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구름 Nov 18. 2022

136_ 노후 준비, 생활비 때문만은 아냐

+ 30대 노후 준비

.

.

앞서 늙음은 활동 반경이나 체력 등 전반적으로 인생에 모든 부분들이 저물어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여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생활 방식, 대인관계까지 점점 좁아지고 단출해진다고 말이다.


근데 이런 얘기를 할 땐 좀 걱정이 된다.

남은 생을 너무 그동안 살아온 수고에 대한 보상이 아닌 죽음만 기다리 우울한 일상으로 치부하는 같아서다. 정말 늙어서는 다들 축 처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 너무 실망스럽지 않은가? 


해서 여기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노후 인생도 지금처럼 아주 그냥 씬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 전체가 하행선을 타는 건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내 부모님의 노후가 고단했던 건 가난 때문이지, 단순히 늙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누구나 나이 들어서 겪는 부정적인 변화는 건강 문제, 노인들 대하는 사회나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 정도지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 들어 건강하기만 하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사람들과 자주 만나며, 여전히 사회생활하면서 활기차게 살 수 있다. 


60세, 70세 나이와 상관없이 여행 가실 분은 다 가시고~ 지인들과 맛난 거 먹으며 문화생활 즐기며 사신다. 비록 축구나 빨리 뛰기 같은 몸에 무리가 되는 운동은 어렵지만, 우리 동네 수영장 새벽반 학생은 모두 노인이다. 예전에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10km 완주하는 백발 어르신도 봤다. 어찌나 멋있던지.


그때 처음 늙는다는 건 체력이 전과 같지 않을 뿐이지 전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꿈을 꾸고 도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이런 분들을 보긴 어렵다.

오히려 흔하게 보는 건 나이가 들면서 활동이 확 줄어든 어른들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집에서 TV만 보시고, 어머니는 휴대폰만 보시고, 외출이라고는 잠깐 동네 슈퍼나 산책 정도. 여행은커녕 문화생활은 더 줄고, 사람들과 만남도 점점 뜨문뜨문해진다.


이렇게 노후 활동을 제한하는 건?

돈이다.  나이가 아니라.


내 부모님 모두 60대 중반을 넘기셨지만, 지금도 충분히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 생활, 잦은 외식은 물론 해외여행도 가능하시다. 주택에서 텃밭 가꾸며 살고 싶다는 바람은 물론, 제주도 1달 살기… 아니, 당장 1년 살기도 하실 수 있다. 뭐든 하실 수 있다. 단지, 그것들을 실행할 만한 돈이 없을 뿐.


우리 젊은 사람도 이 상황 너무 잘 알지 않나.

혈기왕성한 20대에 아프리카, 코타키나발루, 산토리니 세계여행 어디든 갈 수 있고~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래프팅, 커피 만들기, 서양화 그리기 등 취미 생활 뭐든 다 할 수 있지만 돈이 없어서 다 못하고 산다. 젊은 지금도 충분히 경험하는 일이다.


나이 들어서 쓸 돈을 미리 마련해두는 건 단순히 생명유지, 생계유지를 위한 생활비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겨우 50,000원짜리 티켓을 포기하고 버스비 5,000원이 아끼느라 등산 대신 동네나 두어 바퀴 휘돌고 마는 그런 궁상맞은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생활이 초라해지는 건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다. 경제적 여유, 돈이 없다는 게 더 큰 이유다. (건강잃은 경우 제외)


다행히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아이보다 많아서 나라의 재정 배분이나 정책이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꽤나 신경 쓰고 있다. 해서 갈수록 주변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국가들처럼 노인을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력으로써 노인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일자리를 늘려 노인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구조가 변할 것이다. 해서 지금 30대 이하는 노후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확실하다고 해도 젊을 때부터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최악인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정부는 빈곤을 벗어나게 해 줄 뿐이다. 그리고 빈곤 전 단계는 가난이다. 평범이 아니라. 단순히 미래에 생계유지비 마련을 위해서가 아니라 좀 사람답게 즐거운 생활도 누리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후 준비를 좀 해두어야 한다.


나이 들면 할 수 있는 게 확 줄어드는 게 아니라 그때도 재밌는 거, 맛있는 거, 행복한 건 많~다. 그리고 그저 돈이 있으면, 중산층에 끄트머리만 돼도 여전히 여행을 가고, 좋은 옷 사 입고, 관심 있던 게임이나 공연도 즐기면서 살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벌써 늙는다는 사실에 너무 무기력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늘어날 기미가 전혀 없는 가벼운 통장 잔고에 무기력을 느낀다면 모를까.




매거진의 이전글 135_ 노후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해야만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