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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현 Aug 06. 2024

유럽에서 비건을 만나다

녹색으로 물들고 있는 유럽연합 

채식주의자, 친환경.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비건(Vegan)'이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비건'은 쉽게 볼 수 없는 생활방식 또는 신념이다.

   

2013년 영국에 있을때도, 2015년 프랑스에 있을 때도, 비건문화를 본 적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비건문화'는 있었지만, 내가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시기적인 문제도 있었겠지.. 그러다가 2018년 브뤼셀 유럽연합에서 일하게 될 때, 유럽연합의 28개 국가 출신들이 모인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 채식주의자와 비건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었다.


유럽의 비건문화는 북유럽과 독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사실상 EU기관들 안에서도 주로 북유럽 국가 출신들이 많이 하고 있다. 프랑스나 남부유럽에서는 여전히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일부 남부유럽 출신 친구들은 같은 유럽인이어도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눈치였다. 심지어 한 번은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친구가 입을 모아 '북유럽 사람들이 비건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고기 문화가 안 발달되었고 미식을 모르기 때문이야'라고 말한 적도 있으니. 


유럽 내 친환경적인 식단의 분위기는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결론내리기는 어렵겠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북유럽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꽤 활발하고 오랜 기간 진행이 되었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책과 식문화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다만, '비건'과 '채식주의자'같은 식문화의 경우, 음식과 미식을 중요한 문화로 여기는 남부유럽에서는 크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친환경을 외친다고 무조건 채식주의자/비건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건/채식주의자 문화가 발달하고 그것에 대한 인식이 커지는 곳과 친환경정책을 이어나가는 국가들은 어느정도 비슷하긴 하다. 


2019년 유럽의회 (European Parliament) 선거결과가 어느정도 위의 내용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선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점은 바로 '녹색 정당(Green Party)'의 부상이다. 녹색당의 경우 751석 중 75석을 확보하며 제4당으로 등극하며 이번 의회 선거에서 지지 확보에 성공하였고, 특히 북유럽과 서유럽에서 많은 득표수를 획득하였다. 독일의 경우 20% 가까이의 지지율을 받았다. 이와 반대로, 동유럽과 남부유럽에서는 큰 지지를 얻지 못 하였다. 앞으로의 정책결정에 있어 녹색정당의 영향력은 커질 예정이다. 특히, 녹색정당이 유럽집행위원회 후보 중 기후변화에 대해 신중하고 사회 부정의에 맞서며 법치주의를 옹호하는 후보자에게만 지지를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75석의 제4당이면 대단해보이지 않을 순 있지만, 유럽의회는 전통적으로 두 당이 메인스트림을 차지하였는데, 각각이 37석, 32석을 감소하며 전통당들의 힘이 약화되었다. 전통적으로 보수당(EPP)와 진보 정당(S&D)가 4-500석을 차지했던 과거 선거들을 비교해본다면, 녹색당이 74석이나 차지하며 제4당이 된 것은 꽤 의미가 있다 볼 수 있다. 


출처: 유럽의회 홈페이지 (https://www.europarl.europa.eu/election-results-2019/en)


유럽연합이 '환경'과 '기후변화' 영역을 주도하는 지역인 만큼, EU 기관에는 다양한 친환경 정책이 펼쳐지고 있었고, 그 중 일상적이지만 나에겐 신기했던 점이 바로, 구내식당이었다. 구내식당에 가면 오늘의 메뉴가 일반식과 채식주의자식으로 나뉘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 식단을 먹고 있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이 있는 것만으로도 난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동료는 채식주의자 식단이 일반식보다 금액이 비싼 것이 차별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하나뿐인데 일반식보다 2유로 정도 (약 2500원) 더 비쌌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채식주의자'가 존재하였다. 동물성 식품을 일체 안 먹는 '비건',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아예 안 먹지는 않으나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는 "semi-vegetarian",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채식주의자인 사람들. 꼭 '나는 채식주의자입니다 / 아닙니다'로 딱딱하게 규정할 필요는 없었다. 

 

2020년에 쓰고 서랍장에 잘 넣어두었던 글인데, 작년 독일, 올해 포르투갈을 다녀왔던 경험을 적용해보면 아무래도 여전히 남부유럽보다는 독일이 비건문화에 더 앞서나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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