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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Jun 09. 2023

엘리베이터 안의 무거운 공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오전 9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딸과 손을 꼭 잡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딸의 유치원 등원은 항상 내가 하기 때문이다. 병아리처럼 쫑알쫑알 대는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난을 치고 있는데 7층에서 “땡”하는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안녕하세요!”

나와 딸은 힘차게 인사를 했다.


7층에서 탄 남자는 나와 딸을 번갈아가며 바라본 후에 아무 말 없이 뒤돌아섰다.


뭐지?


지하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아이도 무안했는데 그 쫑알대던 입을 꾹 다물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7층의 남자는 앞서서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아빠, 그런데 왜 저 아저씨는 내가 인사했는데 인사 안 해? 아빠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한테 인사하는 거라고 했잖아.”


“응 그렇지. 아저씨가 왜 인사를 안 했지? 유이가 인사한 걸 못 들었나?”


“아냐! 인사하니까 우리 돌아봤잖아. 다 들었지.”


“응 그래. 사람들이 인사를 안 해도 우리 유이는 꼭 인사해. 알았지?”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안 하는 사람들은 왜 인사를 안 하는 걸까?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꼭 해야 하는 건가?

난 왜 아이에게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는 인사를 하라고 했을까?

왜 난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할까?


재밌네.


아이에게 항상 그렇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왜 굳이 인사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 안의 그 짧은 어색함이 싫어서 인사를 하는 건가?

내가 쿨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느끼려고 그렇게 밝게 인사를 하는 건가?

아니다.

이게 생각을 꼭 해야 하는 문제인가?


굳이 여기서 어릴 때부터 인사를 잘해야 나중에 인사성이 밝아져서 자연스럽게 너의 인간관계에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그냥 당연히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하는 거라고 배웠고, 인사를 잘하면 인사성이 밝은 아이라고 칭찬을 받아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잘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니 내 딸에게도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게 당연했다.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하면 받아줬으면 좋겠다.


인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나만의 방식으로 생각해 봤다.

물론 고품격 위트를 버무려서.


1. 인사를 하고, 인사를 받아주면 서로 기분이 좋다.

2. 그런데 인사를 하는 사람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면 ,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사람은 아무 감정의 변화가 없겠지만, 인사를 한 사람은 괜히 무시당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 그럼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4.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그 사람은 앞으로 인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인사를 했는데 저 사람이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내 기분이 나빠지면 어쩌지? 그럼 인사를 그냥 안 하는 게 나은 게 아닐까?’>

5.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진다.

6. 더욱 각박한 세상이 된다.


!!!??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서로 인사는 받아주자.



아침에 나와 딸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7층의 남자 때문에 기분 나빠서 이런 글을 쓴 건 아니다. 그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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