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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May 16. 2021

파나마 운하의 신기한 배 구경

파나마

 얼마 전에 선박 좌초로 봉쇄돼버려 난리였던 수에즈 운하를 보니 파나마 운하에 방문했던 생각이 났다. 중남미 여행을 결정했을 때 내가 절대 계획에서 빼놓지 않은 곳이 파나마였다. 세계 해운 산업의 중심인 파나마 운하와 이를 둘러싼 역사 속 사건들,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배경 때문인지 왠지 모를 환상이 있었다.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한 시간 좀 넘는 비행으로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 도착했다. 신타 코스테라 해안로를 따라 걸으니 내가 상상했던 그 파나마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푸른 바다를 따라 심어진 야자수의 이국적인 정취와 초현대적인 고층 건물이 어우러진 뷰가 너무 멋있었다. 특히 밤이 되면 조명발을 받은 건물들의 모습에 한 껏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타 코스테라



 파나마에 이렇게 모던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나마 비에호에는 유럽인들이 아메키라 대륙의 파나마를 발견해 정착하기 시작했던 시절의 옛 모습들이 남아있다. 오래되어서 이제는 무슨 건물이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터만 남아있다. 

파나마 비에호


 

 또 다른 옛 모습을 카스코 비에호에서 찾을 수 있다. 파나마 비에호가 해적들의 침입으로 파괴된 이후에 지어진 이 곳은 옛 유적지와 유럽풍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즈넉하고 아련한 분위기의 건물들은 밤이 되면 더 정취 있다.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어둑어둑한 골목 사이사이를 헤매다 보면 전혀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곳에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들도 많아 시간 보내기 좋다. 

카스코 비에호



 드디어 파나마의 하이라이트, 파나마 운하로 향했다. 미라플로레스 갑문에 전망대와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대형 쇼핑몰인 알브룩 몰에서 미라 플로레스가 종점인 버스를 타면 30분 이내로 도착한다.

 전망대가 운하 바로 앞이라 대형 선박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빌딩 한 채가 움직이는 것 마냥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왜 수에즈 운하가 막혔는지 알 것 같다. 배가 들어오면 전망대 위의 사람들도 사진 찍고 난리지만 배 안의 선원들 역시 다들 갑판 위로 올라와 전망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선원들과 관광객들이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파나마 운하



 배가 들어오기 전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배가 진입하면 운하의 작동 원리가 눈에 다 보인다. 배가 도크에 들어오면 꽉 찼던 물이 점점 빠지면서 수위 차가 조절이 된다. 물 빠지는 것 자체는 1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물이 빠지면 갑문이 열리고 배가 지나가게 된다. 배 한 척이 도크에 들어와서 빠져나가는데 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끊임없이 배가 진입하는데 얼마나 물류가 바쁘게 돌아가는지 알겠다. 이 과정이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괜히 신기하고 재미있다. 컨테이너선부터 각종 벌크선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몇 시간 동안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다.

도크의 물이 빠지면 닫혀있던 갑문이 열리면서 배가 지나간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이 공존하는 곳, 남북 아메리카를 이어주는 지정학적 위치와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주는 운하가 있는 곳, 그 모든 것을 연결해주는 것이 파나마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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