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세요
" 저를 좀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본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세 쌍둥이 막내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세 쌍둥이 중 막내의 고민은 혼자 이상한 소리를 내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두 명의 형들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유독 걸음걸이도 소심하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 습관도 있고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도 보이는 막내는 알고 보니 강박으로 인한 투렛증후군이었다. 타고난 불안감이 큰 막내의 성향이 있었지만 다른 형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습 때문에 유독 더 튀어 보였다. FM 같은 아빠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신경 쓰였고 쉴 새 없이 아이에 행동을 제한하고 형들과의 모습으로 비교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끊임없는 행동의 제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너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성향을 누군가와의 비교가 아닌 그 아이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조금 더 아이의 입장에서 봐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이는 말한다. 자신을 조금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이 형들과 다른 모습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자기 나름대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혼자 묵묵히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너네보다 엄마가 더 힘들었어.
사람은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만의 틀이 만들어진다. 그 틀에 벗어나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무언가가 있을 때 굉장한 불편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감정을 크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틀에 맞지 않는 상황을 무시하기도 하고 자신이 편한 상황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집중하는 확증편향의 모습을 보인다. 세 쌍둥이의 사연을 보면서 쌍둥이 육아를 하면서 이런 확증편향의 모습을 하고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았다. 쌍둥이 중에 한 아이는 걸음이 빨랐고 한 아이는 걸음을 걷지 못했다. 돌이 지나고서부터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지만 주변에서 아이들이 늦을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며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병원행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어느 날 감기로 인해 소아과를 찾았고 거기서 소아과 원장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어머니. 제가 볼 땐 소아재활이 있는 대학병원을 가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가서 확인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고 문제가 있으면 빠른 치료를 하면 되는 건데 언제까지 기다리시려고요?"
"아니.. 주변 어른들이 아이들 다 때가 되면 한다고 해서요..."
"그때라는 걸 놓치면 아이가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거 같았다. 차라리 누군가 나에게 빨리 정신 차리라고 한마디 해줬으면 했나 보다.
쌍둥이를 데리고 대학병원 가는 게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고 운전도 미숙했을 때라 무섭기도 했고 그럴만한 체력도 아니었다. 결국 아이들보다는 내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기다려주거나 치료를 시작하고 했어도 되는 일이었지만 아이의 상황보다는 나의 힘든 상황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다른 것들을 무시했던 것 같다.
역 지 사 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행동하라 한다. 누군가의 처지를 생각해보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육아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내 몸이 편해야 했기에 모든 생활을 나에게 맞춰서 아이들을 키웠다. 수면시간, 식사시간 등 아이들 각자의 성향을 확인하기보다는 내 생활 패턴에 맞추다 보니 아이들을 키우는데 더욱 어려움을 느꼈다. 같은 성별의 아이들이지만 커갈수록 각자의 성향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자주 느낀다. 나의 인생 책 최인철 교수님의 프레 임안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자신만의 닫힌 인식으로 인해 상대방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진 않는지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프레임을 갖느냐에 따라 각자 많은 행동들이 달라 지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는 시선도 그렇다. 아이들마다의 성향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육아의 방식들도 달라질 것이다. 부모로서 가지고 있는 불필요하고 제한적인 생각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 시선으로 아이들을 대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사람이냐 상황이냐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도 알려준다.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착한 아이인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집중을 못하는 아이인가?라는 생각은 사람 프레임으로 보는 잘못된 프레임이다. 사람 프레임이 아닌 상황 프레임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말을 잘 듣지 못하는 상황이 있는지 아니면 집중할 수 없는 어떠한 상황이 있는지에 대한 아이들마다의 각각의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아이에 맞는 행동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이다. 타인을 인정하는 역지사지의 행동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시도해보자. 아이들의 진정한 모습이 보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