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금요일이었으면 좋겠네요.”
목요일 오후 3시, 마음의 소리가 입으로 툭 튀어나와 버렸다.
방금 나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원샷하고 컵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얼음을 뒤적이고 있던 보안팀장이 씨익 웃는다.
“아이, 그럼 토요일이 너무 빨리 왔다 지나가요. 목요일인 게 나아요.”
신박한데?
요 근래 내가 들은 말들 중에 가장 신박하다.
질 수 없지.
“참나, 그럼 금요일이 너무 빨리 왔다 지나가니까 주말에 대한 두근거림이 짧죠. 수요일이 제일 좋겠네.”
이 양반, 얼음 하나를 빨아 먹다 말고 오호 이것 봐라 하는 표정을 짓는다.
“팀장님은 그게 문제야. 수요일이라뇨. 수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화요일이 최고죠.“
마시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코로 나올뻔했다.
이 대화가 이렇게 이어질 대화는 아닌데, 이렇게 마시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코로 나올만한 대화가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내 입은 또 필터가 고장 난 정수기처럼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데로 내뱉는다.
“화요일? 이 양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월요일 아침의 그 무겁고도 적막한 공기, 알죠? 주말? 화요일조차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그 막막함. 월요일이 제일 짜릿하죠.”
내가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질뻔했다.
“팀장님!”
뭐야, 이 양반. 아직도 승복을 못하나.
평일은 5일이란 걸 꼭 집어줘야 하나.
“뭐니 뭐니 해도 일요일 저녁이죠. 저녁부터 느껴지는 그 초조함. 잠자리에 들었을 때 그 불안함. 캬. 알죠? 뭔 느낌인지?”
의기양양해하며 뽀드득뽀드득 얼음을 빨아먹고 있는 보안팀장에게 그건 반칙이라고, 룰 위반이라고 말을 하려다 참는다. 나까지 유치 해질 순 없지.
그치만 이 양반, 날 너무 물로 봤네.
“보안팀장님, 아침에 말한 사고보고서 다 쓰셨어요? 안내문 부착은 끝났어요? 이봐 이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빨리 하던 작업이나 마무리하러 가요. 그거 얼음 많이 먹으면 배아퍼. 그만 먹고요.”
180이 넘는 키에 헬스장이 집보다 편안한 거구의 보안팀장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친다.
“와, 팀장님 진짜.. 와 진짜.. 우와..”
그런 보안팀장을 뒤로하고 다 마신 빈 아이스아메리카노 컵을 반납대에 올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거구의 보안팀장이 씨익 웃는다. 마주 보며 나도 한 번 씨익 웃어주었다.
목요일 오후 3시의 햇살은 아직도 뜨겁다.
*TGIF, 드디어 금요일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