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도를 높이는 직장인 업무용 글쓰기 방법
나는 열심히 썼다. 열과 성을 다해 써서 보내줬는데 읽은 사람이 자꾸만 내용을 이해 못하고 물어본다. 분명히 보낸 글에 있는 내용도 다 읽지를 못하고 물어보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 사람이 모든 글에 똑같은 반응이라면 그 사람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내가 쓴 글에만 이런 반응이라면 혹시 내 글쓰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왜 사람들은 내 글에 집중하지 못할까?
업무용 글 앞에서 직장인은 매우 게으른 독자다
나 역시 직장인으로써 변명하자면 대부분의 직장인이 업무를 위해 매일같이 상당한 양의 글을 읽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꼼꼼하게 정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빠르게 훑어보고 내용을 파악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입장이 되어보면 알겠지만 잠깐 살펴봐도 내용이 쉽게 이해되는 글이 있고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글이 있다. 이런 차이는 물론 글의 내용이나 문장력의 차이일 때도 있지만 상당수는 글의 일관성과 통일성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학교 다닐 때 두괄식, 미괄식 구성에 대해 공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글의 핵심을 전체 글의 앞에 두는지 뒤에 두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직장인의 글쓰기에서 두괄식 혹은 미괄식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집중도 때문이다. 빠르게 글을 읽어 내려가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글의 뒷부분 보다 앞부분의 정보를 조금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직장인이 쓰는 글이라면 대부분 두괄식 구조를 선택하는게 현명하다. 보고서라면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해야하는 이유와 목표, 기대효과를 먼저 설명한 다름 그에 대한 근거와 세부사항을 나중에 설명하는 것이 적합하다. 고객을 위한 홍보자료를 만든다면 가장 앞쪽 페이지에 중요한 내용이나 고객 혜택을 설명해줘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미괄식 구조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의 논리가 매우 중요한 경우, 또는 수행하는 과정이 매우 독특하거나 차별화되어 있어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직장인의 업무용 글쓰기는 두괄식 구조가 적합하다.
폰트의 사이즈가 볼드,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이런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 파트의 제목처럼 중요한 부분만 폰트 사이즈를 키우는 것만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내용 중 매우 중요한 부분, 예를 들어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검토 사항이나 소요되는 비용 등의 내용은 볼드를 주거나 빨간색 텍스트로 표기한다면 읽는 사람이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텍스트에 효과를 줄 때는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우선은 명확한 규칙을 세워서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목은 폰트사이즈 12에 볼드를 준다고 정했으면 해당 문서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야 보는 사람이 일관성 있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본문 내용 중에 강조하기 위해 폰트 컬러나 밑줄, 볼드 효과 등을 주는 경우에는 한 번에 1가지 효과만 적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너무 남발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요한 내용이 많다고 해서 강조 효과를 이곳 저곳에 지나치게 남용하면 오히려 강조의 효과가 퇴색되어 버린다. 만약 폰트 컬러를 통해 강조를 표시하는 경우라면 강조 색상은 1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업무용 글을 작성할 때 쓸 것이 너무 없어서 고민인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작성해야할 내용이 너무 많을 때도 고민스럽게 된다. 가능하면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로만 작성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하게 여러 내용을 하나의 글에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의 서로 다른 내용을 어떻게 구분할까의 문제다.
예를 들어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되는 사내 교육에 대한 기안서를 작성한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일정만 2종류이고 교육의 내용은 동일하다고 하면 진행 계획에 2개의 일정을 넣어주면 된다. 그런데 만약 일정 뿐만 아니라 교육의 내용이나 대상이 전혀 다른 경우라면 서로 2개의 교육 내용을 서로 다른 파트로 구분해서 작성해야만 한다. 이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성격에 따라 파트 구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언가 꼭 강조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반복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똑같은 문장을 두 번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단어를 사용하거나 또는 다른 관점에서 서술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회사를 소개하는 글에서 '기업의 성장'이 매우 중요한 정보인 경우라면 이에 대한 설명을 반복하면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해당 정보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매우 단조로운 글이 되기 쉽다. 같은 뜻이라도 발전, 혁신 같은 유의어나 유사한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거나 또는 '고객 편의 증대' 혹은 '시장 규모 확대' 같은 다른 관점에서 서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효과적으로 반복을 통한 강조가 가능하다.
효과적인 반복을 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어휘력을 풍부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쓰고자 하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한 후 관련된 유의어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또 비슷한 종류의 글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된다.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이 쓰는 업무용 글을 읽는다는 것은 업무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고 즐겁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으로서 글을 쓸 때에는 이 게으른 독자들에게 어떻게 의미 전달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