만 그래도 마지막 어머니가 내리는 결론은 우리 아이는 잘할 거라는 기대심리로 결론을 내렸다.

내가 요즘 아이들의 특징을 이야기하면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두둔하는 듯하다가도 그럼 걱정 안 하셔도 되겠다고 하면 아니라고 얘가 이런 문제 때문에 걱정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자리를 벵벵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벌써 1시간 정도 지나게 상담했나?

수업받는 학생이 오고서야 내일 아이만 보내주세요 하고 어머니와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학생이 지금은 고2가 되었다.

수줍게 배시시 들어오며 웃음 짓던 귀엽던 내 눈높이의 키였던 학생이 이제는 고개를 꺾어 우러러봐야 할 큰 키의 학생이 되었다.

헤헤헤 웃던 웃음소리도 이젠 허허허 들리는 소리로 바뀌었고...

그런데 하는 짓은 여전히 '엄마 맘마 줘...' 수준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옆에 끼고 하나하나 가르치면 제법 문제를 푼다.

그런데 숙제를 내주면 한 문제도 손을 안 대고 온다.

처음 나와 수업하고 100점을 맞았다.

그다음 95점. 그리고 85점... 그다음은 중3 겨울 방학 때 고1을 준비하다가 여러 실랑이 끝에 한 학기 정도를 쉬었다.

다른 학원에 친구 따라갔다가 두 달 만에 그만두고 고1 겨울방학을 지내고 고2가 되어서 다시 나타났다.

중학교 때는 그럭저럭 질질 끌고 가도 머리가 좋은 편인 학생이라 10문제를 풀리면 개념 정리가 끝나는 정도의 수학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아이였다.

엄마가 오래도록 상담하며 나와 해답을 찾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래서 나와 수업하는 내내 엄마와 많이 상담도 했다.

어머니가 도와주셨으면 하는 것들. 그리고 내가 다그 처서 끌고 가야 하는 부분들.

어디까지 얘를 끌고 밀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자발성을 기대하려면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

한 학기 정도 쉬고 다른 데를 갔다가 와서인지 처음엔 아주 쪼금 철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맘 좀 잡아서 좀 하다가 시험 직전에 힘들어하더니 그래도 이번에 시험 점수가 아주 조금 올랐다.

본인의 기대치가 내려가서이기도 한데 처음엔 앞자리가 7자를 찍은 점수에 허걱 하고 놀라더니 이제는 7자만 찍어도 잘 봤다고 생각하는 상태에 이르다 보니 모든 자기 관리에 더 너그러워졌다.

볼링치고 싶어 안달에 엄마와의 타협으로 당구만은 안치기로 합의해서 게임은 집에서 볼링과 축구로 합의하에 방과 후에 남은 모든 시간을 여가생활로 할애하는 학생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2 -3일 쉬고.

수업하러 오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코로나 걸렸다고 다음날 어머니께서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중간고사 끝나고 10일을 쉬게 되었다.

그리고 나타나서 하는 말이...

'너무 쉬었더니 공부하지 못하겠어요

제발 오늘은 조금만 해 주세요 조금만...'

그래도 부여잡고 조금 진도를 나갔다. 이후 5문제를 목표로 이 문제들을 다 풀어 맞추면 보내준다고 했더니 놀라운 집중력으로 5문제를 완벽하게 잘 풀어냈다.

왠지 보내기가 억울한 이 느낌은...

'선생님 약속을 안 지키시면 안 돼요.

저 가슴속이 간지러워 죽겠어요'

이 아이의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괴로워 보였다.

이 5문제를 푼 것에 내가 감사해야 하나?

난 어느덧 얘한테 길들여져 버렸나? 갑자기 요것만 가르치고 보내는 게 맞는가 고민이 되었다.

'우성아 너 세상에 제일 좋은 게 머리 좋고 부지런한 거..'라고 말을 하려는데 내 말을 막더니

'맞아요 저는 제일 나쁜 상태예요. 부지런하지 못한... 전 절대로 부지런할 수 없을 거예요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전 답이 없어요 노답이죠?'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게으름과 성실하지 못한 면을 귀에 딱지가 지게 들어왔음에도 바꿀 수 없는 당위성에 이해해 달라는 학생의 얼굴은 이미 고통으로 까매져 가고 있었다.

'선생님 제발요... 저 지금 너무 괴로워요.

오늘 코로나 격리 풀려서 어제 애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데 같이 못 가서 너무 속상하단 말이에요'

친구들도 많고 성격도 좋아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축구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고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이 녀석은 머리는 좋지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고역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숙제라는 것을 나와 함께 공부하는 동안 온갖 협박과 위협을 엄마와 공조로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통하지 않는 학생이다.

이제는 그저 숙제를 내줄 뿐 해 올 것이란 기대를 많이 접었다.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내주고 그것을 해오면 '기쁘다 우성아 정말 잘했구나'

라는 감탄사를 내뿜고 스스로 놀란다.

정말 칭찬하는 거니 너?라고. 그래도 조금의 칭찬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더 과한 칭찬도 해 줄 수 있다.

말을 하도 안 들어 밉기까지 했었는데 미워한들 얘한테나 나한테 뭔 도움이 되겠나 싶어 측은지심으로 다시 들여다보며 사람마다 다 달라 그럼 그럼 하다가도...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수학 가르치는 일이니 어쩌겠나.

우성아 내가 더 과한 칭찬도 해줄 용의가 있다. 조금만 성실하면 아니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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