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이 같은 글쓰기 하고 싶어~
글 쓰는 게 좋다.
다섯 시간도 순삭이다.
그런데
쓰고 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 말을 정말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이면지에 흩뿌려진 낙서와
퇴고하지 못하고 쌓인 글들은 마치
요리 중인 주방처럼 모든 그릇이 다 나온 듯 정신없는 상태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뭔가가 느껴진다.
너와 나 그리고 과거와 미래 같은
관점과 공간과 시간이 뒤엉킨 4차원적인 무엇이 내면에 있는 것 같다.
그 무엇을 3차원으로 스캔하니 해괴한 형상으로 드러나고
해괴함을 문장 만들기로 풀어내니 문장은 어찌어찌 완성됐는데
정작 내가 그 맥락을 모르겠는 느낌이다.
3차원에 사는 나로서 4차원을 절대 정의 내릴 수가 없어서
나로서 그것을 온전히 경험할 수 없지만 해괴한 흔적들로 인해 무언가 있다고 확실히 느껴지기에
더 들여다보고 싶고 완전하고 확실히 이해하고 싶어서 계속 쓴다.
그래서
편한 글을 쓰는 사람이
부럽다.
아마도
4차원을 스캔하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시력 범위의 초점을 고집하지 않고
매직아이 하듯 나름의 초점을 가지고 선명하게 내면의 메시지를 보고
보이는 대로 쓰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
나름의 초점을 찾을 때까지 애쓰고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자꾸 쓰면서 그것의 3차원적 흔적을 만나고 유추하고 사색하면서
3차원을 넘어선 어떤 느낌을 찾다가
드디어 엇나간 초점으로 내면의 그것에 실체를 직시하고
편한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그런 반면,
그것을 직시하는 것에 너무 간절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정체라는 건 인간으로 사는 나로서 사실 몰라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그것의 존재감이 자꾸 드러나서 쓰기 시작된 글쓰기지만
글 쓰면서 내 주제를 파악하고 나와 삶을 확신하고
매일 글 쓴다는 성취와 전달력의 성장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삶이다.
당장 이 글을 너와 내가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 누군가가 이해할지도 모르고
단지 흔적을 남긴 것만으로도 다음으로 넘어갈 힘을 받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 수 있어 더욱 충분하다.
내 안의 그것을 볼 수 있는 엇나간 초점을 찾지 못한대도
그 과정을 즐기는 꾸준한 글쓰기 덕분에 언젠가 정돈된 글쓰기가 가능해지고
타인과 연결돼서 지혜와 마음을 나누면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글쓰기로 세상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내 생존이 가능해지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풍요로움을 느낀다.
글쓰기에 미각이 작동하는 것을 보니 4차원에 무슨 일이 있나 보다.
그러든 말든 점심땐가보다 생각하며 오늘을 산다.
나만의 이야기 아닌 모두의 마음 소리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바라며 글 쓰는 오늘을 산다.
그것을 결국 못 만나도
그것의 흔적을 다듬어
세상에 가치를 만들고 싶은 내가 멋있다.
내게 맛있는 글쓰기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내 글을 읽는 것도 맛있어지길 꿈꾸며
매일 글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