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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Jun 22. 2020

흑인과 경찰,
욕망은 정체성을 잃게 만든다

영화 블랙 앤 블루 (Black and Blue, 2019) 리뷰

 



블랙 앤 블루 (Black and Blue), 2019


미국

액션, 스릴러

1시간 47분


★★★★☆







이른 아침, 경찰차가 조깅을 하고 있는 앨리시아를 멈춰 세운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진정하라는 앨리시아의 말을 무시하고 거칠게 제압하며 동네에서 얼쩡거리는 이유를 묻는다. 앨리시아를 추궁하는 동안 지갑을 확인하던 다른 남자는 앨리시아가 경찰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앨리시아는 자신을 제압하던 남자를 뿌리치고 노려본다. 지갑을 확인한 남자는 비슷한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며 사과한다. 화가 난 앨리시아는 지갑을 다시 가져오고 자신을 거칠게 제압한 남자를 노려보지만, 남자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좋은 하루를 보내라며 자리를 떠났다. 경찰서로 출근한 앨리시아는 안 좋은 일이 있냐고 묻는 케빈에게 복귀 선물을 거하게 받았다고 대답한다. 출동하기 위해 보디캠을 부착하는 엘리시아와 케빈. 차를 타고 돌아다니던 앨리시아는 마을의 풍경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나쁘다고 말하는 케빈에게 좋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마을에 경찰차가 돌아다니는 걸 본 흑인들은 경찰을 조롱한다. 그 모습을 본 케빈은 예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며 엮이면 골치 아파지니 곤경에 빠진 경찰이 아닌 이상 이 지역에 출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커피 한잔 하자는 제안에 마트에 도착한 앨리시아. 케빈은 달달한 블랙이 맞냐며 농담을 하고 마트 안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온 케빈에게 직원은 강도 때문에 왔냐고 묻지만 아니라고 답한다. 직원은 그럴 줄 알았다며 24시간 전에 전화했는데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리우스가 케빈을 쳐다보고 시선을 의식한 케빈도 그를 쳐다본다. 직원의 안부를 묻던 다리우스는 케빈에게 재수 없는 경찰이라 말하고 나간다. 케빈을 기다리던 앨리시아는 혼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건다. 경찰과 아들이 대화를 나누는 걸 목격한 여성은 경찰과 대화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앨리시아를 무시한다. 마트에서 나오는 다리우스에게 자말을 괴롭힌다고 말한다. 다리우스는 앨리시아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고 문제가 없다고 하자 등을 돌린다. 여성을 지켜보던 앨리시아는 미시가 맞냐고 묻는다. 여성은 다리우스에게 누군지 모른다고 말하고, 앨리시아를 비꼬던 다리우스는 케빈이 멀리서 총에 손을 대자 마트를 벗어난다. 케빈은 앨리시아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갱스턴 크루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마트로 들어온 앨리시아는 자신을 미시의 친구라고 소개한다. 마우스에게 미시가 자신을 무시하는 이유를 물어보지만 직접 물어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케빈은 먹을 것을 집어 들고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나간다. 앨리시아가 대신 계산을 하려고 하자 경찰이 언제 돈을 냈냐며 괜찮다고 한다. 마우스의 차가운 반응에도 돈을 내고 나가는 앨리시아. 마우스는 돈을 확인하고 앨리시아가 나간 문을 쳐다본다.



넌 네가 흑인이라고 생각해?
흑인들은 네 편이고?
우리가 네 편이야


케빈과 앨리시아는 보디캠을 반납하고 업로드한다. 부인과 데이트가 있다고 서두르는 케빈에게 상사가 찾아와서 연장 근무를 제안한다. 앨리시아는 자신이 대신 연장 근무를 하겠다고 한다. 상사는 같이 근무를 할 사람이 디컨 브라운이라는 정보만 주고 나간다. 연장 근무를 하기 위해 브라운을 찾아온 앨리시아. 브라운은 케빈 대신 앨리시아가 온 것에 표정을 굳힌다. 브라운과 수다를 떨던 마약반 형사들은 앨리시아를 보고 아가씨가 오셨다면서 비웃는다. 앨리시아와 대화를 하던 브라운은 보디캠이 부착된 옷을 꼭 입어야 하냐고 묻는다. 엘리시아는 어차피 다들 입어야 하니 익숙해지셔야 한다고 말한다. 폭행 신고가 접수되고 현장에 출동한 앨리시아. 싸우고 있던 흑인 남자를 제압하자 남자는 억울하다고 한다. 그때, 앨리시아에 뒤에 한 남자가 다가온다. 엘리시아에게 가까워지자 브라운이 제압해 경찰차로 데리고 간다.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던 브라운은 남자의 뒤통수에 총을 들이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항의했고 엘리시아는 브라운에게 그만하라고 한다. 브라운은 남자의 뒷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며 널 저격하려던 총이라고 말한다. 알고 보니 남자는 킹스턴에서 앨리시아를 죽이기 위해 보낸 사람이었다. 사건이 끝나고 패스트푸드 가게에 앉아있던 브라운에게 사과하는 앨리시아. 브라운은 앨리시아에게 너의 편은 흑인이 아니고 경찰이라며 명심하라고 한다. 



개인 휴대폰으로 출동 명령을 받은 브라운은 앨리시아를 데리고 폐건물에 도착한다. 이곳에 온 이유를 모르겠다는 앨리시아에게 브라운은 비밀 정보원을 만나러 왔다고 한다. 앨리시아에게 나가지 말고 차에 있으라고 하는 브라운. 혼자 폐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배터리가 없는 휴대폰을 충전하고 밖을 보던 앨리시아는 차를 터는 사람을 잡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총소리를 듣게 된다. 총소리의 발생지가 브라운이 들어간 폐건물이라는 걸 알게 된 앨리시아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총을 들고 건물을 살펴보던 앨리시아는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그곳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액션 영화 <블랙 앤 블루>를 보면서 -


2019년에 개봉해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블랙 앤 블루>는 신입 경찰이 된 여성이 경찰의 비리를 담고 있는 보디캠을 들고 도망치면서 흑인이자 경찰인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되는 액션 영화다. <인트루더>의 감독 데온 테일러의 작품이며, 여우조연상을 여러 번 수상한 나오미 해리스와 <분노의 질주> 시리즈로 유명한 타이레스 깁슨이 주연이다. 흑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 차별을 비판하는 작품을 보면 무거운 분위기가 많은데, 이 작품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백인 경찰의 보디캠을 소재로 과한 액션보단 적당한 액션으로 주제를 해치지 않아서 좋았다.



인종 차별을 주제로 한 영화라 그런지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행동이나 대사를 여럿 볼 수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앨리시아는 경찰에게 잡히게 된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앨리시아를 강압적으로 추궁하고 지갑을 뺏어 신원을 확인한다. 앨리시아가 자신과 같은 경찰이라는 걸 알기 전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범인이라고 몰아갔다. 앨리시아가 남자를 밀어낼 때까지 몸을 비키지 않았다. 지갑을 확인하고 경찰임을 알아냈던 남자도 자신의 파트너를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앨리시아에게 자신들을 이해해달라고 했으며, 제압했던 남자는 사과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현실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백인 경찰이 이유 없이 흑인 여성의 차를 멈춰 세우고 직업을 물어본다. 여성은 검사인 아라미스 아얄라였다. 경찰들은 변명을 하기 시작했고 여성은 명함을 요구했다. 경찰의 보디캠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는데, 그들이 흑인 여성을 세운 이유는 뭘까.


연장 근무로 현장에 출동하게 된 엘리시아를 저격하려던 남자를 브라운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앨리시아도 멈추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알고 보니 남자는 총을 가지고 있었고 킹스턴에서 보낸 사람이었다. 작품에서는 앨리시아를 노린 살인미수라고 치자. 최근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포함, 백인 경찰이 흑인을 죽인 사건을 보면 이것도 영화만의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일각에선 백인 경찰도 많이 죽고 피해자인 흑인들도 떳떳한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흑인보다 동양인 인권이 더 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주장을 보고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피부색 때문에 높아진다?


넷플릭스 <100인, 인간을 말하다>를 보면 이런 실험이 있다.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총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나타난다. 참가자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람들을 총으로 쏘는 실험이다. 많은 사람들이 흑인을 쐈는데 여기서 놀라운 건 흑인을 쏜 인종은 백인뿐 아니라 아시아인도 있었고 흑인도 있었다. 100명의 사람밖에 없어 정확한 실험은 아니지만, 흑인을 향한 편견이 백인을 제외한 여러 인종에게도 같이 적용한다는 걸 볼 수 있었다. 미디어를 살펴보면 인종마다 가지고 있는 편견이 존재한다. 외국을 보면 아시아인은 눈이 찢어지고 키가 작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깜둥이, 더럽다, 안 씻는다, 범죄 등.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깔려있는 인종 차별로 흑인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백인의 역차별과 피해자의 무결함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여성 대상 범죄에서 남자의 역차별과 일반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처럼.



주인공 앨리시아 웨스트는 신입 경찰이다. 평소처럼 일을 하던 그는 케빈 대신 연장 근무를 하면서 브라운을 만나고 비리를 목격하게 된다. 앨리시아의 옷에 달린 보디캠에 예민하고 앨리시아에게 흑인이 아닌 경찰이 우리의 편이며 너를 지켜줄 것이라고 충고했던 브라운은 자신과 마약반의 비리가 담긴 보디캠을 찾기 위해 앨리시아를 쫓아간다. 처음엔 거칠게 대하면서도 앨리시아에게 많은 걸 알려주려는 선배인가 싶었는데, 백인 경찰들에게 잘 보여 권력을 얻고 싶었던 같은 흑인을 버린 흑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브라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같은 흑인임에도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단순하게 자신이 속한 집단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는 얘기는 아니다. 브라운도 경찰이 되기 전, 흑인으로 살았던 세월이 있을 거고 백인에게 피해를 당했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같은 흑인에게 배신을 당하는 아픔도 알 거다. 그럼에도 모든 걸 버리고 경찰만이 자신을 지키고 지킴 받을 수 있다? 그건 브라운 스스로만 느끼는 착각에 불과하다. 백인은 그를 동료라고 생각하기보단 이용하기 쉬운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흑인과 경찰 사이에서 정체성이 흔들리던 앨리시아, 흑인보다 백인의 편을 든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브라운, 앨리시아에게 흑인이 네 편이 될 것 같냐며 흑인을 조롱했던 말론, 앨리시아가 경찰이자 백인의 편이라고 믿었지만 결말에서 앨리시아를 믿어준 다리우스미시 그리고 많은 흑인.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꾸며낸 인물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사실적이었다. 앨리시아의 동료로 등장했던 케빈도 기억에 남았는데, 흑인과 거리를 두고 경계하던 그는 앨리시아에게 걱정해 주고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굳은 표정을 하고 왔을 때도 기분 좋게 해주던 동료이자 친구였던 그도 영락없는 백인이었다. 잠깐 등장하는 조연조차도 기억에 남게 만든 스토리는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영화 자체를 보면 액션 영화임에도 거칠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액션, 스릴러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액션이 시작만 하고 끝난 것 같은 허무한 느낌이 든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심심하면서 아쉬움이 드는 액션이 나에겐 반가웠다. 액션 영화를 포함한 많은 장르의 영화에서 감독이 중심으로 넣고자 하는 주제/의미를 설정할 때, 부가적으로 등장하는 연출이 주제를 해치지 않게 조절한다. 살인, 성폭행, 가정폭력이 등장하는 작품은 자극적인 장면을 최소로 하고, 액션을 적당히 넣어 영화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도 작품에서 말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노력이 부족한 영화들은 보고 나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의미가 뭔지 알 수 없고 단순한 오락 영화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블랙 앤 블루>의 심심한 액션은 누군가에겐 장점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들이 많아지면서 백인 우월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피해받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국내외에서 시위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외국에 있었을 때 백인이나 흑인, 아시아인 상관없이 인종 차별을 당했고 그들이 왜 혐오하는지 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받는 차별이 정당하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흑인에게 공감할 수 없는 분들에게 이 영화 추천한다. 많은 작품을 보면서 잘못된 생각을 고쳤으면 한다. 이 작품을 감상하고서도 백인에게 공감하고 흑인이 당할만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인종 차별자다.







<블랙 앤 블루> 예고편


https://youtu.be/QCfSeVCr7ng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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