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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Jul 06. 2020

배려하지 않는 무식한 공포,
저주의 근원은 인간이다

드라마 주온 : 저주의 집 (呪怨:呪いの家, 2020) 리뷰




주온 : 저주의 집, 2020

(呪怨:呪いの家)


일본

공포

6부작


★★☆☆☆







주온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모두 어느 주택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1988년, 사무실에 도착한 심령 연구가 오다지마 야스오는 자신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의 녹화본을 튼다. 게스트는 신인 탤런트 혼조 하루카였다. 독립을 하게 된 하루카는 도쿄에 방 하나 짜리 집을 빌렸다. 밤에 자고 있는데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소리는 낮에도 들렸다. 영상을 집중해서 보던 오다지마에게 직원이 봉투를 건넨다. 하루카의 소속사에서 전달한 것이었다. 과거 출연했던 프로그램에서 하루카에게 발소리를 녹음하라고 조언했고 그것을 녹음해서 가져온 것이다. 4분 35초라고 적혀 있는 카세트 테이프. 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던 오다지마는 이상한 소리에 직원을 부른다. 그리고 반복해서 듣는다.



<미드나이트 스테이지> 프로그램 촬영장. 거꾸로 재생한 테이프의 소리를 듣는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정체는 모르겠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들린다고 한다. 오다지마는 하루카에게 녹음을 하는 동안 말 한 적 있냐고 물어보고 하루카는 거실에서 자고 있었다고 답한다. 부동산 업자는 하루카에게 사고가 있던 집은 아니라고 했다. 오다지마는 부동산 업자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던 사코는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면 방문했던 사람이나 선물처럼 다른 곳에 원인이 있을 거라 말한다. 촬영이 끝나고 오다지마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수집하는 이유를 묻는다. 그는 유행할 날이 올 것을 대비해 책으로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뭘 위해 수집하냐고 묻는 하루카의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오다지마. 하루카는 너무 무서워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이상한 일을 겪은 남자 친구가 하루카에게 빨리 집에서 나오라고 했고 집에 대해 물어봐도 답을 하지 않는다. 오다지마는 남자 친구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하루카에게 조금 흥미롭다 말하고 자리를 떠난다.



시끄러운 복도와 다르게 조용한 교무실. 엄마는 애매한 시기에 전학 와서 폐가 되겠지만 잘 부탁한다며 옆자리에 앉아있던 딸에게 선생님과 할 말이 있으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딸이 나가고 전학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들었으며 학생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여자 혼자서 나름 열심히 키운 딸인데 이렇게 피해를 주게 됐다며 자신을 탓한다. 밖에서 우는 엄마를 지켜보는 딸. 그의 이름은 가와이 기요미라고 한다. 친구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기요미를 흥미롭게 쳐다보는 두 명, 공책을 찢어 무언가를 적는다. 그리고 하교를 하는 기요미에게 고양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기요미는 고양이를 키운 적 있지만 죽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던 친구들은 기요미에게 고양이 집이라고 불리는 빈 집에 같이 가자고 한다.



남자 친구인 후카자와 데쓰야를 찾아간 오다지마. 평소엔 갑자기 들이닥치지 않지만 집을 나왔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걸려서 찾아왔다. 하루카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녹음을 시작한다. 부동산 업자가 싼 단독 주택을 소개해줘 혼자 집을 보러 갔다.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는 후카자와는 집의 위치를 묻는 오다지마에게 찾아가려고 묻는 거라면 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혼자서 집을 살펴보던 날 후카자와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귀신을 발견한다. 오다지마에겐 자신이 무언가를 보았으며, 집에 가지 말라고 하고 자리를 떠나는데... 







공포 드라마 <주온 : 저주의 집>을 보면서 -


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주온 : 저주의 집>은 우리가 알고 있던 주온이 실제로 벌어진 여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는 전제로, 귀신보단 실제 사건에 초점을 둔 프리퀄 드라마다. 1999년 제작된 비디오판 보다 약 10년 앞선 1980년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토시오나 카야코 같은 중심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스토리도 이어지지 않아 넷플릭스만의 독자적인 스핀 오프/프리퀄 작품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주온 : 저주의 집>은 총 6개의 에피소드,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으로 잡다한 설명 없이 중심 내용만 전달해 전개가 빠른 편이다. 시간을 끌어 지루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과거나 인물끼리의 불필요한 다툼도 짧게 등장하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세 시간의 장편 영화를 보는 거 같아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시청자도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의 시간이 바뀌면서 주인공도 바뀌었다. 비디오판 프리퀄이자 스핀 오프지만 <주온>의 대표 캐릭터였던 카야코와 토시오 대신 새로운 인물 세 명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첫 번째는 오다지마 야스오. 심령 연구가로 무서운 이야기가 유행할 것을 예측하고 책을 내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제보를 받고 무서운 이야기를 수집한다. 하루카의 경험담에 흥미를 느껴 저주받은 집을 찾아가려고 수소문한다. 두 번째는 혼조 하루카. 신인 탤런트이자 저주받은 집에 살았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집에서 빨리 나오라는 남자 친구의 말에 이사를 했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가 집에서 이상한 경험을 한 뒤부터 무언가에 시달리게 되고 사망하자 큰 충격을 받는다. 세 번째는 가와이 기요미. 다마 여고에서 전학을 오게 된다. 새로운 학교에서 평범하게 살길 바랐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로 인해 고양이 집에서 끔찍한 일을 겪고 지옥 같았던 집에서 탈출한다.



초등학교 때 보이 스카우트에서 폐가를 간 적 있는데 담력 훈련을 기다리면서 감상하라고 틀어줬던 영화가 <주온>이었다. 그때의 충격 때문인 건지 지금까지 동양 공포 영화를 멀리했다. 토시오가 나타날까 봐 이불 안도 들여다보지 못했고 세수도 마음대로 못했다. 트라우마가 있어서 드라마도 며칠 동안 고민했다. 큰 다짐을 하고 본 <주온 : 저주의 집>은 생각보다 무섭진 않았지만 불쾌함이 오래갔던 작품이었다.


역대 시리즈 중에서 귀신의 비중이 제일 적다. 귀신이 직접 죽이는 전작과 달리 잠깐 등장해 인간을 조종하고 사라진다. 직접적으로 죽이는 건 인간이기 때문에 귀신은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무서운 분장 없이 인간의 모습을 유지해 오싹한 분위기만 풍긴다. 이야기의 주제가 저주받은 집 보다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그런 건 아닐까. 또 다른 이유로는 귀신보다 인간이 무섭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범죄자가 사건을 저지르고 나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무언가에 홀렸다거나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연기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범인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자신은 몰랐다고 한다. 원한을 가진 귀신이 생기는 이유가 인간 때문이니,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귀신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 것은 좋았다.


무서운 장면보다 고어하고 불쾌한 많이 등장한다. 하루카의 남자 친구가 무언가를 보고 놀란 모습으로 사망한 장면은 놀라긴 했지만 무섭진 않았다. 징그럽지도 않았고. 그 뒤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공포 장르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까진 좋다. 자극적으로 소비만 하지 않는다면. 그런데 여성의 배를 갈라서 아이를 꺼내는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비디오판의 사에키 타케오가 생각나는 장면이었지만, 무엇을 위해 넣은 장면인지 모르겠다. 단순하게 인간의 추악함을 위해서 넣은 장면이다?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될 거다.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본 이란 건 알았지만, 세상에 앞서가는 넷플릭스가 이런 장면을 넣는다는 걸 허락해 줬다니. 고어 작품에서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연출이 등장하는 걸 싫어하는 나로선 답답할 뿐이다.



막힘없는 전개나 자주 등장하지 않는 귀신 덕에 초반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게 다 였다. 딱 거기까지가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집중할 수 있게 했던 부분이다. 그걸 제외하고 나선 인간의 잔혹함과 추악함을 깨닫기 위해 불쾌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작품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기분만 더러워지게 만드는 꼴이랄까.


가와이 기요미는 어떤 이유로 인해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을 왔다. 엄마는 딸을 교무실에서 내보내고 선생님에게 혼자서 아이를 키웠는데 이렇게 됐다면서 불쌍한 자신을 강조한다. 하교하고 집에 온 딸에게 담임이 널 끈적하게 봤다. 과거에도 그랬고 자신이 몸을 던져 막았으니 불륜 정도로 끝난 거라고 한다. 기요미가 엄마의 손길을 뿌리치자 딸에게 아빠를 유혹했다면서 혐오적인 말을 내뱉는다. 내가 일본 드라마를 감상하다가 그만둔 이유였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불륜을 정당화했고 가정이 있음에도 불륜을 저지른 남자보다 사실을 모르고 만난 여자에게 더 손가락질을 했다. 엄마가 학교에서 한 말이 조금 쎄해서 혹시나 했더니 다를 바 없었다. 기요미의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고양이 집이라고 불린 곳에 놀러 간다. 친구들은 보디가드가 필요하다며 남학생을 불렀다. 들어가자마자 일행은 기요미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성폭행했다.


성폭행 장면이 쓸데없이 길었고 자극적이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연출을 선택한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기분이 나쁘다. 작품은 작품으로만 보라고 하지만 단순하게 드라마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는 범죄니까. 이런 공포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진지한 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고통을 아는 사람은 불편하게 보고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재미있게 본다. 이런 장면은 무엇을 위한 장면일까? 리뷰 글을 적으면서 기요미와 관련된 장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속이 좋지 않다. 장면이 자극적인 것도 있지만, 기요미에게 얽힌 혐오가 너무 마음 아팠기 때문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1988년 콘크리트 살인 사건, 1988년 도쿄/사이타마 연쇄 유아 납치 살해 사건 등 작품의 배경이 80~90년대라는 걸 암시하는 뉴스가 많이 등장한다. 저주받은 집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 실제 사건을 모티브 한 것은 있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을 잠깐씩 보여주는데 그때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그 당시 일본을 보면 이런 느낌이었구나. 어떤 게 문제고 어떻게 고쳐나가야겠네. 하지만 작품이 주는 메리트는 없다. 시대 상황을 알기 위해 구태여 이 작품을 볼 필요도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보다 이런 작품을 제작한 넷플릭스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주온>이라는 자체가 부인과 아들을 폭행한 남편으로부터 나온 거지만 도가 지나친 것 같다.



<주온 : 저주의 집>은 막힘없는 전개로 빠르게 볼 수 있고 귀신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추악함을 엿볼 수 있었지만, 누구를 위한 드라마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작품이었다. 자극적이고 배려 없는 장면으로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리뷰하면서 다시 본 내가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로. 작품에 등장한 사건을 찾아보다가 느낀 건데, 지금도 아시아에서 여성 인권이 제일 낮은 일본이 과거에는 얼마나 더 낮았을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더럽다. 재미없는 작품도 재미있게 보는 나지만 이 작품은 정말 아니었다. 만약 시즌 2가 나온다고 하면 절대 안 볼 것 같고 누구한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뭐, 후카자와의 고양이는 귀여웠다. 이게 진짜 끝.







<주온 : 저주의 집> 예고편


https://youtu.be/SPfck9GFHfE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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