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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오빠 Dec 31. 2015

스위스의 야성적 매력, 체르마트

융프라우만 왔다 가기 아쉽다고 전해라

알프스 산맥의 심장,

스위스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융프라우'에 올라가서 신라면을 먹으며 사진을 찍고,

인터라켄 주변의 루체른 및 다른 도시들을 돌다

다른 나라로 황급히(!) 떠나는 경우가 많다.


비싼 스위스 물가에 혀를 내두르지만

엽서와도 같은 풍경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는 스위스.

2015년 마지막 여행기는

이 겨울과 그토록 잘 어울릴만한 스위스를 소개한다.

일명 '상남자 스위스' 체르마트로 가보자.

한번 더 가라면 가야지, 암암!

체르마트 #1. 왜 여길 여행했나요?


사실 이 곳을 여행할 계획은 없었다.

스위스의 비싼 물가가 두려워 오래는 못 있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스위스의 상징이자 대표명소인

융프라우를 보고,

그 주변의 루체른이나 뭐 다른 곳을 잠시 둘러본 후

바로 다른 나라로 가려고 했었는데...


인터라켄에서의 마지막 날 밤에 여행책자를 읽어보다가

마테호른이 나오는 체르마트를 본 순간 마음이 바뀌어

바로 숙소를 예약하기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예약하면 그냥 여행했다는 얘기...


나란 사람의 여행은 항상 이렇다.

무계획 즉흥적 아몰랑 ㅎㅎㅎ

뭐 여하튼 여행하기로 했으니 체르마트로 고고고!

스위스에서 기차여행할땐 잠을 안자도 좋습니다




체르마트 #2. 물가 비싸고 날씨 구리던 시골마을


체르마트에 도착하자 나를 반긴 것은

다름 아닌 먹구름과 세찬 비 ㅜㅜ

인터라켄을 떠날 땐 그렇게 맑던 하늘이

왜 여기선 심술궂은 무채색인 것이더냐...

게다가 내 옷을 흠뻑 적실만큼 비가 내려

마음이 더욱 다운되었다.


배가 고파 뭐라도 먹으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맛집이 어딘지 당최 찾을 수가 없어

역에서 머지않은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로 대충 요기를 했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니 케첩 돈도 받는 악랄한 나라

그 곳은 스위스...

여길 오래 여행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음을 깨달았다.


괜히 여기까지 와서 고생을 하는 것인가.. 후회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내일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바랐다.

삼보 일배를 해서라도 날이 개면 좋으련만...




체르마트 #3. 찍는 사진마다 엽서, 보는 광경마다 예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런...

아직도 하늘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나 같은 한낱 미물의 바람을 하늘이 어찌 알리오...

회사에서도, 여행을 와서도 내 인생은

그야말로 '을'이었다.

속상한 마음 한가득 가지고 바깥을 나와서 어슬렁거리다

마테호른을 볼 수 있는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가려고

역에서  머지않은 케이블카를 타러 향했다.

어제처럼 비가 내리지 않음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케이블카 배차간격은 시기마다 다르지만

대략 20~30분에 1대가 있고

왕복 시간과 전망대 체류시간을 고려하여

방문 시간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은 해가 빨리 지므로 가급적 서두르실 것!

여행하는 열차 안에서의 독서와 음악은 내 소중한 친구!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을

난 왠만하면 믿지 않지만,

이날만큼은 그 우주가 날 도와줬나 보다.

케이블카를 탄지 얼마나 되었을까?

서서히 하늘의 구름이 걷히더니

아래와 같은 그림 같은 장면에

감탄 한 번에 사진 한 장,

풍경 감상 한 번에 사진 한 장 찍기를 반복했다.

태양 아래 펼쳐진 마테호른 산자락
믿기 어렵겠지만 현실 속의 세계랍니다
구름은 내 사진의 빛나는 조연

유럽여행을 할 때는

특히 주말 및 공휴일을 잘 체크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유럽은 서비스업 근무시간이

평일보다 줄어들거나 아니면 아예 근무하지 않는다.

내가 마테호른을 보러 오르던 날도 토요일이었는데,

전망대에 올라가니  

그곳의 카페테리아도 이미 근무가 끝났다.

실내 카페테리아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하며

사진도 보고 풍경 감상도 하려던 계획이 다 틀어져서

결국 시린 손을 녹여가며 바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ㅜㅜ

2016년 겨울 달력 표지로 어떤가요?
체르마트에 내린 눈 위에 남긴 나의 족적
아놔 얼어죽겠다! 장갑도 안끼고 뭐하는 짓이냐ㅜㅜ



체르마트 #4. 체르마트가 준 깨알 같은 선물


전날 내린 비가 준 뭉게구름은

마테호른을 더욱 멋지게 해주었고,

덩달아 내 마음도 같이 부풀어 오르기에 충분했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 본

마테호른에는 저녁노을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여행객들로 시골 마을도

비 오던 어제와는 다르게 감동의 물결이었다.

스위스에 다시 가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


스위스의 체르마트에서 한국이 있다고? 그렇다.

체르마트 역에는 '분천역'이라는 한국어 간판이 있어서

많이 놀랐다.

알고 보니 두 도시는 상호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분천'에 가서

스위스를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

내기 이해한 것은 '분천역' 과 떠나갈 시간과 목적지 뿐.

체르마트는 그야말로 남성적인 도시다.

낭만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고 심지어 투박하다.

하지만 웅장한 산이 있고 내면의 진한 감동이 존재한다.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인터라켄의 융프라우와 더불어

체르마트도 꼭 가보시길 바란다.

주머니는 다소 가벼워져도

마음은 그만큼 풍요로워질테니...


덧) 2016년에도 더 풍요로운 여행 및 기타 소식으로

     여러분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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