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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수 Oct 31. 2024

60을 앞두고 일기 쓰기

24년 10월 31일 수영을 시작했다

아이들 데리고 다닌 수영장.

마지막 수영장 간 게 거진 15년? 되었을까? 코로나에 한참을 문을 닫았던 양평군 소속 수영장은 리모델링을 새롭게 했다.

그 옆에 도서관도 근사하게 새로 들어섰고.

아이들도 다 커서 여유시간은 많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가게 되지 않는다.

이용료도 저렴한데 몸이 시간과 따라주지 않았다.

하루 수학수업하는 것도 버거운 체력이 되었고 

자유수영 한 달에 4만 5천 원.

하루 이용료 3000원이다.

자유수영가능 시간과 레일이 요일별로 정해저 있다.

자... 이렇게 수영장 정보는 알아봤고.

이제 결심하고 가면 되는데.... 내일? 당장 갈까? 아니야 다음 주? 아... 언제 가지?


몇 달 전에도 애들이 엄마 수영 다니라며 여기저기 쑤신다는 내게 한말이다.

무릎 관절염이 오고 이제는 가끔가다 말썽 부리던 허리가 지속적으로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허리와 무릎이 아프니 만사가 힘들었다.

같이 늙어가는 노령묘와 노견을 건사하기가 많이 버거워졌다.

보약을 지어먹으면 몇 년은 버텼는데 지난번에 먹은 지 1년도 안 돼서 허리가 움직이질 않으니 생활의 질이 훅 떨어졌다.

'어쩌나...'

허리 좋다는 운동도 해보며 며칠을 고민하다 한의원 가서 침을 맞았다.

그리고 또 한약을 지었다.

난 깡다구는 있는데 허약체질이다.

하루 몰아서 빨빨 거리며 움직이고 그다음 며칠은 헤롱 거 린다.

한약을 또 큰 맘먹고 지어먹으면서 일주일을 지켜봤지만 여전히 허리가 앉았다 일어났다도 힘들고 누웠다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결국 한의사가 권하는 데로 수영장을 가기로 결심했다.

오랜만에 챙기려니 왜 이리 챙길게 많은지.

종종걸음 하며 오래된 수영복을 찾아 입었다.

'세상에 늘어진 살이 삐져나와 이 수영복은 입을 수가 없네. 이참에 주문해야겠다. 좀 큰 걸로...

모자는 맞고... 수경은 뭐 어차피 안 보이는 거 대충 쓰면 되고... 그래 수영복 배송되면 그때부터 다녀야지.'


큰 걸로 주문한 수영복은 그럭저럭 덜 민망했다.

오랜만에 간 수영장은 아이들과 다니던 문화센터와 함께 새록새록 예전 추억들을 소환했다.

여기선 뭘 했고 여기선 이걸 배웠고... 작은애 물에 풍덩풍덩 빠지면서 언니 쫓아 수영하느라 배불리 물 먹는 모습 지켜보던 자리까지.


세월아 세월아 참 잘도 간다.

여기저기 삐그덕 거리는 내 몸을 보며 어떤 이야기가 떠 올랐다.

누가 죽어 저승 가서 "이렇게 갑자기 날 부르면 어떡하냐고" 따졌단다.

그랬더니 염라대왕? 이 "내가 널 데려온다고 몇 번 신호를 보냈는데..."

그 신호가 여기저기 아픈 거다.

신호를 보낼 때 잘 관리하라고 귀 끔 해주는 게 여기저기 아픈 거라는 의미로 해석해 보면서 내게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지금은 이 걱정 저 걱정 내려놓고 내 몸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큰 아이가 프랑스에 일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참견도 못했다.

독립은 했지만 아직은 어설픈 독립이라 어리바리 두려워하던 큰 아이에게 전화로만 먹히지도 않는 잔소리를 했다. 그래야 그나마 나의 위안이 돼서.

'내 몸이 먼저야. 큰아이에게 홀로서기 기회를 주는 의미에서 입만 놀려라.'

이제 내게 '너 좀 아껴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믿으며 수영을 하고 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대단한 일 하나 하고 있는 중이다.

어렵게 결심한 수영... 덕분에 건강해져서 이제 해외여행에 여유 있게 도전할 거다.

우리 남편 꿈인데... 함께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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