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쿠론의 종소리 (Curon, 2020) 리뷰
이탈리아
공포, 판타지
7부작
안나에게 이상한 말을 하는 엄마. 아빠는 안나를 방으로 데려가 문을 잠그고 소리 내지 말라고 당부한 뒤 나간다. 침대에 누운 안나는 두려움에 떨다가 엄마의 비명 소리에 밖으로 나가고 누군가 쏜 총에 엄마가 죽는 것을 목격한다. 엄마에게 총을 쏜 사람은 안나 자신이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가 총을 들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아빠가 그를 저지하고 안나는 총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는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고 딸 다리아, 아들 마우로와 함께 고향을 찾는다. 차에서 밖을 바라보던 마오루는 호수에 마을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드론을 띄우지만 다리아가 말을 걸어 잃어버리고 만다.
집에 도착한 안나는 종을 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아빠를 찾으러 가고 남겨진 다리아와 마우로는 집을 둘러본다. 문이 열려있는 방으로 들어간 남매는 할아버지인 토마스를 만나게 된다. 아이들을 찾아 방에 들어온 안나가 인사를 하지만 아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벽에 걸린 크람푸스를 보고 긴장한 마우로와 달리 다리아는 휴대폰만 본다. 토마스는 안나를 따로 부르고 여기에 오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아빠의 말에 상처를 받고 아이들과 음식점에 온 안나. 바에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행동한다. 정전이 돼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나오는 가족의 앞에 토마스가 나타난다. 토마스는 안나에게 자신의 집에서 자고 쿠론을 떠나라고 한다. 남매는 마을에 촛불과 십자가가 많은 이유를 물어보자 토마스는 그림자를 물리치기 위해 많은 것이라고 한다.
마우로는 드론을 찾기 위해 저녁을 차리던 토마스에게 호수에 나가는 배가 있냐고 물어본다. 토마스는 잃어버린 셈 치라고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종탑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마우로에게 후드 집업을 입혀주던 안나는 다리아가 남편과 연락하는 것을 발견하고 주의를 준다. 그날 밤, 잠을 자던 안나는 자신과 닮은 소녀가 나오는 꿈을 꾼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마우로는 다리아에게 위에 무언가가 있다고 하지만 다리아는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밖으로 나와 복도를 돌아다니던 마우로는 물이 흘러나오는 방 하나를 발견한다. 뭔가 있음을 느끼고 굳게 닫힌 방을 열려는 마우로의 뒤로 누군가 다가오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쿠론의 종소리>는 남매가 사라진 엄마를 찾으면서 마을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공포 드라마로, 이탈리아어가 낯선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만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실제 괴담에서 설정을 따온 거라 신기하기도 했다.
밝을 땐 아름답지만 어두울 땐 음산함이 풍기는 쿠론 마을은 이탈리아에 실제로 존재하는 마을이다. 마을의 이름은 쿠론 베노스타 마을. 1950년대 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몰되었고 교회 종탑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또한, 작품에 등장한 것처럼 종을 철거했는데도 종소리가 들린다는 괴담이 있다. <쿠론의 종소리>도 그 괴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작품의 등장하는 쿠론 마을은 신앙심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라이나 집안사람들과 관련된 일에는 무서울 정도로 화를 낸다. 드론의 GPS를 따라 호수에 도착한 남매는 호수 옆에 있는 건물에 들어간다. 건물에 있던 남자에게 배를 빌리려고 하지만 라이나 집안은 안된다는 소리를 듣는다. 같은 반인 미키는 다리아가 안쓰러워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다리아의 엄마는 라이나의 집안사람들에게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키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아무 말도 아니라고 한다. 라이나 집안과 마을 사람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첫째인 다리아는 머리 한쪽에 언더컷을 하고 담배를 자주 피운다. 가끔 도를 넘은 말을 하거나 철없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도 엄마를 아끼고 소심한 마우로를 대신해 할 말을 하는 딸이다. 마을에 도착한 다음 날,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남자에게 발을 걸어 넘어지게 만들고 소심한 마우로를 놀리며 보청기를 빼앗은 남자들에게 경고를 주고 때린다. 마을 곳곳에 걸려있는 십자가와 음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둘째인 마우로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다리아와 다르게 소심해서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못한다.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몸이 약하기 때문에 엄마가 늘 이해하고 돌보는 아들이다.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못해 남자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보청기를 빼앗겨도 화를 내지 못한다. 언제나 다리아가 대신 화를 낸다. 집에 걸린 크람푸스에 긴장하지만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느끼고 열어보려는 대담함이 있다.
다리아와 마우로는 쌍둥이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성격이 정반대다. 다른 점이 많은 서로를 이해하는 둘은 어디든 같이 다닌다. 학교에서도 붙어있고 드론을 찾기 위해 호수로 같이 가며 마을도 구경한다. 미키가 다리아에게 파티에 가자고 하자 마우로도 파티에 간다. 다리아에게 마우로는 속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존재지만, 엄마가 몸이 약한 마우로를 더 챙겨줘 서운함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나 작품 밖에서나 최고의 남매라고 부르고 싶었다. 다리아는 마우로를 지켜주고 마우로는 다리아를 다독여주고, 이런 남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렸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다.
토마스는 무엇으로부터 안나를 지키려 했는가
자신과 똑같은 소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악몽을 꾸는 안나. 남편을 피해 아이들과 고향에 돌아오고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 아빠에게 섭섭함을 느낀다. 딸을 방에 숨기고 매몰차게 집 밖으로 내보내던 아빠는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차갑게 굴며 손주들을 학교에 등록하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남매가 마을을 구경하는 동안 안나는 토마스에게 그날의 일을 물어본다. 토마스는 안나의 할머니도 똑같았다고 한다. 자신도 똑같냐는 안나의 말에 네 악몽을 아이들이 꾸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파티에 가서 즐기는 다리아와 달리 사람들을 벗어나 배에 탑승한 마우로는 호수로 들어가서 드론을 찾는다. 정전이 되자 다리아는 옆에 있던 남자가 밀어서, 마우로는 드론을 잡다가 호수에 빠지게 된다. 마우로는 무사히 수면으로 올라왔지만 다리아는 악몽을 꾸게 된다.
호수에서 드론을 찾아온 마우로는 잠긴 방으로 가서 문을 연다. 마우로가 방에서 발견한 것은 쇠사슬에 묵여 있는 자신의 엄마였다. 엄마가 아님을 알아챈 마우로가 누구냐고 묻자, 여자는 마우로를 공격하고 도망친다. 여자에게 공격을 당한 마우로는 악몽을 꾸고 토마스는 총을 챙긴다.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괴로워하는 안나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토마스. 그리고 무언가 호수에서 걸어 나온다. 다음날, 토마스는 남매에게 엄마가 쉬고 싶어서 산에 갔다고 말한다. 마우로는 자신이 본 것과 엄마가 사라진 것에 의문을 갖는다. 토마스는 산에 있는 오두막에 왔고 한 남자에게 어젯밤 일을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초반 안나를 죽이려는 소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안나를 죽이고 안나 행세를 하려던 도플갱어, 안나의 숨겨진 쌍둥이 자매, 안나의 모습을 한 악마... 1화에선 정체를 보여주지 않지만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고 그것이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토마스가 총을 들고 쫓아가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2화를 봐야 했다. <쿠론의 종소리>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이 바로 이거다. 특별한 내용이 아님에도, 스토리를 예측할 수 있음에도 다음 편을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묘하게 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2화를 보고 나선, 호수에서 나오는 무언가를 보고 그것이 안나와 닮은 소녀이며 마우로가 발견한 방에 묶여있던 여자는 안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가 자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사라진 뒤에 안나도 함께 사라진 이유가 도망치면서 안나를 데리고 갔다는 것.
안나와 똑같이 생긴 소녀
남매 : 쌍둥이
알을 깼는데 노른자가 두 개
종소리를 듣자 나타난 도플갱어
물건이 두 개씩 놓여있다
작품 속엔 2 혹은 쌍둥이를 나타내는 요소들이 많았다. 지나가는 장면에도 2를 나타내고 있었다. 연출을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 생각해보면 내가 예상한 것 중 하나가 맞을 거다. 영화 줄거리,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도 제일 유력한 건 도플갱어가 나타나 원래 있던 사람을 죽이고 대신 삶을 살아간다는 것인데. 반전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정체는 밝히지 않겠다만,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직접 찾아보는 것이 재미있을 거란 말을 하고 싶다.
<쿠론의 종소리>는 신선한 소재로 최근에 본 공포 드라마 <마리안>보다 재미있다. 마을과 라이나 집안에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남매의 학교생활과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 안나에게 있었던 일이 나와 심심하지 않다. <리버데일>이나 <엘리트들>에서 자극적인 것 조금 빼고 공포를 넣었달까. 무섭지 않고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반전이 너무 강력했던, 잠깐 등장하는 고양이까지도 귀여운 눈이 즐거웠던 드라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