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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현 Dec 26. 2023

그 조리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조리사의 이직

다시 어린이집에 들어간다면

지금처럼 출퇴근에 기운을 빼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

조리사 한 명이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의 인원,

원감의 위치가 크지 않고,

원장의 의중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그리고 지금 있는 곳과 행정구역이 다른 국공립이었으면 다.

그런 곳에서 내가 이직할 시점에 날 뽑아줄 확률은 극히 낮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 조리사가 되었으니까 이제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뜨겁고 치열한 주방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예전처럼 불 앞에서 팬을  돌릴 수 있을까?

녹슬긴 했어도 받아주긴 할 것이다. 월급도 지금보다 많을 것이고, 감봉 따윈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나의 퇴사 이유는>을 발행하고 출근길걷는 

조리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소신과 원칙에 따라 씩씩하게 일해왔는데

그녀 린이집을 떠나 오갈 때 없는 가엾은 사람이 되는 건 싫었다.

분명 조리사는 나인데 마치 나와 분리된 인물처럼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졌.




내가 퇴사의사를 밝힌 지 2주가 지났는데도 원장은 구인을 올리지 않았다. 나중에 하자던 얘기들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은 평소답지 않게 콧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시 물었다.

"정말 나가실 거예요, 조리사님? 왜요옹?"

"..... 새론 마음으로 새론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용....."

나도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그만둔다고 말은 했지만 흐트러짐 없이 일하고 있고, 여전히 낄낄대 샘들 간식까지 챙겨주고 있으니 마음이 뜬 사람이라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한번 으름장을 놓은 거라고.

"진짜요?"

나는 도장을 찍 듯 대답했다.

"............... 네."




"조리사님 그만두세요?"

다음날  6세 반 샘이 물었다.

그 얘긴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었다.

"네... 어떻게...?"

"저도 이직을 생각하고 있어서 구인난을 보고 있었는데 저의 원에서 조리사 구인이 올라왔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으응... 그렇게 어."

" 곳은 구하셨어요?"

"응... 구했어."

"어디요? 거기도 국공립이에요?"

"응, ㅇㅇ 어린이집"


그 극히 낮을 확률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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