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대리 Jan 19. 2023

직장 상사와 인스타그램 맞팔하지 않는 이유

당신의 직장 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직장 상사와 함께 외부 매장 지원을 나가는 길이었다.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올렸는데 옆자리에서 ‘띠링-‘ 경쾌한 알람이 울렸다. 슬쩍 눈알을 굴려 확인해 보니 직장 상사의 폰에 인스타그램 알람이 떠 있었다. ‘션님이 새 게시물을 업로드 했습니다’


그 순간 잠에서 깼다. 꿈이었는데도 소름이 돋고 식은땀이 났다. 아무래도 전 직장에서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듯하다. 실제로 똑같은 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SNS 활동으로 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찍힌 적이 있었으니. (월급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냉수 한 잔 마시고 왜 이런 꿈을 꿨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재취업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한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이 왔는데 꽤 좋은 조건이라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프리랜서 생활이 길어지니 혼자 일하는 게 외롭기도 하고, 외국계 회사 커리어에 대한 갈망도 사실 여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입사 지원을 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참에 잊고 지냈던 직장 생활의 장단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작년에 못 만났던 친구들을 요즘 몰아서 만나고 있는데, 한 가지 놀랐던 점이 있다. 직장인 친구들의 대화 주제가 대부분 속해 있는 팀, 브랜드, 회사의 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제일 재밌는 수다 주제는 역시 ‘남 얘기’. 회사의 방향성 걱정부터 시작해 동료, 상사, 회장 욕까지 듣고 있자면 새삼스레 놀라게 된다.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까지 회사 생각을 한다고? 3년간 혼자 집구석에서 일하는 생활을 하면서는 완전히 잊고 살았던 사고방식이었다.


갑과 을이 분명히 존재하는 프리랜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운이 좋게 클라이언트나 또다른 프리랜서 분들과 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일해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야하는 게 아닌, 서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 깍듯하게 존중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프리랜서보다 직장 생활을 두 배 넘게 오래 했는데도 그 사이 직장 스트레스가 어떤 거였는지 까먹은걸 보면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트라우마를 되살린 꿈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악몽(?) 이후로 진지하게 내가 회사에 들어간다면 지금의 생활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따져보게 됐다.


첫 번째, 자유로운 휴가

소소하게나마 여행 유튜버를 지향하고 있는 지금,(작년 유튜브 조회수 효자템이었던 방콕 브이로그) 직장인이 된다면 휴가가 제한되어 있으니 지금처럼 호텔 협찬 혹은 꼭 가고 싶은 외국의 미디어 트립 제안이 와도 훌쩍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긴 휴가는 꿈도 꾸기 힘들겠지.


두 번째, 포기해야 하는 기회들

직장인이 된다면 시간의 자유로움은 물론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N잡들도 포기해야 한다. 특히 대학교 강의는 평일에 나가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주말마다 강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 회사에서 겸업금지 조항 때문에 이슈가 있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세 번째, 상하관계 스트레스

시작부터 꺼냈던 SNS 사찰 에피소드는 상하관계 스트레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직장 사람들끼리 서로의 인스타그램 맞팔하는 문화가 생겼다고는 하지만, 직장 상사가 “지난 주말에 다녀온 곳은 어디야?”라고 물어볼 때면 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라떼는 친한친구 스토리 공유도 없었거든) 퇴근하고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나 포스팅을 올리면 왠지 "얘는 자기 일은 제대로 하고 놀러 다니는건가?"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올릴 때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실제로 N잡러인 지인은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본업에 충실하라며 은근히 꼽을 주기도 했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2~3년 후에는 회사에 다시 들어갈 생각도 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커리어를 좀 더 쌓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언제나 말하듯 사람 일은 모른다. 언제까지 프리랜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직장인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프리랜서의 장점을 최~대한 누리고 미련을 남기지 말아야지. 또, 지금 내 위치를 돌아볼 수  좋은 환기제가 되었긴 하지만 직장 상사가 나오는 악몽은 한 번이면 족한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