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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오빠 Dec 04. 2015

남미에도 스위스가 있다?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전해라.

겨울이 되면 늘 흘러나오는 노래의 소재는

크리스마스와 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이 되자마자 함박눈이 내렸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손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눈과 겨울을 12월부터 봐야 한다는 것도

북반구에 사는 우리의 생각 속에 잡힌 편견이다.

지구 반대편 남반구에서는 6~7월이 겨울인지라,

삼복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큰 부러움을 주곤 한다.


그중,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는

눈이 내리는 요맘때 더욱 생각나는 여행지이다.

시험에 지친 학생들, 직장상사의 눈치에 찌든 직장인들,

육아에 지친 엄마들, 기타 모든 사람들...

모두 바릴로체의 흰 눈을 보며

한결 깨끗한 마음을 되찾길 바라며...

만년설과 하나된 구름

바릴로체 #1. 남미에도 스위스가 있다?


바릴로체를 흔히 '남미의 스위스'라고 한다.

도시 전체를 감싸는 맑은 공기와 호수를 보면

스위스 루체른의 한적함이 떠오르고,

안데스 산맥 위의 만년설을 보면

알프스 산맥이 매치되곤 했다.

게다가 배낭여행자들의 공포 대상이던

스위스의 살인적인 물가는

남미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아르헨티나의 물가와 견줄 만하다.


바릴로체에 짐을 푸른 첫날.

두 달여 만에 다시 스위스를 찾은

기분 좋은 착각도 들었고,

이 곳에서는 또 어떤 특별한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몹시 설레었다.

내일의 태양이 다시 타오를때까지 잠시만 안녕...




바릴로체 #2. 간밤에 내린 고마운 폭설(?)


운 좋게 창가 자리를 받아 짐을 푸르고 잠에 들려고 하던 첫날밤,

밖에서 뭔가 부스럭 대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다.

커튼을 치고 창밖을 보니 Oh, my god!

함박눈이 바람을 타고 수평으로 내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날씨까지 추우니 쌓인 눈이 바로 얼어서

빙판길이 될 것이고,

남미의 시골마을에서 우리나라처럼 신속한 제설작업을 기대할 수는 없기에

다음날 여행이 걱정되어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여차저차 겨우겨우 눈을 붙이고 일어난 아침,

내 걱정과는 다르게 발코니 바깥의 바릴로체는

나에게 뜻밖의 선물을 선사해 주었다.

하늘 위의 새들마저 반겨준 하얗게 덮인 바릴로체

쌓인 눈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그리 낮지 않아,

눈 덮인 바릴로체를 아무 탈 없이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었을 테다.

아무래도 나의 이번 여행은 날씨가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바릴로체 #3. 험난했던(!) 트래킹


바릴로체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샤오샤오(llao-llao) 호텔이 나온다.

호텔에서 묵은 건 아니었지만,

이 호텔에서 보는 바릴로체의 배경이

아주 끝내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별 의심 없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무 데나 찍어도 엽서가 된다는

스위스의 어느 산자락처럼,

바릴로체 역시 어딜 찍어도

그 자체만으로 예술작품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장관이었다.

왜 바릴로체를 '남미의 스위스'라고 하는지 실감한 순간...

호텔 지배인의 제지를 뚫고 몰래 찍었지만 나름 인생 배경샷!
가난한 여행자도 호텔은 갈 수 있다.
바라만 봐도 안구정화가 절로 되는 바릴로체의 절경


샤오샤오 호텔을 등지고 나와,

눈으로 덮인 트래킹 코스를 밟아보기로 했다.

남미는 유럽과 달라 으리으리한 성당, 박물관은 없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대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기에

나처럼 막무가내로 이곳저곳 다니는 사람들에겐

안성맞춤이다.(심각한 남미앓이중)


간밤에 내린 눈으로 산길은 거의 빙판이 되어서

그 안에서 진흙탕을 밟고 발이 빠져 허우적댄 것은 물론,

중간에 길까지 잃어 국제미아 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놈의 사진이 뭔지...

인생 샷 한번 찍어보겠다고

낯선 길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나 자신을 한없이 학대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볼리비아에서 우리돈 15000원 주고 산 짝퉁 파카로 남미 곳곳을 다녔다.
여름에 간다면 반드시 이 호수에서 수영을 하리라!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는 저 붉은 꽃의 강인함을 배우고 싶다.

뭐 어찌어찌하여 길을 찾아 어렵사리 숙소에 복귀했지만...

결코 하루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주인 잘못 만나 하루 종일 고생한 다리를 좀 주물러주며 하루를 마감했다.



바릴로체 #4. 깜빠나리오 언덕


어제의 그 개고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나는

깜빠나리오 언덕에서 바릴로체 전망에서

맑은 공기 한번 더 마시고 럭셔리하게 쉬기로 했다.

이 곳은 전망대인지라 왕복 리프트권을 파는데,

생각보다 비쌌지만... 그냥 샀다.

책에서 보기엔 전망 따라 걸을 수 있다고 해서

올라가는 표만 사려고 했는데

왕복표밖에 팔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다 구매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바릴로체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비록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바라본 알프스의 웅장함이나

마테호른의 깎아지른듯한 형상을 지닌 무언가는 없지만,

파란 호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커다란 힐링이었고

내가 찾던 여행의 모토인 여유를 누린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그 순간 나는 지구 반대편, 남미,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 있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앤 화이트
세상에서 가장 팔자 늘어진 개 한마리 납시오.
해발 1049m 바릴로체 깜빠나리오. 이 정도 높이는 남미에서 언덕 수준^^



바릴로체 #5. 바릴로체 먹거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좁디좁은 바릴로체 시내에서도 뭘 좀 먹어야겠지?


우선, 아이스크림!

바릴로체 시내에  'rapanui(라파누이)'라고 하는

가게가 있는데(스페인어로 heladería: 엘라데리아)

여기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아주 맛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러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한 번쯤 가보실 것!!!

하나 더 시켜먹고 싶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상징 소고기!

바릴로체 시내에서 소고기 맛나기로 소문난

'alberto(알베르또)'라는 집이 있는데,

아르헨티나스럽게 소고기 양도 많고 육감도 좋아서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되리라 믿는다.

단, 고기가 다소 뻑뻑할 수 있으니 와인에 곁들여 드실 것!

아르헨티나의 흔하디 흔한 레드 와인, '말벡'
얕봤다가 큰 코 다칠만한 어마어마한 4인분 소고기



바릴로체 #6. 여행시 알아둘 사항!


1. 바릴로체 시내에서 버스를 타려면

   반드시 '버스카드' 가 있어야 함.

   묵고 있는 숙소나 시내 슈퍼에서 판매한다.

2. 바릴로체 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시내에 다닌다.

    혹시 비행기로 이동하는 분들은

    꼭 버스 타실 것을 추천한다.

    (택시비가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다)

3. 바릴로체-칼라파테 구간은

    버스로 이동시 28시간 소요.

    비행기 노선이 있는데, 비수기에는 직항이 없고

    꼭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거쳐간다.

    시간이 많으면 버스,

    비용이 많으면 비행기로 이동하실 것!

4. 아르헨티나의 소고기는 맛도 있지만 너무나 흔해서

    굉장히 저렴할 것 같지만,

    식당에서 파는 것은 생각보다 비싸서

직접 마트에서 사 숙소에서 구워먹는 편이 좋다.

5. 바릴로체 등 파타고니아 지역은 환율이 극히 나쁜 편.

달러 환전시 북부의 살타 혹은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하실 것!

    'cambio(깜비오_교환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외치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릴로체에서는 웬만하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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