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오브 라이프는 평범한 영화가 아니다. 전통적 할리우드식 플롯을 따르는 작품도 아니고 대사가 많은 편도 아니고 오히려 영화라기보다 명상록 혹은 비디오 에세이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동생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중년 건축가 잭이 삶을 성찰하고 존재의 근원을 묻는 스토리다. 중간에 우주 창조와 생명의 탄생 시퀀스도 있고, 영화 대부분은 잭이 어린 시절 겪었던 내외적 갈등을 다룬다. 나는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 가지 주제를 발견하였다.
1. 신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신에게 질문 혹은 기도를 한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미스터리 한 불빛은 마치 존재의 시작을 알리는 빛 혹은 모든 존재에 내재된 신의 숨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빅뱅과 함께 거대한 스케일의 우주와 생명의 탄생을 보면서 '나'라는 인간 존재보다 더 크고 상위하는 존재 혹은 힘(법칙)이 있구나라고 느끼면서 감탄을 하였다.
2. 고통
이 가족의 이야기는 마치 성경 욥기를 연상시킨다. 선량한 욥이 이유 없이 고난을 당하면서 신에게 왜 선한 존재도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은 오브라이언 부인이 가장 아꼈던 착한 둘째 아들이 허망하게 죽자 신에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라고 묻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존재는 왜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고통의 근원은 무엇인가?를 성찰할 수 있게 되었다.
3. 인간 존재의 가능성
마지막 집회 장면과 오브라이언 부인이 구원을 받고 잭이 평온한 마음을 되찾은 것을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존재에게 고통 말고도 이해 혹은 구원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노력하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대부분 행복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러 수행자들이 세상을 등지고 수행하는 것도 결국 행복 혹은 그 이상의 것을 바라서 그러는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이 들었고 또,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성찰'하는 능력이 어쩌면 우리가 다가가고자 하는 곳에 더 가까워지게 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진지한 성찰과 질문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영화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