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밥이 참 땡기는 때이다.
뜨근하고 고슬고슬하면서도 씹는 맛이 있어 오래 씹다 보면 단 맛이 입 안 가득 차는 밥에
두부가 왕창 들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달지 않고 매콤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랑
두세 가지의 밑반찬으로 밥을 먹고 싶은 때가 자주 있다.
반찬은 고사하고 밥도 찌개도 집에서 실현하기가 녹록지 않은 대상들이다.
얼마 전 본가에서 새로 지은 밥에 찌개, 생선구이에 반찬까지 그득하게 식사를 하고,
병아리콩밥을 집에서도 한 끼 먹을 요량으로 싸왔다. 아니 엄마가 싸주셨다.
몇 년째 냉동실에 들어앉아 있는 구운 김에만 싸 먹어도 맛있을 테니까.
(냉동실 구운김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아빠는 집에서 '밥'을 가져가는 것을 싫어하신단다. 몰랐던 사실이다.
엄마 피셜에 의하면 친정에서 밥 가져가면 가난해진다는 옛말 때문이란다. 그 어느 고리짝 말.
아빠가 식후에 하나씩 꼭 챙겨 드시는 칙촉이나 참크래커를 나도 좋아한다며 서너 개 슬며시 챙기면 그렇게나 흡족해하는 아빠인데. 그건 오로지 엄마가 마뜩지 않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만족감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밥을 가져가서 가난해지는 게 아니라, 가난하니까 밥을 가져가는 것 아니었겠느냐고 했단다. 그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좋아하는 팥밥이나 수수밥, 귀리밥을 아주 가끔(그래봐야 1년에 두어 번) 한 그릇씩 업어온 적이 있는데,
올해부터는 정말 가난해서 가져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 그 말을 듣고 나니 좀 찔린다.
'나 혼자 산다'에 소개되어도 부끄럽지 않을 혼자살이 7년,
이제 정말 쌀을 담가 밥을 지을 때가 되었나 보다.
아니면 그런 생각이 아예 안 들도록 실질적인 경제활동에 돌입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