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우정의 한 켠에
사춘기가 오고부터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국밥 메이트였던 아버지와의 목욕은 끝나게 되었다. 그 대신 와이프 말로는 죽고 못 살며 아직도 징글징글하게 만나고 있는 삼총사 친구들과 목욕을 갔다. 몸 씻는 것은 대충 5분 만에 끝내고 뭘 그렇게 이야기할 게 많았는지 온탕에서 20분, 냉탕에서 20분 동안 재잘재잘 떠들어 댔다. 대충 물칠만 하는 목욕을 끝내고 루틴이 되어버린 국밥을 친구들과 꼭 먹었다. 친구들도 부산 문디라 그런지 내가 가자고 하면 지겨울 만도 하건만 매주 잘만 따라왔다. 몇 년을 매주 똑같은 곳 데리고 가니 내 친구가 드디어 한마디 했다. "다른 국밥집도 좀 가보자." 이게 반항에 끝이었다.
이놈들을 데리고 그때만 갔을까? 아니 어렸을 때 수면 부족으로 내 키를 더 이상 못 크게 만들었던 주범인 PC방을 친구들과 5~6시간씩 있었다. 게임을 하면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고 격렬한 게임으로 인한 극심한 허기짐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다. 요샌 맛집 PC방도 있다고 들었다. 그때도 PC방엔 과자와 음료 등 주전부리들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난 이런 것들이 싫었다.
공부시간은 하나도 아깝지 않지만 친구들과 노는 시간은 그렇게 아까웠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고자 친구들과 게임이용 시간을 정지시켜놓고 헐레벌떡 PC방을 뛰쳐나와 국밥집으로 질주했다. 뛰어서 1분 거리의 동네 국밥집. 국밥이 나오는데 3분. 먹는데 5분. 다시 복귀하는데 1분. 10분 만에 든든한 배로 만들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었다. “빨리 큐 돌려라.”
그때는 뭐가 그리 급했던지 다른 음식이 생각도 안 났었고 그 뜨거운 국밥을 5분 내에 먹겠다고 후후 불러가며 먹었다. 난 빨리 먹기 위해 찬물과 차가운 깍두기를 입 안에 돌려가며 안 데게 '하~하~'거리며 최대한 빨리 먹었다. 내 친구는 더한 놈이었다. 그놈은 과감히 국밥에 찬물을 부어 식혀 먹었다. 뭔가 똑똑해 보이기도 하고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지만 그때는 그렇게 빨리 먹어도 그렇게 맛있었다. "아줌마 빨리요~"라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