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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un 18. 2020

캐리비안에 숨어있는 행복한 섬

아루바

 "그런 나라도 있어?"

 내가 아루바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중 아루바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루바의 별명은 One Happy Island이다. 하얀 모래와 투명한 바다, 일 년 내내 해변에서 쉬기 좋은 날씨 등의 요소들이 이 곳을 행복한 섬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베네수엘라 북쪽의 카리브해에는 아루바(Aruba), 보네르(Bonaire), 퀴라소(Curacao)라고 하는 세 개의 섬이 붙어 있는데 이 세 나라의 앞 글자를 따 ABC제도라고도 부른다. 사실 내가 방문한 9월은 허리케인이 카리브해를 강타하는 시기이기도 한데 이 ABC제도는 허리케인 벨트에서 벗어나 있어 이 즈음 캐리비안 여행 계획자들에게는 좋은 대안이다.  

 

 아루바는 네덜란드령이지만 실제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미국 국적이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레이첼이 아루바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하기도 했었고 애니메이션 The Simpsons에서 심슨가족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 쿠바 입국심사관이 여기를 아루바로 오해하고 온 거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만큼 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휴양지 같다.

 미국을 오가는 비행 편많다. 나는 퀴라소에서 아루바로 입국, 아루바에서 미국으로 출국하는 일정이었는데 미국행 출국자들은 아예 줄을 따로 서서 미국 입국 심사까지 아루바 공항 안에서 마친다. 나는 아직 아루바의 공항이고 비행기는 타지도 않았는데 이미 미국에 입국한 셈이다. 미국 땅에 도착하면 더 이상의 심사는 없고 짐만 찾아서 그냥 슉 빠져나가면 된다.


 퀴라소에서 약 35분의 비행이면 아루바에 도착한다. 이 곳 관광의 중심지는 팜비치가 있는 노드(Noord) 지역이다. 힐튼, 하얏트, 매리어트 등 대형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쭉 늘어서 있어 붐비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뷰를 자랑한다. 왜 카리브 카리브 하는지 알겠더라. 파란 하늘 아래 파란 바다가 연결된 듯한 것이 그냥 온 세상이 다 새파란 물로 넘실대는 것 같았다. 특히 파란색, 하늘색, 청록색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는 바닷물의 색감은 대형 수채화 한 폭을 보는 듯한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많은 사람들은 해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빠져나가 레스토랑과 바들이 붙어있는 번화가로 옮겨간다. 바닷가에는 칠흑 같은 어둠과 고요함만이 남는데 그래서인지 밤하늘의 별을 비롯해 저 멀리서 번개가 번쩍이며 내리치는 광경까지 보인다.

팜비치는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가야 햇살이 바다에 반짝반짝 비추는 것이 아름답다



 팜비치와 더불어 많이 가는 곳이 이글비치이다. 팜비치 바로 아래 붙어있는 해변임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또 다르다. 중소형의 리조트들이 주변에 많아 팜비치보다는 덜 붐비면서 물은 더 깨끗하다. 멸치만 한 크기의 은색 물고기들이 어마어마하게 떼를 지어 헤엄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바다 깊숙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모래사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얕은 물에서 고기떼가 이렇게 많은 것이 신기했다. 이런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펠리컨이 하늘에서 수직으로 다이빙해 사람들과 같이 수영을 하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산도 아바다인 이 곳에서 꼭 봐야 할 것이 바로 나무, 디비트리(Divi Tree)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것이 아에 쓰러질 듯 자란 것이 굉장히 특이하다. 북동쪽에서 불어온 무역풍이 섬을 가로질러 남서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받은 디비트리도 남서쪽을 향해 자란다고 한다.  

이글비치의 디비트리



 수도인 오랑예스타트(Oranjestad) 다운타운은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많아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크루즈 터미널이 위치해 있어 대형 크루즈선의 출도착에 따라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루바는 아루버스(Arubus)라고 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버스를 비롯해 합승택시 역할을 하는 승합차가 잘 돌아다니는데 다운타운에 버스터미널이 있어 섬의 북쪽 남쪽으로 가는 버스 모두 이 곳에서 환승 가능하다. 르네상스 몰, 르네상스 마켓플레이스, 로열 플라자몰 등 쇼핑몰이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주로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인지 굉장히 한산했다. 무료로 시내를 운행하는 빨간 장난감 같은 트램도 있어 기념으로 타볼 만하다.

오랑예스타드 다운타운



 그밖에 등대가 있는 북쪽의 아라시 비치(Arashi Beach), 난파선이 있어 스쿠버 다이빙하기 좋은 보카 카탈리나 비치(Boca Catalina Beach), 물결이 잔잔한 남쪽의 베이비 비치(Baby Beach) 등 다양한 해변이 있어 섬에 오래 머물 거면 여기저기 비교하며 해변가를 옮겨 다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루바는 휴양지임에도 불구하고 호객행위도 없고 거리 곳곳이 깨끗하고 한산했다. 특히 운전 매너가 좋은데 승용차뿐만 아니라 심지어 트럭 같은 난폭할만한 차들도 사람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서행하고 멈춘다. 이 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밤에 번화가에서 술에 취해 시비 거는 일부 관광객이었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는 외지인들만 매너를 잘 지키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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