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페인오빠 Jan 17. 2016

응답하라, 세고비아 2015!

해가 뜨면 햇살 맞으며, 비 오면 비를 맞으며...

마드리드를 여행하면서

주변 도시에 대해 갈등을 느끼는 자들을 위해 쓴

내 마음속 똘레도

(https://brunch.co.kr/@smcha120/16)가

카카오톡 채널에까지 실리는 등 의외로 주변 반응이 좋아

내심 기쁘면서도 놀라운 마음이 컸다.


자장면, 짬뽕 그리고 후라이드, 양념 중

택일을 해야 하는 고민만큼

똘레도와 세고비아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여행자들을

실제로 많이 봤고,

두 군데 모두 매력적인 여행지임이 자명한 사실인지라

한낱 여행자인 내가 어느 한 곳이 더 좋았다고 말하기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두 군데 모두 둘러보고 큰 감동을 느꼈기에,

그냥 내가 보고 느낀 두 곳의 아름다움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세고비아의 추억 속으로 go go!

세고비아 수도교

세고비아 #1. 우연이 만든 소중한 추억의 장소


사실 세고비아가 더욱 기억에 남는 건

수도교도, 백설공주의 성도 아닌

그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인연들이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동행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나는

여느 때처럼 혼자서 숙소를 나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때, 나와 비슷한 시각에 밖으로 나온 한 학생과 나눈

대화 중 일부!


학생: "저... 혹시 어디로 가세요?"

나: "아 네, 오늘 당일치기로 세고비아에 다녀오려고요"

학생: "제가 오늘 별다른 계획이 없어서 그런데

          괜찮으시면 동행해도 괜찮을까요?"

나: "(반신반의하며) 네 좋아요"


우리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동행을 하게 되었다.

나보다 10살도 더 어린 막내동생뻘 되는 대학생이었는데,

취향도 관심사도 다른 사람과의 동행이 반갑기도 했지만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세고비아행 버스 티켓을 끊고 시간이 남아 대기를 하던 중

또 다른 동행이 합류를 하게 되는데...


여행객: 한국분이시죠?

나: 네 안녕하세요

여행객: 티켓 끊으려는데 어려움이 있어서요.

            한 번만 도와주실래요?

나: 네 알겠습니다


그 이후...

여행객: 세고비아 가시는 거죠?

            저 혼자 왔는데 동행해도 괜찮을지요?

나: (두 번째 반신반의) 같이 가시죠.


혼자 조용히 둘러보려던 세고비아에

이렇게 두 번의 동행 합류 찬스가 왔고,

우리 세 사람은 잠시 후 세고비아로 향했다.

이 찬스를 수락한 건 어찌 보면 신의 한 수였다.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세고비아

세고비아 #2. 흐린 날씨의 덕을 보다_수도교


원래 나는 여행을 하면서 날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맑은 날의 풍경을 가장 좋아하고

따뜻한 햇살 아래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지라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시기를 골라가며 여행을 하는데,

마침 세고비아에 간 날은 흐리고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세고비아는 당일치기로 여행을 온 것이라

일정상 다른 날에 또 오기도 힘든 상황이었기에

약간 억울했지만... 그냥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걸어서

모든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당일치기로 여행오기 좋은 곳이다.

우리 세 사람은 세고비아의 명물인 수도교를 시작으로

백설공주의 성까지 쉼 없이 둘러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수도교 올라가면서 감상한 세고비아 전경
동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퍼포먼스, 글씨는 내가 썼다
여행 중에 수백번도 더 취한 포즈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의미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세고비아 #3. 동화 속으로_백설공주의 성


세고비아의 유명 장소 중 하나인

백설공주의 성을 찾아 떠나 보았다.

그 성에 백설공주가 살고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여행하면서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가 되고 순수해진다.

혹시 모를 내가 찾던 백설공주라도 있을까 싶어

한없이 기쁜 마음이었다.


스페인을 몇 번이고 여행했지만,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성당과 교회와는 조금 다른

그래서 더욱 독특했던 구조를 가진

백설공주의 성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성
지극히 스페인스러운 풍경
내 공주님은 여기에 사시려나요?
다리도 풀고, 생각도 하면서 쉬던 시간

세고비아 #4. 세고비아의 거리를 거닐다


도착해서부터 꾸물거리던 세고비아의 하늘에서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 곳 사람들은

비가 와도 태연하게 그 비를 맞으며 다닌다.

우산을 챙겨 오지 않은 우리도 현지인들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여행에 한껏 취해 있었다.


제법 비가 많이 내려 결국엔 근처의 레스토랑에 가서

요기도 할 겸 비를 피하며 이야기꽃을 더 나눴다.

스산했지만 마음은 한결 밝아졌다
맑은 날의 세고비아는 어떤 색깔일까?
비가 와도 스페인의 숨은 색채는 이토록 강렬하다
이거 먹고 배 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고비아 #5.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오다


얘기를 나눠보니 그날 나와 함께 한 동행들은

모두 나보다 동생들!

복학하기 전 여행을 온 선학이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온 정선이!

제각각 여행을 생각하는 관점과

그간 지내온 인생 스토리가 재밌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날의 동행을 추억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주며 누구보다 4월의 세고비아를

자신들 여행일정에 잊지 못할 한 조각으로 맞추었다.


세고비아에서 허기진 배도 채울 겸

마드리드로 돌아와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우리의 근사한 여행과 앞으로의 미래를 꿈꾸며...

스페인판 '소주와 새우깡'같은 존재, 상그리아 그리고 하몽
잊지 못할 여행을 함께 해준 고마운 친구들

세고비아 #6. 각자의 여행길로 그리고 다시 한국...


4월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우리는

그 날 이후 각자의 여행길로 떠났고,

서로의 건강과 안전한 여행을 빌어주었다.


나와 같은 숙소에 묵었던 선학이와는

마드리드의 남은 일정을 같이 소화했고,

그 후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같은 숙소에 묵는

제 2의 우연을 만들게 되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정선이는

5월 중순, 파리에서의 일정을 일부 맞춰

나에게 파리를 소개하여주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알프스까지 이어진 여행의 끈
유난히 햇볕이 뜨겁던 5월의 파리 한복판에서 이어진 인연


그리고, 모두의 여행이 끝난 2015년 여름 어느 날...

우리는 서울에서 다시 재회해 그때를 추억하며

여행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행 중에 너희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어

세고비아 #7. 세고비아 여행 팁...


1.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가면 된다.

    renfe라는 열차가 더 빨리 도착하지만,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버스를 타고 차창밖을 보며

   세고비아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2.  '꼬치니요'라는 새끼돼지 바베큐가 유명하다.

    맛은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있기에 평가는 생략한다.

    원조답게 이 곳에서도 한번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3. 똘레도나 세고비아는 당일치기로 많이 다녀오므로,

마드리드에서 아침에 조금 서둘러 출발해보자.

    꽉 찬 하루는 어느 정도의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4. 타인들에게 사진을 부탁해보자.

    수도교나 백설공주의 성을 셀카로만 담기엔

    그 크기와 감동이 너무나도 크다.

매거진의 이전글 빙하 타고 내려온 칼라파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