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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Jun 04. 2020

스타벅스의 One & Only 커피농장

코스타리카

 시대가 변했다. 연차 하루 쓰는 것도 눈치 주던 회사에서 이제는 2주 연속 써도 된다고 한다. 이 절호의 기회에 무조건 북아메리카 아래로 내려가는 거다! 하고 정한 곳이 중남미. 그렇다면 시작은 어디서 할 것인가. 과테말라? 니카라과? 각 나라에서 내가 꽂힐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았다. 코스타리카, 여기는 뭐가 있지? 별 거 없어 보였는데 어쩌다 알게 된 것이 스타벅스의 커피농장. 게다가 스타벅스 소유의 농장은 전 세계에 여기 딱 하나뿐이란다. 이렇게 중미 여행의 출발지는 코스타리카로 결정했고 이 곳의 수도인 산호세로 향했다.


 사실 현지인들은 이 곳까지 와서 왜 굳이 로컬이 아닌 스타벅스 농장을 가느냐 라고도 하던데......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가 소유한 단 하나의 커피농장이 흔히 커피 하면 떠오르는 콜롬비아 같은 곳이 아닌 코스타리카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만큼 좋을 거란 기대감도 있었던 듯하다. 사실 스타벅스 농장 주변에 로컬 커피농장들도 많아서 다 같이 들러볼 수 있다.


 스타벅스 커피농장의 공식 명칭은 '하시엔다 알사시아(Hacienda Alsacia)'. 사실 이 곳은 1970년부터 운영되어 왔으며 2013년 스타벅스가 인수한 것인데 그 이름을 바꾸지 않고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농장 투어 예약 및 결제를 할 수 있으며, 투어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방문 가능하다.

 

 커피농장이 위치한 알라후엘라 지역은 수도인 산호세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호세에서 출발하는 커피농장 투어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스타벅스 농장이 포함된 곳은 찾지 못했고 대중교통도 여의치 않아 차량을 렌트했다. 도심이 복잡하지 산길로 진입하니 한적하고 길 상태도 괜찮았다.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도착한 하시엔다 알사시아.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여기는 농장인가, 리조트인가. 푸르른 골짜기가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이 곳의 카페는 온통 초록인 골짜기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반 개방된 형태라 숲 속 한가운데에서 커피 마시는 기분이다. 산 속이라 공기도 좋고, 도심 카페와는 달리 조용하고, 눈 앞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니 이 곳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눈과 머리가 정화될 것 같다.

스타벅스의 커피농장, 하시엔다 알사시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는 이 곳일 것이다


 시간이 되어 투어가 시작되었다. 여섯 명 정도 되는 참가자를 이끌고 가이드는 약 90분 동안 이 곳 농장의 유래에서부터 커피콩의 상품화 과정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커피 열매가 이렇게 앵두같이 빨간 줄은 몰랐다. 커피 열매로 만든 카스카라 차도 있는데 굉장히 새콤하고 커피와는 맛이 전혀 다르다. 이 열매껍질을 까면 하얀색 생두가 나온다. 이 곳에서는 기계에 열매를 투입해 물로 껍질을 벗긴 후 바닥에 넓게 펴서 햇볕에 건조시킨다.


 커피 열매를 따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는데 파란 잎들에 가려져 열매가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이 조그마한 열매를 손으로 하나하나 따야 하니 생각보다 힘들었다. 저임금을 받고 일한다는 커피 농장 노동자들의 고단함이 느껴져 씁쓸했다. 가이드는 스타벅스가 이러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농장 지원을 위해 하는 노력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들었던 더 씁쓸한 이야기는 정작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했더니 더 부가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할 대학 졸업자들까지도 커피 농장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선순환이 정말 어려운 문제이지만 적어도 소비자로서 내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들을 고려하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아야겠다.  

농장투어를 진행했던 가이드
초록색이던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수확하는데 이 열매껍질을 벗기면 하얀 콩이 나온다


 투어의 마지막에는 이 곳에서 생산된 원두를 사이폰으로 추출한 커피를 테이스팅 해볼 수 있었다. 쓴 맛은 거의 없고 가벼우면서 마지막 목 넘길 때 산미가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커피 한 잔에 단 맛, 쓴 맛, 신 맛까지 다 느껴본 하루였다.

투어의 마지막, 테이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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