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자료가 모였다면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다. 다행히 짧은 글이라면 쉽게 끝낼 수 있겠지만 꽤 긴 글을 써야 한다면 혹은 같은 주제로 여러 개의 글을 써야 한다면 쓰는 중간중간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직장인이 쓰는 글의 길잡이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다.
글을 읽는 독자가 글의 길잡이가 된다
문학 작품에 독자가 있는 것처럼 직장인이 쓰는 글에도 그 글을 읽게 되는 사람이 있다. 가깝게는 직장 동료나 직장 상사에서부터 멀게는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까지 다양하다. 글을 쓰다가 '이게 맞나? 이런 방향성이 맞나?'라는 고민에 빠진다면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그 글을 읽게 될 사람을 상상해보자.
예를 들어 똑같은 내용의 보고서라도 팀장님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과 대표님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다르기 마련이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실제로 어떤 업무가 수행됐는지, 업무 중에 문제점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 해결이 가능한지 궁금할 것이다. 임원진 입장에서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투입된 자원 대비 충분한 결과를 산출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회계부서 담당자라면 얼마의 예산이 들었는지 혹은 얼마의 금전적 이익이 발생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고객을 대상으로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이라면 회사의 기본 정보와 인재상이 궁금할 것이고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이라면 제품의 정보와 가격이 궁금할 것이다.
내가 쓰면 누군가는 읽는다. 그것은 단 한 명일 수도 있고 때로는 불특정 다수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누군가 읽는다는 명제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나 혼자 보기 위한 글, 예를 들어 업무를 위한 메모 같은 것도 최소한 나 자신이라는 1명의 독자를 확보한 글이다. (그래서 메모는 미래의 내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알아보기 쉽게 써야 한다.) 직장인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이제 글을 쓰다가 목표가 모호해지거나 방향성을 잃을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 한 명을 상상하면서 그 입장에서 다시 읽어보자.
읽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왜 모호한 표현이나 지나치게 길고 장황한 글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직장인이 쓰는 글은 대부분 정보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정보를 얼마나 자세하고 명확하게 어떤 순서로 전달할 것인지가 직장인 글쓰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Advantage와 Benefit의 관점은 다르다
광고의 아이이어 발상법 중에 FAB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각각 Feature(특성), Advantage(장점), Benefit(이점)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인데,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정리하고 그 특성을 장점으로 표현해보고 그것을 다시 이점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장점과 이점의 차이는 결국 누구의 입장에서 표현하는가의 차이다. 제품을 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 표현하면 장점이 되고,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표현하면 이점이 된다.
예를 들어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차'는 특성(Feature) 관점의 설명이고 '아주 빠른 차'는 장점(Advantage) 관점의 설명이다. 하지만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차'라고 이야기하면 이것은 차를 구입하거나 직접 운전할 사람 입장에서 설명한 이점(Benefit)이 된다.
이점(Benefit) 관점의 글쓰기가 더 효과적인 이유는 모든 사람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특성이나 장점을 중심으로 쓴 글도 결국 '이 정보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즉 이점을 중심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누군가 읽는 사람의 이점을 중심으로 글을 쓴다면 쉽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눈에 잘 들어오고 이해도 쉽기 마련이다. 이게 바로 읽는 사람 입장에서 직장인 글쓰기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모든 글에는 독자가 있다. 직장인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문학작품 역시 독자의 선택으로 빛을 보는 것처럼 직장인의 글 역시 읽는 사람의 필요를 만족시켜줄 때 좋은 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