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썼다.
며칠 전 [좋은 생각] 에디터 님의 원고 청탁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개인적인 일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글을 써야 하는데 하는 마음속 애달음은 있었지만 막상 자판을 두드리지 못했다.
원고 청탁의 주제는 교도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교도소 소재로 많이 써서 안 쓰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주제야 어떻든 [좋은 생각]에서 원고 청탁을 받은 것으로 감사할 뿐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을 써 나갔다.
글을 쓰면서 항상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건 주제를 정하고 써야지 하면 내용이 좋던 나쁘던 써진다는 거다.
이번에도 생각나는 대로 썼는데 a4 3장 분량의 글이 나왔다.
그런데 청탁서의 분량은 한글파일 30줄 내외였다.
3분의 2을 줄여야 할 판이었다. 퇴고하면서 문장을 수정했다. 수정보다 삭제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우고 또 지웠다. 분량을 채우는 것만큼 분량을 줄이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마지막 퇴고를 하고 처음의 원고와 비교해 봤다. 사건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글은 한결 깔끔했다. 신선한 야채샐러드로 가볍게 식사를 한 듯 부담스럽지 않고 읽기 편했다.
채우는 것과 비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살면서 많은 것을 채우려고만 하지 않았나 싶다. 지우면 간략하고 깔끔한 글이 나오고, 덜 먹으면 가볍고 상쾌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데 왜 많은 걸 채우려고만 했을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맥이 넓고 다른 사람 챙겨 주는 게 사회생활 잘하는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에 따른 감정 소모와 시간 소비, 가족에 소홀한 것은 기회비용처럼 당연한 거라 여겼다.
일이든 취미든 무언가를 하면 결판을 봐야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열정이고 멋있는 거라 생각했다. 답을 내지 않고 끝내지 않아 아무것이 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원고의 글을 줄여가며 느꼈다.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어렵고, 인생에서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