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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언니 Jan 26. 2023

건강검진 이후

매 순간이 감사


마흔넷쯤이었나.

마흔셋에 넷째 아이를 출산하고 돌이 좀 지날 때쯤

건강검진을 했었다.  어떤 소견도 없이 건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4년쯤 시간이 지났고 지난 11월쯤 건강검진을 했다.

없을  알았던 다양한 소견들이 있어서 병원에 결과 상담을 위해 방문해야 했다.

상담하던 날, 추가로 사진촬영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왼쪽 유방에 보이는 하얀 부분, 그리고 왼쪽 폐 중앙에 보이는 하얀 부분,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한 추가 사진 촬영이 필요했고,

검사를 다시 했다.


가슴안쪽에 무언가 보인다고 하셨다.

그리고 폐에 보이는 하얀 부분 역시, 촬영 시 들어간 빛일지, 결절일지 재검이 필요했다.

별거 아닐 거야 라는 긍정의 생각과 더불어 4년 전 건강검진때와는 많이 다른

내 몸 구석구석 다양하게 존재하는 주의 할 점 들이 세월 앞에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했다.



검사를 해두고 시간이 지나 검사결과를

 다시 듣기로 예약된 날


나는 별일 없을 거야 라는 긍정적 생각뒤에 혹시라도 라는 걱정이 살짝 숨어있었다.


"최영자 님 들어오세요."


얼마 전 제주공항에서 청주로 오는 비행기가 청주공항 관제탑의 착륙허가 승인을 받지 못해

하늘에서 2시간쯤 날아다니다가 착륙했던 그날 비행기 안에서 느끼던 그 마음이 살짝 느껴졌다.


혹시라도 내 유방에 내 폐에 무언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은 나이를 속일 수 없는 것 같았다.


"유방은.. 유선조직인 것 같고요.

폐는 정말 그림 자였나 봐요. 다시 찍은 사진에서는 깨끗하네요."


휴...

무사히 착륙했다.


마흔여덟, 어느새 반백년의 나이를 바라보는 지금의 나.

다행이다.

무사 착륙의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커피 한잔과 함께 날리기 위해 카페에 앉았다.




나를 비추는 햇살이 감사하고, 숨 쉬며 느끼는 공기도 감사였다.


진한 커피향기 느낄 수 있어 감사했고, 내 손으로 커피를 들 수 있어 감사했고. 그 순간의 마음 뜨끈함을 느낄 수 있는 내가 감사했다.


순간의 모든 것이, 나와 함께 하는 나의 모든 것들이 감사했다.


언제까지 건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건강할 때 지키고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표현하며 살고 싶다.


병원은 자주 오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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