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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Nov 16. 2022

앞이 캄캄해요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감

내일이 수능날이다.

우리 아이들 수능이 끝나면 수능에 둔감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난 수능 날짜와 가르치는 고3 아이들의 컨디션을 챙기고 있다.

어제로 마무리한 고3 학생에게 작은 과자 상자와 간단한 응원 메시지를 쓰는데 힘내라...라고 시작한 말이 잔소리가 되어서 그 종이를 버리고 다시 새로 다시 썼다.

그냥 너의 앞날을 응원한다.

그동안 애썼다고...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가만 생각해 보면 공부를 하는 아이건 안 하는 아이건 모두 갈등과 힘겨움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즐겁게 지내야 할 시기에 싫은 공부를 하러 억지로 오는 모습은 내가 보기가 괴롭다.

마지못해 도착해서 의무적으로 공부를 하지만 겨우 머릿속에 쑤셔 넣다시피 한 개념이라 다음에 올 때는 다시 잊어버린다.

하아~ 보고 있으면 딱하다.

문을 딱 여는 순간 '전 너무 힘이 듭니다... 오늘 학교에서 에너지를 다 썼어요.'

라는 바디랭귀지를 읽으면 애써 무시하고 오늘 요것은 꼭 기억하고 가자... 라며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들이 의욕적으로 들어와 공부하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게 가능한가? 가끔 기어서 들어와서 그래도 수학이 쫌 할만한데~ 하며 공부해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심하게 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이 이번 고3이었다.

대부분 재학생이다 보니까 9월까지 내신이 끝나면 수시 원서를 쓰느라 마감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 한 학생은 내신이 너무 좋지 않다며 수능까지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였다. 그 점은 높이 사고 싶었다. 자신의 단점을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 하지만 실천은 잘 되지 않았다.

고민이 많았다.

앞 개념을 자꾸 까먹어서 다시 설명하다 보니 한 회분의 모의고사 문제를 한 주 동안 못 끝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3점 다 맞추고 쉬운 4점 6개를 목표로 하니 아이가 따라오기가 훨씬 수월했나 보다.

4회분까지 그럭저럭 잘 따라오는듯하더니 5회분부터 다시 상승곡선이 확 꺾기면서 의욕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거다.

속이 타서 잔소리를 좀 했다.

'선생님 대학 꼭 가야 해요?'

'너 공부하기 싫어서 막판에 와서 핑계 찾는 거지? 질문의 시기가 문제인데... 지금 물어봤으니 내 대답은 응 넌 지금 대학가야 해. 그러니까 이 문제 풀어야 된다.'

'그럼 언제 물어보면 대학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답하실 거예요?'

'네가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왜요?'

'대학 가지 않아도 얜 뭘 열심히 하겠구나 하니까...'

솔직히 요즘엔 부모들의 성화? 나 사회적 분위기에 못 이겨 공부를 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들의 학습력이 떨어져서 어느 정도 가면 공부를 못하거나 안 하는 아이가 된다.

그래서 간혹 현명한 부모들 중에는 아이의 상황에 따라 점수에 맞는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과를 보내서 아이가 자신의 역량이 키워져서 본인이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기간으로 대학을 보내기도 한다.

공부 좀 했다는 부모들은 이름 있는 4년 제 만이 대학으로 아는 경우가 있어 세상이 바뀌던 아이들이 힘이 들던 본인이 아는 것으로 아이들을 몰아붙인다.

나는 그쪽 편에 서 있고 싶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가끔은 그 쪽 편에 서 있게 되는 내 모습을 본다.

마지막 수업을 하는데 아이가 잠깐 엎드려 자고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다음 학생이 있으니 그냥 어서 풀고 끝내자니까

가만히 문제집을 보고 있다.

' 불안해요. 저 앞이 캄캄해요.'

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수능으로 미뤄 놓으면 뭔가 그래도 희망이 보일 줄 알았는데 내신마다 챙기는 번거로움이 더 나았다는 걸 지나야 깨닫는 상황인 것인지...

' 언제 또 이렇게 수학 공부를 하겠니

  오늘이 나와의 마지막 수업이다.

  요기 3개만 마무리하고 네가 여태껏 정리한 것 하고...

  내일은 삼각함수 미분 적분 함수 부분 오답노트 꼭 확인하고 시험 치르러 가'

'네에 ~ '

' 그동안 힘들었지.

  마지막까지 하는 데까지 애써봐.

  시험 잘 보고~ 언제 길에서 만나면 인사나 잘하자. 모른척하지 말기야!'

꾸벅 인사하고 가는 뒷모습을 보니 짠하다.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의 미래가 즐겁고 밝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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