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보자. 아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직장인은 작가가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업무를 위해 필요한 글을 쓴다. 다시 말하면 내 글의 주제와 소재를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물론 전에도 이미 써봐서 익숙한 방식이나 주제의 글도 쓴다. 예를 들어 주기적으로 작성하는 보고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가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그게 글쓰기와 연관되어 있다면 큰 스트레스 거리가 된다. 이럴 때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시작하면 좋은 것이 레퍼런스 찾기다. 좋은 레퍼런스는 글쓰기의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하얀 백지 위에 커서만 깜빡이고 눈앞이 캄캄할 때 적어도 몇 글자를 적어볼 수 있는 것은 나보다 먼저 비슷한 글을 썼던 다른 직장인들 덕분인 것이다.
그렇다면 레퍼런스를 그것도 양질의 글쓰기 레퍼런스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보자.
나는 기업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 신입이다. 며칠 업무 적응기간을 거쳐 처음으로 업무가 떨어졌다. 이번에 진행하는 브랜드 행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쓰라고 한다.
네? 보도자료요? 제가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보도자료라고는 써 본 적이 없다. 이럴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직장인이 하는 일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직장인이 쓰는 글도 다행히 비슷한 자료들이 있을 것이다. 보도자료라면 우리 회사가 이미 발표했던 보도자료가 있을 것이고 보고서라면 다른 사람이 이미 작성한 보고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다못해 회사 이메일을 어떤 양식으로 써야 할지 고민된다면 다른 직원이 나에게 보낸 이메일을 참고하면 된다. 다만 레퍼런스를 찾고 활용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두면 편하다.
가까운 자료부터 찾는다.
첫 번째는 가까운 곳부터 먼 곳으로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를 쓴다고 하면 우선 우리 부서, 우리 회사에서 기존에 썼던 자료를 우선으로 찾는다. 우리 회사에서 완성되어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는 이미 많은 검토와 수정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내가 쓴 글도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기 때문에 이미 그런 과정을 거친 후의 자료를 잘 분석해서 참고하는 것은 아주 유용하다.
가깝다는 것은 시간 상의 의미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20년 전 자료보다는 지난주에 작성된 자료가 훨씬 가치가 있다. 회사에서 글쓰기에 적용되는 원칙이나 규칙은 언제든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최신의 자료일수록 참고했을 때 오류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크고 중요한 곳의 자료부터 찾는다.
가까운 곳에 자료가 부족하거나 혹은 다른 회사의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도 몇 가지 원칙을 세워두면 자료 찾기가 쉽다. 다른 회사의 자료를 찾는다면 기본은 경쟁사 등 같은 업종에 있는 회사의 자료들이다. 같은 글쓰기라도 시장이나 업종의 특성에 따라 업종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나 글의 분위기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같은 업종의 글을 찾아보는 것이 내 글쓰기의 방향성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같은 업종의 글을 찾아보는 것은 시장 조사의 관점에서도 유용하다.
만약 찾아볼만한 경쟁사가 여러 곳이라면 기업의 규모가 큰 곳부터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글쓰기도 전문성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고 글의 내용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같은 업종에서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없다면 대표적인 대기업이 발행한 글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원본을 찾는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 그만큼 편리하기는 하지만 종종 발생하는 것이 원본의 문제다. 특히 텍스트로 된 자료는 쉽게 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여러 종류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최대한 원본을 레퍼런스로 참고해야 한다. 최초 원본이 아닌 자료의 경우 옮겨지는 과정에서 변형되거나 내용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출처는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 자료다. 그다음은 해당 기업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채널들의 자료다. 공식 출처가 없거나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신력 있는 자료를 우선적으로 찾는다. 만약 이런 자료들도 찾기 어렵거나 어떤 것이 원본인지 확인이 어렵다면 최대한 같은 종류의 글을 찾아서 서로 크로스체크하면서 검증하는 것이 좋다.
가능한 한 많이 찾는다.
레퍼런스는 많을수록 좋다. 레퍼런스가 많아지면 일종의 빅데이터처럼 유사점이나 공통점을 찾기가 쉬워지도 글을 쓰기 위한 가이드로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레퍼런스를 읽어보고 접해보는 것 자체가 글쓰기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 두 개의 레퍼런스만 참고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오해나 편견을 방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글에는 보편적인 내용과 특수한 내용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레퍼런스로서 중요한 점은 내가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찾아내서 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레퍼런스의 숫자가 너무 적으면 해당 글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자칫하면 몇몇 특수한 내용을 보편적인 내용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퍼런스는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비교해보고 그 속에서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인 입장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는 난감한 일이기도 하지만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글쓰기 역시 경험하지 못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충분한 레퍼런스가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