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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Oct 19. 2022

내 사람들

변하지 않는 사람들


“언니, 보고 싶어.”

“와! “

우리의 카톡은 그렇게 긴말은 필요하지 않다.


가을 들판을 지나 한참을 달려서 찾아간 곳

황금들판이 펼쳐진 곳을 지나 지어지고 있는 집. 멋지다.


2011년 보험회사에 입사했을 때  지점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아등바등할 때

지점에서 무언가 인정받고 있는 듯한 한 언니, 표정은 무표정, 경력이 오래된 듯하고

아는 것이 많아 보이는 언니, 지점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도움이 많이 되는 사람 같았다.

시크했다. 나를 리쿠르팅한 매니저가 말했다.

“저 언니 조금 4차원, 근데 좋아.”



좋아 보였다. 좋았다.

그렇게 우리 인연은 시작되었다.

드러나게 친하게는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고,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보험설계사 경력이 오래된 언니는 단순히 경력이라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해서 약관의 내용은 물론이고 보험회사의 다양한 업무를 비롯해

상식이 풍부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언니한테 가면 해결이 되었고, 전화하면 아주 쉽게 설명해주었다.

매니저나 지점장님 보다 더 쉽고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다.

그런 언니를 잘 따랐고, 우리는 가까워졌다.


언니가 먼저 보험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일을 하게 되었어도 서로의 편이 되어 주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목소리나 표정만 들어도 내가 힘든지 알아차려주는 사람.

언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어떡하지?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지?

방법을 찾다가 나는 온라인 세상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했고 나를 알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파트너도 생겼다.


온라인 세상에서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신뢰를 쌓아가는 그 바쁜 시간 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나의 오랜 지인들에게 소홀했다.

돌아보니 2년 넘는 시간을 온라인 세상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람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또 다른 사람에게 치료받는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한 번씩 마음이 다칠 때만 보게 되는 어리석음을 다시 한번 알아차린 오늘이었다.


언니는 그대로 거기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오랜만에 만났어도 한결같이 거기 있었다.


뭐가 어려워? 잘 안돼?

내 표정, 내 말투만 으로도 마음을 읽어낸다.

잊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안부를 전하고 찾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언니는 그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밤 따고 도토리 줍고, 콩 털고 시골에서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자신을 꾸미고 가꾸고 하지 않고 정원을 꾸미고 가꾸는 일에 더 행복한 언니를 보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나는 어려울 것 같다. 싶은 생각도 든다.



언제든 바람 쐬고 싶을 때 찾아오라는 언니

세상사 다 그렇더라, 너는 빛날 사람이니까 빛나기 전에 잠시 찾아오는 어둠 앞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언제나 내편인 사람들, 풍성한 마음을 담고 돌아왔다.


잊고 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찾아가 만나야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올해도 감사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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