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추운 날의 따듯한 첫사랑
사람의 행복을 말할 때 가장 쉽게 말할 수 있고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먹는 것 바로 食(식)이다. 과거 요색남이 판치는 요리 프로그램을 이어 언제 적 먹방인가 할 만큼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먹는 것에 관한 콘텐츠는 스터디 셀러다. 세대를 떠나 누구나 공감하는 할 수 있는 주제는 먹는 것. 그리고 지금은 SNS, 블로그 등 찾아볼 수 있는 채널들이 너무나도 널려있고 세계각지의 요리들이 우리 근처의 식당에 산재해 있다. 수많은 요리 재료들은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우리의 선택지는 거의 무한할 만큼 많다.
이 많은 요리들 중에 사람들은 최고로 사랑하는 한 가지 요리를 마음에 품고 있다. 처음 접한 음식과 그 맛남의 충격이 때문일 수도 있고 어렸을 때의 추억과 함께하는 요리일 수도, 너무나도 친근하고 많이 먹어온 어머니의 요리 일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죽기 전에 하나의 요리만 먹을 수 있다면 뭘 먹을 것인가?” 이 질문은 심심풀이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진짜 정하라고 한다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그 고유의 김치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지는 얼큰한 김치찌개를 선택할 것인가? 나의 주도에 빠질 수 없는 그 바삭한 치킨을 선택할 것인가? 나의 영원한 보양식인 양념장어구이를 선택할 것인가? 아귀수육, 곰장어 소금구이, 잔치국수, 삼겹살 등 이 많은 선택지에서 선택장애가 올 정도로 고심된다. 그래도 단 하나만 꼽는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이 먹어볼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이 닮긴 요리를 제외하고는 난 국밥, 그중에서도 돼지국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국밥이란 추억도 있을뿐더러 처음 먹었던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맛있었다.
내가 언제부터 국밥을 먹었는지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좋아하고 있었고 지금도 좋아해서 주변 지인들이 싫어할 정도로 먹고 있다.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가장 오래된 국밥의 추억은 내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때였다. 아버지들의 로망 중 하나인 아들과 목욕탕 가기를 나의 아버지께서는 매주 실천하셨다. 아버지는 어린 나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청수탕'이라는 작은 목욕탕을 갔었다. 항상 아버지는 아들의 때를 밀어주시는 고된 노동을 끝내고 목욕탕에 나와서는 국룰인 바나나 우유를 아버지 한 개 그리고 나의 손에도 하나를 쥐어주시고는 삼계탕, 돼지국밥 등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당으로 향하셨다. 그때 꼭 반주를 곁들여 드시곤 하셨다.
이런 날 중 한날은 어린 나에게 매우 추운 겨울이었다. 따뜻한 날씨의 부산이지만 바닷가 근처라 옷 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에 몸서리 쳐지는 날이었다. 그때도 아버지와 같이 목욕탕에서 뜨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서 아버지와 함께 국밥집을 갔었다. 뽀얀 국물의 국밥이 바나나 우유를 쪽쪽 빨며 다 마셔가던 그 순간 나왔다. 바나나 우유의 찬 기운과 대비되던 국밥의 따스한 국물과 큰 덩어리의 보들보들한 수육과 같은 돼지고기가 내 입에 들어왔을 때 왜 그렇게 좋았던지. 내가 국밥을 좋아하게 된 아니 사랑하게 된 그 첫 순간. 바로 첫사랑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