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사랑받고 또 온전히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게 행복이구나
양수가 터지고 48시간 안에 아이가 나와야 하는데, 30시간이 넘어도 진통이 없어 수술을 했어
자궁문이 자연스레 열려야 자연분만을 가능한데 난 그러지 못했어
자연분만 하고 싶었지만 인생은 원래 내 맘대로 안 되는 법,
일요일 밤에 그렇게 병원에 와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에게 말했어
그동안 내가 주문을 걸었던 것처럼
가장 좋은 때에 아가야! 네가 편안할 때 나와
라고 30시간 동안 내 마음이 전해졌는데
다음날 월요일 아침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시고 제왕절개로 아이를 만났어
첫 수술방에 들어간 난 주의를 무지 살피다가 마취 주사를 받고 눈이 스르르 감겼어
위내시경 수면으로 할 때도 스르르 잠기는데 이 약이 참 신기하지만 저절로 잠이 들 수 있다는 게 무서웠어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가 눈뜨자마자 내가 간호사 선생님께 물은 것
아이는요?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는 말 한마디에 긴장감이 풀려 다시 잠이 들었어
병실로 와 남편이 '고생했어', '아가가 넘 이뻐' 이러는데
진짜? 아가를 낳은 건가? 이러면서 내배를 쳐다봤어!
배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조금 남아있는데? 엄마가 된 건가? 정말?
남편이 아기 사진을 보여주는데 한쪽 눈 감고 윙크하고 있는 모습이 어여쁘게 이뻤어
나도 도치맘이.. 아기 사진을 보는데 실감이 안 났어…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있었던 시간들이 싹 지나갔어 하루하루 언제 지나가지? 이랬다가
병실에 온 지 1시간 뒤에 아이를 처음 봤어
너무 작고 내 뱃속에서 눈코입이 생기고 팔다리가 생기고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인체의 신비가 신기했어
숨을 쉬고,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나도 이렇게 작았을 때가?
엄마 생각이 떠오르고, 엄마 아빠는 날 처음 봤을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
내 아가 튼튼이가 태어났을 때 기록해둬야겠다 싶었어
처음 튼튼이 봤을 때 엄마, 아빠가 해준 이야기는
튼튼이를 보자마자 엄마랑 아빠는 태어나줘서 고마워
지구별에 온 걸 환영해
튼튼이 튼튼이 튼튼이 왔어요!
세상에 튼튼이가 태어났어요!
엄마 아빠한테 와준걸 고마워
(교육에서 배운 따르릉 노래를 개사해 튼튼이에게 불러줬어)
제왕절개는 후아픔.. 배가 진짜 아팠어 앉았다가 일어날 수가 없었어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고, 가스가 나와야 다음날부터 식사를 할 수 있고
첫 입원생활, 남편이 밥 갖다주고, 머리 감겨주고, 간식 챙겨주고, 양말 신겨주고, 밤에 작은 병실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종일 붙어 있다 보니 좋았어
5박 6일 중 3일 동안 남편과 함께하면서
이날을 잊지 말아야지 우리 집에 찾아온 아가를 맞이한 입원생활에서 느낀 부부의 감정
남편이 3 일자고 아침에 출근하는데 마음이 허함이 컸어
혼자 있어도 잘 지내고 씩씩한 내가, 남편이 간다니깐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데 괜찮치가 않았어
복숭아 깎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넘어지지 않게 침대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알려주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하고, 복도에서 운동하지 말고 방에서 걷는 운동 하라고 당부하고 간 남편 그 덕에 무탈하게 입원생활이 끝났어
퇴원하고 산후조리원으로 왔어
산후조리원은 아기를 돌봐주는 신생아실 선생님들이 계셔 엄마들이 쉬면서 몸을 회복하는 곳이야
아기에 대해 배워가는 곳이기도 하고, 신생아 교육, 유축, 모유수유 등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어
마사지는 별도로 추가비용으로 받으러 다녔어
코로나 여파로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다 혼밥 하고, 거실에는 수다를 나누는 사람들이 없었어
산후조리원에서 동기를 만들어야 나중에 문화센터 같이 다니고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 의지한다고 하는데 아무도 말을 안 걸어주면 어케? 이렇게 내심 걱정이 있었어
조리원 4일 차에 수유실에서 만난 한분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고,
나보다 다 언니들이라 장난도 치고 어리광도 부렸어
모자동실(아이가 엄마방에 와서 같이 있는 시간)에 언니방에서 엄마 5명 아이 5명 총 10명이서 같이 수다 떨고 함께 시간도 보내고 셀프사진관 오픈해 사진 찍고 놀았어
둘째를 키우는 언니들에게는 조언을 구하고, 육아템 이야기도 들었어
아이마다 다 다르고, 엄마마다 다 다른 육아법
정답은 없다지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엄마마음은 같고, 이왕이면 우리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무탈하길
모든 게 처음인 난,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주고 싶어 직수(엄마 모유를 바로 먹는 것)를 하려고 노력했어
튼튼이가 작게 태어나 빠는 힘이 부족해 잘 빨지 못해 4~5일 동안은 많이 안 먹었어
감사하게 내 몸에서는 모유가 많이 나와 유축(모유를 젖병에 담는 과정)을 하루에 5~6회를 했어
별 탈 없이 잘 먹는 튼튼이에게 직수를 더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가,
어느 날은 욕심부리지 않을게라고 이야기 했다가, 내 마음을 함께했어
튼튼이도 알아들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어
마음밭의 씨앗이야기, 엄마아빠의 연애 결혼 이야기, 노래 불러주기, 엄마 20대 이야기 등을 해주고
캥거루 케어(엄마 상체에 아기를 눕혀 교감하는 시간)를 하고 내가 사랑을 줄 수 있는 만큼 마음껏 줬어
지금 아니면 내가 또 언제 온전히 아이에게 이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을까?
13박 14일 산후조리원에서 밖에 못 나가 답답함 속에서 아이를 보는 시간은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됐어
처음에는 얼렁 커서 엄마랑 말하자 이랬지만 지금은 또 안 올 테니
작고 작은 발을 보면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걸 담아두자 싶어
시간 흘러가는 대로 육아도 맡겨보려고
직수 시간 많이 못해 속상한 날도 있었지만 지금 조금 느리면 어때!
차차 커가고 때가 다를 뿐 틀리거는 아니니깐,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 한다고 따라 하지 말고
행복하게 할래 뭐든
내가 매일 튼튼이에게 해줬던 말
‘튼튼아 오늘도 엄마랑 재미나게 하루 살자!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해!
튼튼이는 어떤 일이 생겨도 엄마아빠가 옆에서 같이 응원하며 걸어갈 줄 테니
튼튼이가 하고 싶은 일 찾는 일에 팍팍 밀어줄게 행복하게 살자!
엄마가 되는 날을 기다리던 내일이가 드디어 엄마가 된 출산일기
2023.07.27 드디어 엄마가 된 내일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