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트렌드 중 하나가 가족여행의 증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 때 모 여행사 광고도 가족여행이 테마였고 실제 여행지에서도 가족여행객이 눈에 많이 띈다. 안타까운 것은 처음 떠난 가족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결국 가족여행은 패키지가 답이라는 결론과 함께 부모님과 자녀들이 그 좋은 여행지에서 싸우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나도 엄마와 여행을 떠난 적이 많다. 우리는 쿠바와 멕시코, 남아공 같이 먼 곳도 다녀왔다. 엄마는 정해진 시간과 일정에 따라야 하는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신다. 사람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공원에 한참 앉아 여유를 부리곤 하신다. 많은 관광지를 다 보지 않아도 괜찮고 현지식 먹는 것도 좋아하신다. 나 역시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주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물론 다툼도 있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여행에 데리고 가달라고 하신다. 나 역시 엄마와 같이 가는 것이 편하다.
다행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은 우리 모녀간 자유여행에서 소소하지만 내가 항상 신경 쓰는 것들이 있다.
우선 엄마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부터 잘 알지는 못했다. 야경이 예쁜 곳이어서 저녁 시간대 위주로 일정을 짰더니 엄마는 무엇이든 환한 낮에 보는 것을 좋아해 막상 야경에는 감흥이 없으셨다. 그 후로는 오전 시간대 위주로 일정을 짠다. 내가 야경이 보고 싶으면 엄마가 숙소에서 쉴 때 혼자 다녀오는 식으로 유연하게 조정한다. 내 휴대폰은 데이터 용량이 큰 유심칩을 장착해 와이파이는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엄마는 하루 일정 후 다녀왔던 곳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사진을 메신저로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 와이파이가 잘 되지 않는 숙소에서는 심심해하셨다. 그 후로 숙소를 예약할 때 와이파이를 필수적으로 확인한다.
떠나기 전 간단한 일정표를 만들어 드린다. “내일은 어디가? 얼마나 걸려? 뭐 타고 가?” 이런 질문 정말 많이 하신다. 대답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은근히 귀찮고 한 번 대답해드려도 잊어버리신다. 많은 내용 필요 없고 날짜와 장소별로 이동수단과 소요시간, 주요 방문지 명칭만 간단하게 적힌 일정표 한 장을 만들어 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엄마는 접어서 가방에 쏙 넣어 갖고 다니며 중간중간 펼쳐보신다.
다른 건 몰라도 현지 날씨는 숙지하시도록 한다. 야외 활동이 많은 만큼 춥고 덥고는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특히 추위를 잘 타서 기온과 현지 옷차림을 잘 알려드려 짐 쌀 때 참고하시도록 한다. 여행 카페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현지 날씨 정보 글도 찾아보고 나와 같은 달에 여행을 다녀온 블로그 여행기 사진 속 사람들의 옷차림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숙소는 무조건 공항에서 한 번에 올 수 있는 위치로 잡는다. 전체 일정 중 공항 숙소 간 이동은 왕복 1회뿐이어도 무거운 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하다. 물가가 저렴한 국가라면 택시나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스를 타건, 기차를 타건 간에 공항에서 환승 없이 한 번에 숙소 근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확실히 많아진다. TV 채널을 돌리다 남아공이 나오기라도 하면 급하게 서로를 불러 같이 시청한다. 바닷가에 갔다가 쿠바 앙꼰비치 생각나냐며 기억을 함께 되새겨보기도 하고 멕시코에서 먹었던 타코가 생각나 멕시칸 음식점으로 가족 외식을 가기도 한다.
다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또 한 번 엄마와의 자유 여행 계획을 세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