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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오빠 Nov 13. 2015

겨울바다도 아르헨티나?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다지 인기 종목이 아닌 장소가 하나 있는데...

이름하야 '우수아이아'(Ushuaia)


그도 그럴 것이 우수아이아는

여행객들의 3대 불만사항을 모두 갖고 있는 곳이다.

1. 관광명소가 적다

2. 대륙 끝에 붙어있어서 교통도 불편하다

3. 물가도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수아이아에 굳이 간 이유는

이 곳의 별칭인 '세상의 끝'을 한번 밟아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1997년작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장국영과 양조위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러 온

이 곳의 매력이 궁금하기도 했고,

남미까지 여행 온 김에 '이왕 온 거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막연한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외롭고 추워도 아르헨티나는 내가 지킨다

우수아이아까지 가는 루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엘 칼라파테(el calafate)에서 비행기로 오는 것이다.

고작 1시간이면 오는 최단거리 루트로,

거리가 멀지 않아서 항공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물론 버스를 타고 육로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칠레를 건너

다시 아르헨티나로 넘어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비추천!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인 우수아이아는 눈, 얼음으로 덮인

태고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시기상 겨울이었던 아르헨티나와 눈, 그리고 얼음이라...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이렇게 여행 타이틀이 맞을 줄이야!

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나는

'남미의 땅끝'을 느끼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갑자기 든 생각, 여기 군인들도 눈을 싫어할까?



예상대로였다.

우수아이아는 볼 것도 많지 않은데다가,

먹을거리 값이 만만치 않았다.

남위 54도에 위치한 우수아이아 겨울 낮의 길이는

짧아도 너무 짧은지라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해가 뜨고,

오후 5시 반이면 어두컴컴해졌다.

게다가, 해안 도시인 이 곳의 겨울은 바람까지 습해

영하 3~4도의 기온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추위가 심하게 느껴졌다.

왜 이 곳에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지 단번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모자 하나로 버티고

50도에 육박하는 사막도시도 여행한 내가

이까짓 겨울 추위에 굴할 수는 없었다.

날씨도 추우니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인 후

'세상의 끝'이 어딘지 가보기로 했다.

'fin del mundo' : 스페인어로  '세상의 끝'


'맞게 잘 찾아왔구나'라는 생각에 안도와 기쁨의 탄식이 먼저 나왔다.

이 곳은 페루 '마추픽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웅장함은 없었지만

지구 반대편까지 온 동양청년에게 근사한 풍경과

기념 스탬프를 동시에 선사했다.

(이 간판 옆의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르면

4개나 되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으니,

방문 시 여권 지참하는 센스를 발휘해 보시길^^)

이 곳에서는 '남극'을 가는 크루즈도 있는데,

주로 돈 많은 부호들이 이용을 한다고 한다.

여행의 숨은 묘미, 여권에 스탬프 받기



우수아이아까지 들른 여행객들은

비글해협 투어를 꼭 해보시길 권한다.

앞에 나온 '세상의 끝' 간판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바로 비글해협인데,

바다에 사는 펭귄, 바다 물개, 온갖 새가 어울리는 모습과

우수아이아에서 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의 끄트머리까지 볼 수 있다.

그 끝은 바로 위에 올린 사진인 '빨간 등대'


단, 바닷바람이 상당히 강하므로

옷을 든든하게 입으셔야 하며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실 것!


바닷가 근처에 투어 회사가 몇 군데 있는데,

다 돌아다니면서 가격과 시간대를 꼭 따져보셔야 한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생동감 있는 파도와 추위를 즐기는 물개




우수아이아는 바닷가 도시다 보니

해산물도 꼭 한번 먹어보자.

평소 해산물 마니아인 나는 우수아이아 현지인들에게

맛있는 해산물 집을 추천받아 가격 대비 양이 가장 많은 메뉴를 시켰는데

알고 보니 거기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이었다 ㅠㅠ

이게 다 스페인어에 미숙한 내 탓이리라.

주머니는 아주 많이 가벼워졌지만,

오랜만에 배불리 식사를 한 하루였다.

사진 하나가 엄청난 식욕을 불러온다.


우수아이아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또 하나!

비록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세상의  끝'이지만

여기도  '아르헨티나'이고,

사람들 모두 이 곳을 아주 많이 '사랑' 한다는 사실.

집 떠난 많은 해외 배낭 여행객들은 다 그렇겠지만...

나도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대한민국'이라는 내 나라,

내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다.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우수아이아에서 여행 100일째를 맞이했다.

하늘과 국기색깔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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