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현 May 29. 2020

유럽정치 공부하는 한국인

다양성 속의 통합, 한없이 평범하지만 비주류인 내가 살아가는 법

“다양성 속의 통합(United in Diversity)”이란 지극히 이상주의적인 유럽연합의 모토. 이 말에 끌려 유럽정치를 공부하겠다고 소리친 지 어엿 10년이 되어가는 한국의 (워너비) 베이비 정치학도이다. 한국에서 유럽정치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정치에 끌려 정치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하면 반응은 몇 가지 내에서 예측될 수 있다. ‘유럽에서 살다 오셨어요?’ ‘유럽 공부해서 뭐해요?’ ‘여행 다니기 좋겠다’ ‘한국에서 자리잡기 힘들지 않아요?’ ‘비주류를 하시네요’ 그러게... 한국에서 왜 굳이 유럽을 공부하지? 더 중요한 국가가 얼마나 많은데... 미/중/일을 기본으로 러시아, 대만, 동남아도 있는데? 그것도 ‘유럽연합’이라는 한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체제, 아마 한국인에게는 그나마 유럽여행 갈 때 편리함을 주었던 “유로”로 더 익숙할지 모르는.. 그런 "남의 나라" 정치체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걸 보면, 난 확실히 비주류이다.


어쩌면 난 그런 비주류인 내 모습을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 그런 성향에 끌리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래서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흔해빠질 수 있는 이 말이 나에겐 크게 자리 잡았을 것이다. 내 독특함은 보호받으면서도 너무 튀고 싶지도 않고, 여전히 공동체 내의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나는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 하기도 바빠 싫은 것은 절대 못하는, 집착적인 성향이 강한 하지만 어딜 가나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잃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동시에 주류에서 멀어질까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 뭐하나 포기하지 못했던 내 성격에도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무언가에 대한 강한 애착을 느낄 때마다 또 한편으로 찾아오던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은 나를 정말 바쁘게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불안감을 없애고자 추가적인 시간을 더해 (너무나도 하기 싫지만 어떻게든 이유들을 만들어가며) 주류라고 여겨지는 일들을 겨우겨우 해나갔고, 그 결과 짧디 짧은 인생에서 조금은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 다소 얕을 수 있지만 그래도 들춰보면 마냥 좁지 않은 나의 삶을 브런치에 풀어놓고자 한다. 철없던 새내기 시절 한 달 반 동안 떠났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영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불문학 전공 수업을 들었던 이상한 조합의 아시아인이 된 경험, 파리와 브뤼셀에서 두 차례 인턴을 하며 유일한 한국인으로 지냈던 경험. 동시에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아시아에서 열리는 다양한 학회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여전히 어렸지만 그나마 성장했다고 착각했던 대학원 시절. 이런 모든 경험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펀딩 받아 한국 싱크탱크에서 미얀마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며 일 년에 4번 미얀마 출장을 가고 있는 시차 따위 고려되지 않는 나의 삶.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나름 나에게는 크게 관통하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었다는 점에서, 내 인생도 “다양성 속의 통합”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러한 경험들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브런치를 시작하고자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