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면 햇살 맞으며, 비 오면 비를 맞으며...
마드리드를 여행하면서
주변 도시에 대해 갈등을 느끼는 자들을 위해 쓴
내 마음속 똘레도
(https://brunch.co.kr/@smcha120/16)가
카카오톡 채널에까지 실리는 등 의외로 주변 반응이 좋아
내심 기쁘면서도 놀라운 마음이 컸다.
자장면, 짬뽕 그리고 후라이드, 양념 중
택일을 해야 하는 고민만큼
똘레도와 세고비아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여행자들을
실제로 많이 봤고,
두 군데 모두 매력적인 여행지임이 자명한 사실인지라
한낱 여행자인 내가 어느 한 곳이 더 좋았다고 말하기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두 군데 모두 둘러보고 큰 감동을 느꼈기에,
그냥 내가 보고 느낀 두 곳의 아름다움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세고비아의 추억 속으로 go go!
세고비아 #1. 우연이 만든 소중한 추억의 장소
사실 세고비아가 더욱 기억에 남는 건
수도교도, 백설공주의 성도 아닌
그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인연들이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동행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나는
여느 때처럼 혼자서 숙소를 나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때, 나와 비슷한 시각에 밖으로 나온 한 학생과 나눈
대화 중 일부!
학생: "저... 혹시 어디로 가세요?"
나: "아 네, 오늘 당일치기로 세고비아에 다녀오려고요"
학생: "제가 오늘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그런데
괜찮으시면 동행해도 괜찮을까요?"
나: "(반신반의하며) 네 좋아요"
우리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동행을 하게 되었다.
나보다 10살도 더 어린 막내동생뻘 되는 대학생이었는데,
취향도 관심사도 다른 사람과의 동행이 반갑기도 했지만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세고비아행 버스 티켓을 끊고 시간이 남아 대기를 하던 중
또 다른 동행이 합류를 하게 되는데...
여행객: 한국분이시죠?
나: 네 안녕하세요
여행객: 티켓 끊으려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요.
한 번만 도와주실래요?
나: 네 알겠습니다
그 이후...
여행객: 세고비아 가시는 거죠?
저 혼자 왔는데 동행해도 괜찮을지요?
나: (두 번째 반신반의) 같이 가시죠.
혼자 조용히 둘러보려던 세고비아에
이렇게 두 번의 동행 합류 찬스가 왔고,
우리 세 사람은 잠시 후 세고비아로 향했다.
이 찬스를 수락한 건 어찌 보면 신의 한 수였다.
세고비아 #2. 흐린 날씨의 덕을 보다_수도교
원래 나는 여행을 하면서 날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맑은 날의 풍경을 가장 좋아하고
따뜻한 햇살 아래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지라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시기를 골라가며 여행을 하는데,
마침 세고비아에 간 날은 흐리고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세고비아는 당일치기로 여행을 온 것이라
일정상 다른 날에 또 오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약간 억울했지만... 그냥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모든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당일치기로 여행오기 좋은 곳이다.
우리 세 사람은 세고비아의 명물인 수도교를 시작으로
백설공주의 성까지 쉼 없이 둘러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세고비아 #3. 동화 속으로_백설공주의 성
세고비아의 유명 장소 중 하나인
백설공주의 성을 찾아 떠나 보았다.
그 성에 백설공주가 살고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여행하면서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가 되고 순수해진다.
혹시 모를 내가 찾던 백설공주라도 있을까 싶어
한없이 기쁜 마음이었다.
스페인을 몇 번이고 여행했지만,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성당과 교회와는 조금 다른
그래서 더욱 독특했던 구조를 가진
백설공주의 성이 보였다.
세고비아 #4. 세고비아의 거리를 거닐다
도착해서부터 꾸물거리던 세고비아의 하늘에서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 곳 사람들은
비가 와도 태연하게 그 비를 맞으며 다닌다.
우산을 챙겨 오지 않은 우리도 현지인들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여행에 한껏 취해 있었다.
제법 비가 많이 내려 결국엔 근처의 레스토랑에 가서
요기도 할 겸 비를 피하며 이야기꽃을 더 나눴다.
세고비아 #5.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오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날 나와 함께 한 동행들은
모두 나보다 동생들!
복학하기 전 여행을 온 선학이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온 정선이!
제각각 여행을 생각하는 관점과
그간 지내온 인생 스토리가 재밌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날의 동행을 추억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주며 누구보다 4월의 세고비아를
자신들 여행일정에 잊지 못할 한 조각으로 맞추었다.
세고비아에서 허기진 배도 채울 겸
마드리드로 돌아와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우리의 근사한 여행과 앞으로의 미래를 꿈꾸며...
세고비아 #6. 각자의 여행길로 그리고 다시 한국...
4월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우리는
그 날 이후 각자의 여행길로 떠났고,
서로의 건강과 안전한 여행을 빌어주었다.
나와 같은 숙소에 묵었던 선학이와는
마드리드의 남은 일정을 같이 소화했고,
그 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같은 숙소에 묵는
제 2의 우연을 만들게 되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정선이는
5월 중순, 파리에서의 일정을 일부 맞춰
나에게 파리를 소개하여주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모두의 여행이 끝난 2015년 여름 어느 날...
우리는 서울에서 다시 재회해 그때를 추억하며
여행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세고비아 #7. 세고비아 여행 팁...
1.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가면 된다.
renfe라는 열차가 더 빨리 도착하지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버스를 타고 차창밖을 보며
세고비아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2. '꼬치니요'라는 새끼돼지 바베큐가 유명하다.
맛은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있기에 평가는 생략한다.
원조답게 이 곳에서도 한번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3. 똘레도나 세고비아는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오므로,
마드리드에서 아침에 조금 서둘러 출발해보자.
꽉 찬 하루는 어느 정도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4. 타인들에게 사진을 부탁해보자.
수도교나 백설공주의 성을 셀카로만 담기엔
그 크기와 감동이 너무나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