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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현 May 29. 2020

마케팅을 잘 못 해 안타까운 벨기에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과 벨기에에 대한 내 마음, 사랑을 가득 담았기에

인사동에서 진행되는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 다녀왔다. 브뤼셀에 있을 때, 간다 해놓고 미루다 미루다 출국 3일 전에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에 갔었다. 그리고, 마그리트 같은 화가를 가졌어도 '그렇게 밖에' 전시를 못 하는 벨기에의 역량에 충격을 받았었고, 만약 마그리트 박물관이 프랑스에 있었다면? 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마그리트 박물관에 비하면 먼 나라 한국에서 열린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은 꽤 성공적으로 큐레이팅 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벨기에는 자기 PR을 유난히 못한다.

브뤼셀 감자튀김 3대 맛집 중 가장 관광지와 멀어 현지인 비율이 높은 곳. 밤에 가도 항상 줄 서야 한다. 사실 벨기에에선 어느 감자 튀김집을 가나 다 맛있다. 마치 한국의 떡볶이

예전에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에서 이탈리아가 프랑스에 비해 마케팅을 못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던 기억이 있다. 흠, 이탈리아에 비하면 벨기에는 마케팅을 안 하다 못해 다른 국가들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바보처럼 뺏기는 곳이다. 오죽했으면 벨기에 감자튀김을 전 세계 사람들이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라 부를까.

마그리트의 대표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입체 버전

초현실주의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의 "Ceci n'est pas une pipe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파이프 그림 밑에 다음의 문구를 써놓아 보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는 마그리트의 대표 작품으로 한 사물이 가진 성질과 언어가 가진 성질이 당연히 일치한다는 우리들의 기존 관념을 깨트린다)"를 갖고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프랑스 화가라고 착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가죽 명품 브랜드 델보(Delvaux)를 갖고 있지만, 명품에 관심 없는 사람 입장에선 '에르메스'는 알아도 '델보'는 생소한 브랜드에 불과하다. '쉐레옹드브뤼셀(Chez Leon de Bruxelles)'이라는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파리 홍합 요리 맛집도, 사실은 벨기에가 본점이다. 벨기에의 대표 요리가 홍합요리고 그 선두주자로 '쉐 레옹(Chez Leon)'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파리에 있는 홍합점들은 여기에 '브뤼셀의'라는 의미의 '드 브뤼셀'을 추가한 것이다.

벨기에에 가면 쉐레옹 쿠킹북도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벨기에 기념품이라 생각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호가든, 레페, 스텔라를 비롯하여 슈프(Chouffe), 꽉(Kwak),  델리리움(Delirium), 트리플 까르멜리에(Tripel Karmeliet) 등 유럽에서 가장 다양하고 유니크한 맥주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낱 하이네켄에게 밀리는 곳이다. 유럽연합(EU) 본부와 주요 기관들이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어도 대부분 독일이나 프랑스에 있다 생각하고, 심지어 국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유럽연합 본부가 브뤼셀에 있는 건 아는데, 그거 독일 도시 아니야?'라는 소리도 들었을 정도다. 여기서 잠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도 유럽의회 건물이 있지만 그곳에선 한 달 중 일주일간 진행되는 plenary session만 열리고 남은 시간은 사람 없는 유령 건물이다.

다 마시고 나면 '꽈악'소리가 난다 하여 이름이 'Kwak' 인 맥주. 벨기에 맥주는 맥주마다 그 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전용잔이 있고, Kwak은 특히 맛과 잔으로 유명하다.

벨기에, 알고 보면 웃프기도 하고 안쓰러운 나라이다. 조금만 제대로 알아도 매력이 끊이지 않는 나라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 <르네 마그리트전> 역시 큐레이팅이나 콘텐츠는 참 좋은데 홍보를 잘 못한 것 같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못 받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웃프게도 브뤼셀 마그리트 미술관보다 잘해놔서 다시 한번... '아.. 벨기에...'

또 가고 싶은 좋았던 마그리트 특별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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