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딩 May 10. 2024

남편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feat.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1. 나는 나의 남편에게 ‘그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아내’가 되고 싶다.

남편은 내게 특별한 사람이다. ‘특별한 사람’이어서 내 남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의 남편’이기에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인연일 것이다.

 그는 내가 자의로 선택한 유일한 가족이다.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 없고 자식 또한 골라서 낳을 수 없다. 자식을 낳을지 안 낳을지는 결정할 수 있어도 ‘어떤 누구’를 낳을지는 운명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은,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가족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족 중 가장 쉽게(?) 남이 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는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존재이고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사람인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독립을 해도 그와 나는 언제까지나 가족일 것이기에, 한편으론 우리의 약속이 가치를 잃어버리는 순간 영영 남이 될지도 모르는 관계이기에 더욱 나에게 중요하고 어려운 사람이고 평생에 걸쳐 이해하고 사랑하려 노력해야 할 대상이다.


2. 다행히도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그는 결혼 전 내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지만 그는 ‘다행히도’ 좋은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단순한 운에 기대어 있는지 결혼 전엔 미처 몰랐다. 그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난 아마 평생 결혼을 못했을 것이다.)
내가 ‘다행스럽게도’ 좋은 사람을 만난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또 안도하는지 모른다.

간혹 그가 나에게 보여주는 야속한 행동 앞에서도 난 그의 ‘선의(혹은 악의 없음)’를 의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건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3. 작가 신형철이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말하는 ‘정확한 사랑’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작가가 말하는 정확한 사랑이란 ‘정확한 이해(해석)’이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그의 아내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거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남편을 사랑하고 싶다.

 그라는 두껍고 묵직한 책을 수십 번 수백 번 읽으며 그의 말과 행동에 깃들어 있는 그의 지난 삶을, 그의 본질을, 그의 깊숙한 아픔과 그 아픔 끝에 만들어진 삶의 태도를, 그가 해왔고 앞으로 할 모든 선택이 왜 꼭 그것이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온전히 품에 감싸 안는 일이 내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아마도 나는, 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는 평생 다다르지 못하겠지만 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가장 소중한 관계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이다.


4. 사실 남편은 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프다. 그것이 신형철이 말하는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고통’ 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의 사랑법을 존중하고 넘어가 주기로 한다. 그는 상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지만 나는 그가 날 사랑하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안다. 그거면 됐다. 그는 그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도 괜찮다. 그의 사랑은, 나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를 아프게 하거나 외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작가의 이전글 메디키넷(ADHD치료제) 단약 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