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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현
Feb 26. 2024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연차수당
"
원감선생님,
언제까지 이 짓 하실 건가요?
식자재
빼
돌리
고 남은 음식 싸가고...
.
.
이런 게 감봉사유 아닌가요, 원장님!"
내
입안에 고여 있는 말이다.
이 말의 속 시원함은
얼마짜리일까
?
나는 속 시원함 대신 실익을 택하였다.
그만둔다고 알리고
남은 근무일이
길수록
나가는 사람은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3개월 전에 퇴사의사를 밝힌 건
조리사 업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다.
이제껏 내 업무의 범위는 내가 정하였다.
간단하다. 원장과 원감의 기대치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일하면 된다.
급식관련한
업무를 내가 다 가져온 것도 조리사
를 독립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행사나 현장학습등 주방 외에서 일어나는 일만 제때 내게 전달해 주면 나는 여기서 아주
독립적인 존재
다.
3일에 한 번씩
원감의 입에
맛있는 간식을 처넣어주
기만 하면
업무 외의
미묘한
일로
내게 딴지를 걸지 못한다.
한 가
지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바로 연차처리
였다.
연차는
만 1년이 되면 그 즉시
일 년 치 연차가
새로
발생한다. 내 생각엔 1년 미만도 연차가
생기
도록 법개정이 되는 과정에서 생긴
구멍인 듯싶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라에서 구멍을 지나가라니 지나가야지.
나는
만 3년이
되는 11월에 16일의 연차가
생겼
기 때문에 2월까지 다 소진하고 나가야 한다. 13일이
남아 있었
다.
설연휴 이후 남은 일수를 계산하니 딱 13일이었다. 그러니 설연휴 전날인 8일까지만 근무하면
되었다.
한 달 전에 달력을 보여주며 그리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
며칠 후
원감이
내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연차기간에
근무를
하고 연차수당으로 받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
다.
이미 손에
익을 대로 익은
이곳 일을
조금 더 하면서
연차수당을 챙기면 나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고
,
원
입장에서도 대체조리사를 따로 구하지
않고
3월부터
조리사가
자연스럽게 교체되는 것처럼 보이니
손해 볼 게 없을 터였다.
이상하
게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어간
다.
내
이야기
를 아는 지인
은
전투적인
방법을(예를 들면
관련부서에 고발을
하거나
지역
맘카페에
올리라고
)
추천하기도 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혼내주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런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깟 푼돈에 내 영혼을 판 것은 아니다.
나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누군가.... 오지랖이 넓고, 남
이야
기에 감정이입이 잘 되며, 자기가 알고 있는 걸 퍼 나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이 글에 나오는
어린이집
이라는 걸
알
게 되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
다
.
학부모들과 원장, 원감 모두가 내 글을
읽게 되는 날
!
내 글을 읽고 있는 원장과 원감의
표정
을 상상하는 것으로 그
속
시원함을
대신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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