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비교하며 좌절하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천천히 성장하기
5월 17일
10일 만에 펼치는 일기장
D-day 3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들어가기 3일 전
남은 연차도 쓰고 이제 3일 뒤면 회사를 휴직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계약직으로 1년 반 일하고 지금 회사를 다닌 지 약 8년째 사회생활한 지 10년 동안 나한테 이런 긴 휴식기간은 처음이야
당분간은 혼자겠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휴식보다는 정신없는 삶이 펼쳐지겠지
회사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고 싶어서
한 주 시작하는 월요일에 직원들에게 별다방 음료를 그란데로 돌렸어
말하지 않아도 사이즈는 그란데로 하려고 했는데, 몇몇 직원들이 메뉴를 적어준 종이에 사이즈를 그란데로 적어서 줬어. 속으로는 웃기면서도 그래, 좋게 사주고 넘어가자 하고 넘겼어
엄마 말처럼 ‘먼저 베푸는 사람이 승자야’라고 사람들이 평소와는 다르게 잘해주더라고
기존에 직원이 출산휴가 쓸 때 마무리 없이 갔다가 따돌림과 복직을 못하는 사건이 있었어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사례가 있어 걱정이 많았어
점심에 직원들과 회식도 하고 축하한다고 선물을 주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 모습이 낯설었지만, 내심 감사했어
그래도 그전과는 다르구나 마무리를 좋게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지
회사를 그만 나오면 무지 좋을 줄 알았는데 마음 한편이 이상했어
나 뭐 하지? 복직하면 업무 괜찮을까? 등등 많은 걱정이 들었어
이미 일어나지 않은 일을 여러 경우의 수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었어
10년 만에 찾아온 회사 안 가고 24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게 어색해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을 하고 스트레스받기도 했지만 막상 1년 3개월 동안 안 간다고 하니깐 마음이 여전히 허전해
그동안 회사생활하면서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일은 구멍안나게 잘했나? 회사사람들한테 난 어떤 영향을 줬을까?
생각의 꼬리를 물다 보니 끝없었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 어중이떠중이 느낌인데
그래도 무탈하게 회사를 다니고 휴직을 들어가는 것만으로 나한테 잘했다 싶어
몸은 무거워졌고, 잠잘 때 다리에 쥐가 나기도 하는 불편함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여태 입덧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아가에게도 건강하게 있는 나에게도 고마워
무리한 활동이 아니면 돌아다니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
첫 번째로 한일은 평일에 문화센터에 듣고 싶은 강의를 수강하기
임산부 요가, 도예클래스, 이금희 선생님의 강의 이렇게 3개를 결재했어
도예클래스로 접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
이제 뭐해야 할까?
두 번째는 육아책을 읽기 시작했어
자기 계발서적 에세이를 위주로 보다가 육아책을 보니깐 마음이 포근해졌어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나를 사랑해야 아이도 사랑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해 아이도 행복할 수 있고 이 논리가 모든 책의 공통점이었어
지금은 6권째 읽었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 20권 읽어야지
그럼 내가 어떤 엄마가 될지를 적으려고 했는데, 반대로 난 어떤 엄마가 되지 말아야지를 적어보려고
어떤 엄마가 될지를 적는 것은 내가 못 지킬 것 같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할래
내가 일기를 쓰면서 바뀐 모습, 높은 목표를 설정하지 않기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감, 남들과 비교하는 시기, 질투가 날 힘들게 하니깐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성장하고 싶어
그럼에도 살아가는 걸을 계속 조금씩 하고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 나를 위해 귀하게 쓰는 시간을 갖는 마음이 생겨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 모든 것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고백하는 습관이 생겼어
일상 속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달려왔던 20대,
남들을 비교하기에 바빴던 30대 초반, 이제는 포장하는 삶은 버리고
내 분수에 맞게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어
2023.05.17 조금씩 성숙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내일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