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즌 인천유나이티드 전 경기 분석집
인천 축구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준다.
새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 좋지 않은 경기력과 이어지는 패배의 당혹감. 다른 팀 팬들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인한 분노. 어지간한 일은 허허 웃으며 홀로 삭힐 수 있는 인내심과 평정심.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경기 있는 주말을 기다리는 일관성. 비록 승점은 꼴찌지만 경기장만큼은 우리가 1등이라며 당당히 얘기하는 뻔뻔함. 창단 후 계속 1부에 있었고 승강 플레이오프 가 본 적도 없다는 자부심. 선수들의 처절한 몸동작을 보며 느끼는 동병상련의 유대감. 모두가 포기했을 때 마지막 힘을 쥐어짜 얻어낸 승점 1점의 소중함. 두 명 정도는 퇴장당해도 충분히 승점 따낼 수 있다는 여유. 12위에서 11위로 한 칸 올라갈 때의 희열과 고마움.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겸손함. 이따금 터지는 그 한 골로 느끼는 짜릿함. 끝이 좋으면 어지간한 건 참을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 그리고 여기저기 인천 팬들의 한탄을 들으며 그래도 나 혼자 이 고통을 당하는 건 아니라는 동지 의식과 안도감까지.
이렇게 다양한 선물을 주는 인천 축구. 우리는 인천 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K리그 다른 팀 팬들이 인천 팬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팟캐스트 <히든인천>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히든인천> 기술 담당자(심재국)가 2020년도 구단 명예기자로 활동하면서 홈은 물론 원정까지 모든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무관중으로 펼쳐진 FA컵 원정 경기까지 직접 봤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도 참여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내용을 모아 개인 블로그에 경기 분석 글을 남겼다. 선수도 아니고 구단 직원도 아니고 스카우터나 에이전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축구 팬(원래는 아스널 팬)의 글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었다. 글을 읽으니 2020년에 펼쳐진 우리 인천의 한 경기 한 경기가 눈앞에 생생히 되살아났다. 그냥 두면 글이 날아가버릴 것 같아 아까웠다. 어떤 형태로든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히든인천> 멤버들이 모여 지난 시즌 모든 경기를 곱씹어보고 재구성했다. 각자 지난 경기 영상을 다시 보고 정리한 후 의견을 모았다. 설날 연휴에 집 밖에 단 한 번도 나가지 않고 글을 다시 썼다. 변호사로서 쓰는 글과 전혀 다른 성격의 글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작업 자체가 즐거웠다. 이렇게 점점 살이 붙으며 일이 커졌는데, 상업성이 없기 때문에 아예 출판사를 만들어서 여기까지 왔다. 구상, 토론, 집필, 교정, 편집, 행정까지 모두 직접 처리했다. 가내수공업이었다. 무모했다.
하지만 이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K리그와 인천 축구를 즐기는 일이었다. 또한 2020 시즌의 고통과 감격을 되새기는 훌륭한 기회였다. 새 시즌 개막을 기다리며 올 한 해 선전을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도 담겼다.
물론 아마추어들의 이야기이다. 같은 경기를 보고도 선수와 전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평가는 더욱 그럴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천 팬층이 계속 두터워지는 지금, 이런 책 한 권 나오면 인천 팬들 사이에서 뭔가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타 팀 팬들이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인천 구단 구성원들이 뭔가 자극받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여러분 앞에 내놓는다.
우리 모두 함께 축구를, K리그를, 인천을 즐기자. 다 함께 투게더.
개막을 앞둔 2021년 2월 27일
구단 자문변호사
손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