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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직딩 May 22. 2022

6장. 글은 다 썼지만 보고는 미루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게 어려울 때 필요한 것들

직장인의 글쓰기라는 매우 실전적인 주제다 보니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글을 쓰는 기술적인 문제와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업무를 위해 글을 쓰다 보면 대부분 마주하게 될 상황에 대한 이야기라 한 번은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바로 글을 보여주는 것에 관한 얘기다.



때로는 글을 쓰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100배는 어렵다


쉽지 않기는 했지만 필요한 글을 다 쓰는 데 성공했다. 이제 팀장에게 메일로 보내면 일단락되는 일이다. 그런데 자꾸 메일의 발송 버튼 클릭을 주저하게 된다. 괜히 다시 파일을 열어서 오탈자는 없는지 확인하고,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보고만큼은 미루고 싶어 진다. 지나가면서 슬쩍 팀장님 기분은 괜찮으신지 살펴보게 된다. 차라리 다됐냐고 물어보기 전까지 모르는 척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하거나, 아예 팀장님이 내 작업에 대해 잊어버리기를 기도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은 잘 생각해보자. 글이 정말로 미완성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다른 심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글의 완성도가 모자란 것이라면 내용과 문장을 다시 검토해보면 되겠지만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도 글을 보여주기 어렵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부분의 처음 글을 썼을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내가 쓴 글이 잘 쓴 것인지 못쓴 것인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전달될지 불안한 지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심스럽게 주변 사람에게 글을 보여줬을 때 그들의 사소한 평가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글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글이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이나 음악처럼 다른 종류의 창작물도 역시 같은 과정을 겪기 마련이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글을 다 쓰고 나서도 팀장님께 보고하기 주저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아무리 글을 쓰기 좋아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것은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심지어 그 평가자가 내 직장상사라고 하면 긴장이 되는 것도 최대한 미루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글을 쓰면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또 평가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보여주기를 어려워하니 시간이 늦춰지게 되고 촉박한 시간 탓에 부정적인 반응을 얻거나 혹은 제대로 글을 평가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점차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어서 다시 보여주기를 늦추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심리적인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어찌 보면 글을 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본다.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마음 가지기

글쓰기 앞에서 좌절한 직장인에게 위로의 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업무용 글쓰기는 온전히 예술이나 재능의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렵긴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고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글을 쓰는 직장인은 예술가라기보다 운동선수에 가깝다. 재능보다는 꾸준한 훈련을 통한 성장이 훨씬 효과적인 영역이라는 뜻이다.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역시 결과와 완성이라기보다 과정의 일부다. 한 번에 완성되는 글은 없다. 직장인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글의 오류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는 것이 빈말로라도 유쾌한 경험은 아니겠지만, 글의 완성도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앞으로 쓰게 될 글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핵심은 마음의 부담을 좀 덜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다. 물론 내가 쓴 글 때문에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기분이 좋진 않겠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과정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을 가져보려고 노력하는 편이 낫다. 글에 대한 비판이나 수정 요청을 감정이 아닌 이성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결과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심리적 루틴 만들기

업무를 위해 글을 쓰고 또 보고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나름의 루틴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선수가 자신만의 루틴을 통해 최상의 운동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루틴을 만들어 보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출근해서 바로 부담스러운 글쓰기 업무를 시작하기보다 간단하고 쉬운 작업을 먼저 한다던가, 글을 쓰기 전에 전에 잘 써서 좋은 결과를 냈던 글을 다시 보는 것처럼 각자 자신이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루틴을 가지는 것이 좋다.


운동선수의 루틴이 그런 것처럼 글쓰기 전 루틴도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심리 상태를 글쓰기에 최적화할 수 있다. 어떤 루틴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각자 찾아야만 한다. 다만 평소에도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일깨워주는 행동을 루틴으로 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과정에도 간단한 루틴을 만들어둔다면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거부감을 다소 줄여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글을 쓰거나 보여줄 때 불안정한 심리적 기반 위에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불안정성은 해당 업무 자체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글을 읽은 사람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했을 때 더 과장되고 확대 해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긍정적인 심리 상태에서 받을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나만의 마감 시간 설정하기

대부분의 회사 업무와 마찬가지로 글 쓰는 작업 역시 완료해야 하는 시점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가능하면 정해진 마감 시점보다 조금 이른 시간을 나만의 마감 시간으로 정해두는 것이 좋다. 우선은 심리적 안정 때문이다. 마감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는 심리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최적의 컨디션으로 글을 쓰기 어렵다. 몇 시간만이라도 목표 마감 시간을 당겨놓으면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는 상태에서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업무의 변동성 때문이다. 해당 업무의 일정이 예정보다 당겨질 수도 있고 중간에 예상하지 못했던 더 급한 일이 생겨 글쓰기 업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런 변수가 발생하게 되면 실질적으로도 글쓰기에 쓸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외부에서 정해진 마감 시간과 다른 나만의 마감을 정해두면 실질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적으로 심리적으로 몰려있는 상태가 되지 않도록 주변의 조건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불안정한 심리가 높아질수록 글을 쓰는 것도 또 보여주는 일도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글 써보기

조금 더 장기적인 대책을 생각해보면 업무를 위한 글을 쓰고 보여주는 것 외에 개인적인 글을 공개적으로 써보는 것도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블로그를 시작해도 좋고 좀 더 간단하게 써보고 싶다면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글을 써도 좋다. 형식이나 내용은 상관없지만 가능하면 장문의 글을 써보는 것이 좋다. 장문의 글을 쓰는 주제 정하기가 어렵다면 영화 리뷰나 여행후기처럼 무언가 보거나 체험한 후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이처럼 공개적인 글을 써보는 연습을 자주 하다 보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좀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댓글 반응을 보면서 내 글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볼 기회가 된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는 어느 정도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마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써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무언가 시도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보여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도 업무를 위해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보고하는 일이 참 어려웠었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바꾸고 심리상태를 관리하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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