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파리처럼...
2015년 11월, 파리발 폭탄테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13일의 금요일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pray for Paris...
Paris #1. 퀘스트와도 같던 파리 관광
파리라는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군입대 직전 유럽 배낭여행 때였다.
때는 바야흐로 1월.
한국보다 위도는 높지만 춥지 않던 파리의 겨울,
하지만 습한 공기에 체감추위가 상당했고
체류 내내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았다.
여행이라기보다 관광으로 파리에 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여행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손에 꼭 쥐고
추천코스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교과서적 여행을 했다.
귀국하기 위해 샤를 드골 공항으로 가는 길에
아랍계 잡상인에게 강제로 사진 찍혀 없는 돈 삥뜯기 건 보너스!
파리에 대한 환상은커녕
불친절한 파리지앵들에 대한 원망과
프랑스어 못하는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이들을 욕하며
다시는 프랑스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Paris #2. 15년 만에 들른 프랑스, 그리고 파리
20대 초반의 철없던 대학생은
그새 학교를 졸업한 30대 사회인이 되었다.
전보다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정도의 자금을 모으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시간적인 여유도 만들었다.
우선 그간 관심 있던 유럽 몇 개국을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하나였던 프랑스는 제대로 둘러보고 싶어
따로 여행 가이드 및 에세이까지 구입하며 정독했다.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관광지만 찍는 여행,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SNS에 사진 올리려는 여행이 아닌
한 끼를 먹더라도 느긋하고 맛있게,
한 군데를 가더라도 가슴속에 깊이 스며드는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유럽여행 한 달이 지난 2015년 5월.
정확히 15년이 지나 다시 프랑스 파리에 돌아왔다.
파리는 여전히 바람이 차가웠지만 따뜻했고,
숨겨진 먹구름을 머금은 햇살이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
Paris #3. 파리의 여러 가지 색깔_
블루, 핑크, 옐로우 그리고 블랙
파리 그리고 프랑스의 랜드마크 에펠탑.
많은 관광객들이 상상하는 뭉게구름 아래 우뚝 솟은
에펠탑을 본 것은 행운이었다.
사실 에펠탑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다가
에펠탑 자체도 워낙 높아 좋은 사진 찍기 의외로 어렵다.
그 와중에 약간의 꿀팁을 드리자면...
샹드마르스 공원 왼편에서 사진 찍는 것을 추천한다.
인물이 왼쪽, 에펠탑이 오른쪽에 나와
구도가 어느 정도 맞으며
운 좋게 사진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찍어줄 경우
나만의 인생 샷으로 얼마든지 활용 가능하다.
만일 날씨까지 좋다면 금상첨화!
미식가의 도시 파리에서 매 끼니 달팽이 요리, 푸아그라만 먹을 수는 없는 법!
평소보다 많이 걷고 땀을 많이 흘려
당 보충이 절실할 시간이 오게 마련인데,
파리 색이 듬뿍 담긴 디저트 마카롱을 한번 먹어볼만하다.
신세계백화점에도 입점된 대표 마카롱 프랜차이즈인
라뒤레(La Duree)에서
커피 한잔에 당도 높은 마카롱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자.
여자 여행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으며,
파리 여행 SNS 지분율 중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남자 여행객들도 여기가서
당당히 사진 찍고 여유 있게 쉬어가자!
내 돈과 시간 들인 여행에서 남들 눈치 볼 건 전혀 없다.
흑형들이 흔하디 흔한 몽마르트르 언덕을 조심하자!
여행객들 팔에 실 같은 것을 묶어 돈이나 소지품 삥뜯는 무리들이 있는데,
절대로 쫄지 말고 당당하게 가되
팔을 붙잡히면 과감히 뿌리치며
아무렇지 않게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어차피 걔들도 경찰들 눈치 보며 일하는(?) 애들인지라
필요 없이 얘네들 페이스에 휘말려 소중한 여행을
그르치는 일은 없길 바란다.
호기심에 카메라 줌을 최대로 당겨 흑형들의 모습을
극적(!)으로 담았는데,
내가 사진 찍는 모습을 눈치챈 흑형의 살기 어린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밖에 에펠탑 근처에서 설문 조사하는 집시 여자 무리,
사람들 특히 많은 지하철 내부에서는
검은 손이 활개 치므로 주의 요망!!!
마지막으로...
해 질 녘 바토 무슈(Bateaux-mouches)를 타면서 바라본
센강과 파리의 노란 물결 그리고 야경으로 물들기 직전의 파리이다.
파리 야경의 아름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던 순간이다.
생각만큼 깨끗하지도, 쾌청하지도 않고
심지어 조금 위험하지만
생각보다 느리게 가는 시간에 내 영혼이 숨쉬는 파리.
저녁이 있는 삶 속에서
인생의 철학을 생각할 여유가 있는 파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파리는 미워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새침한 여자친구 같은 매력이 있는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