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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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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Jan 18. 2021

MBC 뉴스로 돌아본 코로나19 타임라인

2020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뉴스를 확인하고 뉴스에 관해 이야기한 해였다. “오늘 확진자 수 1000명대래”, “집단 감염 있었다더라”하는 말들은 대화의 시작을 여는 관용어구처럼 굳어버린 지 오래다.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기사들 위주로 세상 소식을 접하던 사람들도 올해만큼은 신빙성 있는 뉴스를 보기 위해 지상파 뉴스 채널에 시선을 돌리는 일이 잦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뉴스 및 정보 이용 1순위 매체는 지상파 TV 채널이 38.6%로 우위를 차지했다[1]. 그만큼 현재 한국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도 많아졌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발견된 후 수차례의 집단 감염과 대유행을 겪었던 일 년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우리에게 세상 소식을 전해준 MBC <뉴스데스크>는 어땠을까? 코로나19 타임라인과 함께 MBC <뉴스데스크>의 성과와 아쉬웠던 점들을 정리해보자.


2월 21일 / 2월 22일

2월 중순 31번 확진자로 시작된 대구 집단 감염으로 확진 환자 수가 200명대를 넘어서고 전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뉴스 자막에는 ‘뚫렸다’, ‘무더기 확진’, ‘방역 전쟁’ 등의 자극적인 단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은 “감염병의 규모, 증상, 결과에 대한 과장된 표현은 자제한다”라고 규정했다. 보도준칙에 따르면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도 삼가야 한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퍼지는 바이러스로 당황한 시청자를 앞에 둔 언론은 이를 차분히 수습하기보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단어들을 적극적으로 내보냈다. MBC 뉴스도 공적 마스크가 도입되기 이전 혼란한 상황에서 ‘마스크 대란’, ‘마스크 구하기 전쟁’ 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감염병 보도 준칙은 2009년 신종 플루와 2015년 메르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경쟁하듯 위험성을 부각하는 사실들을 쏟아냈던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메르스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뉴스는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언론의 과장된 표현에 비판이 뒤따르자 이후 MBC 본사 뉴스에서는 더 이상 ‘뚫렸다’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2],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예방 방법을 전달하는 것보다 재난 상황을 극적으로 나타내는데 무게가 쏠렸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잘못된 정보를 보도한 후 다시 정정하는 일도 있었다. 2월 27일 <뉴스데스크>에서는 경북도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77명이 모두 신천지 신도로 확인된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오인이었고 MBC는 해당 리포트의 다시 보기를 삭제하고 정정했다[3]. 정확성보다 신속성을 우선시하는 언론의 관행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5월 11일 / 5월 12일

전국에 2차 감염과 3차 감염이 시작되자 집단 감염을 일으킨 개개인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했고, 지역과 확진 번호가 합쳐진 이름들은(‘대구 31번’, ‘용인 66번’처럼) 사람들의 불안을 한 곳으로 모으기 충분했다. 이태원 클럽은 해당 클럽이 성소수자들의 클럽이었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전체에 대한 혐오 발언이 증가했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시기에 “소수자 비난 자제”를 리포트 제목으로 내세운 건 같은 시간대 방송사들 중 MBC가 유일했다. <뉴스데스크>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반에 비해 더 중립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표현을 신중히 골랐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고 동일한 리포트에 대해 SBS가 ‘잔인한 코로나’라고 제목을 단 것[4]과 달리 ‘2차 감염’이나 ‘확산’ 등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표현이 더 자주 보였다.



6월 29일 <뉴스데스크> 시간이 7시 30분에서 8시로 옮겨지면서 <뉴스데스크> 시작 전 30분을 활용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MBC ‘뉴스프리데스크’가 시작되었다. 성지영 기자와 김민호 아나운서가 기자와 앵커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프리 초대석’과 <뉴스데스크>의 아이템을 미리 보는 노재필 기자의 ‘큐시트 산책’으로 구성된 ‘뉴스프리데스크’는 MBC 뉴스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라이브 소통 방송이다. <뉴스데스크>의 주요 뉴스들을 좀 더 친근하게 풀어 설명하는 라이브 방송은 새로운 시도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또한 기존의 <뉴스데스크>가 팩트를 전달하는 것에만 그쳤다면 시청자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재난 상황 속 어려움에 대한 공감을 형성한 후 주요 이슈들을 짚어 본다는 점에서 차별적인 의미가 있었다.



MBC News 트위터

한국 언론의 ‘속보’라는 단어에 많은 비판이 있어왔지만 유독 올해는 그 속보가 가뜩이나 숫자에 집중된 코로나 이슈를 더욱 숫자만 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당일의 신규 확진자 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문제는 이런 <속보>들이 오직 확진자 수만 보이게 하고 그 의미는 해설하지 않아 단순한 위기감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검진 수가 적어 월요일과 화요일 신규 확진 수는 이전에 비해 줄어드는 패턴을 이미 모두들 알고 있는데도 언론은 마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 ‘다시 몇 명대 아래로 내려갔다’, ‘1000명을 넘었다’를 반복했다. 검진 수가 늘어서 확진율은 줄어들었다는 숫자 이면의 현상은 <뉴스데스크>가 아닌 전문가의 페이스북 글이나 SNS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사실 MBC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학 전문 기자의 수가 적고, 언론 매체는 많지만 기자들이 자신에게 정해진 출입처로만 취재를 다니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한국 언론은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데에 그쳤다. MBC <뉴스데스크>는 다른 채널들과는 달리 자극적인 표현이나 특정 이슈에 편파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노력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도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확진자 수나 집단 감염이 일어난 지역처럼 특정 이슈에만 취재가 집중되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효과적으로 쉽게 풀어 전달하는 언론 기관으로서 재난 상황 속 미디어의 올바른 역할을 선도하는 것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하고 비관하는 일이 잦지만 그럼에도 66%의 한국 시민들은 확진자 숫자를 뉴스로 매일 확인하고, 96%의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행동하며 같은 비율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달라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인지하고 있다[5]. 모두가 처음 겪는 재난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언론에 의지하기 시작했고 지상파 뉴스 채널들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주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프로그램의 잘못은 인정하고 고치는 한편 대중과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창구를 마련하면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1년 한 해도 코로나19와의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집단 감염과, 주기에 따라 돌아오는 대유행, 그리고 전 국민의 백신 접종까지 앞으로의 코로나19 주요 뉴스들에 있어서는 MBC 뉴스데스크가 기계적인 보도를 넘어서 방송 저널리즘의 격을 높이기를 기대한다.





[1] 코로나19 관련 정보 이용 및 인식 현황. 미디어이슈 6(2). 한국언론진흥재단

[2] 코로나 감염 “뚫렸다” 보도는 하지 말자, 미디어 오늘 (2020.08.31)

[3] 방심위, 코로나19 보도 신속성보다 정확성 우선, pd저널 (2020.03.04)

[4] 클럽 방문 강사->제자->과외 교사… “잔인한 코로나”, SBS 8뉴스 (2020.05.13)

[5] ‘방역 정치’가 드러낸 한국인의 세계-의문 품는 한국인들, 시사인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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