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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Nov 08. 2022

좌절하고 미루는 마음으로 쓰는 글

산 넘어 산

사실 지난주 월요일에 대학원 연구실을 잠깐 다녀왔다. 다음 과목 학습자료를 받기 위해서다. 캠퍼스는 아름다웠다. 모든 것이 좋았다. 연구실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다.


그런데 파일을 열어보았는데 내 귀를 의심했다. 영강이었다. 영강이라니.. 영강이라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 금요일 1년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내일모레는 다른 근무지로 출근해야 한다. 새로운 근무지는 영어도 사용하고 복잡한 임무를 해야 하므로 그곳에 대한 걱정이 상당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냥 그 걱정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 막연하게 불안하고 답답하다.


새로운 근무지로는 그냥 가기 싫다. 생활여건이 안 좋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새벽 출근에 퇴근을 언제 하는지 모르는 사정이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내가 싫어하는 주차 스트레스까지 있다. 벌써부터 주차를 걱정하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다.


거기다가 가장 큰 부담은 바로 영강이다. 영강의 충격으로 1주일 동안 공부를 그만두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까지만 쉬자고 한 것이 벌써 1주일이 되었다.


내일은 공부해야지. 할 것이 많다. 공부는 하려면 끝이 없는 것.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는 없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삶의 모든 것이 버겁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어렵고, 집 밖을 나서기는 더욱 어렵다. 갑자기 모든 사소한 일들이 무겁고 힘들게 느껴진다.  글을 쓰고 읽지 않아서 더 내 몸속에 걱정과 불안들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 달리지 않아서도 걱정과 불안들이 쌓이고 쌓여 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나? 아니면 오히려 더 유연하게 어떻게든 될 것이고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무래도 후자가 나에게 필요한 것 같다. 아주아주 사소하고 작은 불확실함, 정해지지 않은 모든 것들이 나를 공격하고 있다. 계속 떠오른다. 없애지 않으면 계속 떠오른다.


다 어떻게든 되겠지. 미리 걱정하지 말고 막살자. 공부도 하고 싶을 때 하자. 하고 싶어 질 때가 오겠지. 글로 쓰니까 조금 안정된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그런 나 자신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움직이겠지. 미루다 보면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하고 싶어질 때가 오겠지.


작게 쪼개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자.

별일 아니야. 한 발자국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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