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넘어 고작 그림일기 씁니다
점심때가 되어
냉장고 문을 열고 스캔 중에
며칠 전 사놓고 먹다가 남은
미국산 소고기 살치살이 남아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색깔도 시꺼멓고
고기에서 쉰내가 나고 있었다
버리기 아까워 일단 구워봤다
구우니까 냄새도 좀 없어지고
살짝 맛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마침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배우 언니가 부엌으로 나오더니
"무슨 고기야?"
"응 너 주려고 남겨 놓은 건데,
오래돼서 맛이 간 것 같아"
"좀 먹어볼래?"
고기를 엄청 좋아하는
배우 언니가 고기를 쓰윽 보더니
"아빠나 먹어~ 나는 너구리나 끓여 먹을래"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꿋꿋하게 고기를 다 구워 식탁에 앉았다
앞에 앉은 배우 언니가
너구리를 먹으며
"아빠 버려~ 그러다 죽어"
<죽으면 죽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